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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세계의 지붕, 티벳에 올라서다


2007/06/23 02:43 | Travel/티벳.네팔.인도.태국

2006. 12. 12 TUE LHASA

어젯밤에 생각보다 날씨가 따뜻하길래 침낭도 꺼내지 않고, 야크호텔에서 제공해준 이불 두 겹만을 덮고 잠을 청했다. 그런데 도미토리는 응달에 있어 햇빛이 잘 들지 않는데다, 난방도 되지 않아 밤에 상당히 추웠다. 몇 번 추워서 깼던 기억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니 춥게 자서 그런지 등근육이 뭉친 느낌. 뒷골도 아프고. 나중에 생각해보면 고산증세로 인한 두통과 추워서 뭉친 근육들의 효과가 겹쳤던 것 같다. 그런데 참고로 겨울의 라싸는 한국보다 따뜻하다. 한국보다 추울 거라는 선입관들이 많은데, 1월의 평균기온이 섭씨 -2도라고 한다. 1월 평균기온 섭씨 -2.5도인 서울보다 따뜻하다. 게다가 고도가 높아 햇빛이 강하다. 응달이 아니라면, 햇빛 때문에 오히려 더울 때도 많다. 빨래도 금방 마르고.

라싸에 2주일 정도 머무르면서 기존에 체류하던 여행자들의 경험담을 듣고, 새로 올라온 사람들을 지켜보니 일반적인 고산증세에 대해서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구토와 같은 심한 고산증세는 그다지 흔하지 않았다. 물론, 존재하기야 하겠으나 직접 본 것은 단 한 건도 없다. 주로 주위에서 들은 이야기들뿐이었는데, 그런 식이라면 "천 명에 한 명 꼴쯤 되지 않을까?"라는 추측도 그다지 설득력이 떨어지지 않는다. 네트워크 이론 하시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전 세계 사람은 평균적으로 여섯 다리 정도만 건너면 다들 아는 사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한 다리 건너서 들은 케이스는 그다지 흔하지 않다는 결론. 직접 구토를 동반한 고통을 겪었다는 사람은 하나도 보지 못했다.

보통의 고산증세는 '두통'이다. 야크호텔에서 만난 간호사 출신 서명누님의 말씀에 따르면, 고산증세는 기압이 낮기 때문에 혈관이 팽창하여 나타나는 일종의 저혈압 현상이라고 한다(물론, 기압이 낮아 산소의 절대량이 줄어드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 때문에 뇌에 공급되는 산소량이 줄어든다. 때문에 두통이 발생하는 매커니즘인 것 같다. 그래서 보통 고산증약이라고 하면, 혈관 수축제라고 한다. 그러나 경험상, 차라리 타이레놀을 먹는 편이 나은 듯. 그리고 며칠 간은 천천히 걸어다니는 것이 좋다. 빨리 걷거나 뛰면 숨이 차니까. 정사장님의 경우는 처음에 두통이 심해서 꽤 고생하셨다고 하는데, 조금 적응하면 큰 문제는 없는 듯. 그치만 너무 심하면 고도가 낮은 곳으로 가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심각한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하니까.

어쨌든, 느지막히 일어나 대충 고양이 세수를 하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숙소 주변을 한 바퀴 도는 것은 내겐 일종의 의식 같은 것이다. 주변 지리와 생필품 조달 루트도 파악할 수 있고, 그곳의 분위기도 느낄 수 있으니까. 그런데 두통이 꽤 심해서 멀리는 못 가고, 그냥 주변에서 생수 한 병 사고, 식당에서 왕만두를 사먹었다. 티벳 전통 음식인 모모인지 중국식 만두 빠오즈인지는 잘 구분을 못 하겠다. 그게 그거 같달까. 가격은 4위안으로 상당히 저렴. 라싸 물가가 비싸다고 들어서 걱정하고 있었는데, 그렇지도 않은 듯. 티벳 쪽은 교통수단이 잘 갖추어져 있지 않아서 이동하는 데에 돈이 많이 드는 것 빼고는 물가가 특별히 비싸다거나 하는 느낌은 없는 것 같다.

여튼, 돌아와서 야크호텔 PC방에서 인터넷 조금 하고. 그리고 다시 방으로 돌아오다가 정사장님하고 자매인 영숙&경내씨와 만났다. 영숙 씨랑 경내 씨는 바낙숄에서 묵고 있으시다고. 두통도 있고, 어차피 하루 정도는 적응하면서 쉬려고 했던 까닭에 특별히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세 분을 따라 Pentoc Guesthouse 마당에 있는 The Summit Cafe에 차 마시러 갔다.

이곳은 주인이 미국인이란다. 차와 과자를 앞에 두고 계속되는 수다. 계속 피곤하긴 했지만 어쨌든 오랜만에 한국기분이다. 마치 서울에 돌아온 기분이었다. 몇몇 장소들에 '라싸 최고의 ~~'라는 수식어를 붙이곤 했는데, The Summit Cafe는 '라싸 최고의 카페'다. '라싸에 이런 곳이!'하면서 놀라게 되는 곳 중 하나.

The Summit Cafe, Lhasa, Tibet

차를 마시다가 라싸에 내리는 첫눈도 봤다. 싸락눈 같은 것이 조금 내리다가 금세 그쳤지만, 그래도 멋있었다. 차를 잘 마시고 헤어져서, 나는 야크호텔로 돌아와 조금 잤다. 금세 피곤해지는 것도 고산증세의 일종이다. 이것 역시 신체에 공급되는 산소가 부족하기 때문이겠지. 뭐, 피곤하면 자면 되니까 그다지 큰 문제는 아니다. 천천히 걸어다니고, 피로해지면 잔다. 간단한 생활원칙.

저녁 때는 다시 정사장님과 먹자매:)분들과 만나 바낙숄 옆 한국식당 아리랑에 갔다. 아침에 주변 돌아보다가 발견하긴 했지만, 그다지 외국에서 한국식당을 찾아다니거나 하는 타입은 아니라 그냥 지나쳤었다. 일반적으로 한국식당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까닭도 있고. 그런데 직접 가보니 아리랑은 무엇인가 다른 느낌. 우리는 아리랑을 두고 '세계에서 가장 싼 한국식당'이라며 웃곤 했다. 하긴, 한국의 식당보다도 싸고, 외국에 있는 한국식당 중에서도 가장 싸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저렴한 가격. 주인은 조선족 분이었는데, 선교활동을 위해 라싸에 와있다고 했던 것 같다. 어쨌든, 중국 현지인을 대상으로 해서 장사를 하는 식당이어서, 가격이 중국 식당의 가격수준에 맞추어져 있다. 한마디로 중국 식당의 가격 수준에서 한국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결론. 그 결과는? 하루도 빠짐없이 아리랑에 간다;

어쨌든, 저녁은 삼겹살, 된장찌개, 밥 등을 먹었다. 종업원들은 티벳인들을 고용한 것 같았다. 맨날 가니까 나중엔 이 친구들하고도 친해져서 농담따먹기 하면서 놀기도 하고, 재밌었다. 분위기도 가족같은 분위기라 점심 때 가면 주인가족이랑 종업원들이 모여앉아서 드라마 보고 있고(..) 여튼 즐거운 곳.

밥을 잘 먹고 난 후, 세 분은 라싸의 나이트 클럽 체험하러 가시고, 나는 피곤해서 먼저 숙소 와서 씻고, 침낭 및 방한복을 든든하게 준비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2006. 12. 13 WED LHASA

야크호텔 옥상에서

오늘도 느지막히 일어나 정사장님, 경내 씨, 영숙 씨, 철웅형님과 Snowland Restaurant 가서 브런치를 먹었다. 인도음식 난(Naan)이랑 핫밀크를 마셨다. 한국식 식단으로 치자면 난은 밥하고 비슷한 역할을 한다. 난은 얇은 부침개 비슷한 빵인데, 원래는 반찬들을 싸서 먹거나 소스에 찍어 먹거나 한다. 나중에 인도 가서 먹은 난과 비교해봐도 질이 그다지 떨어지지 않는 듯.

at Snowland Restaurant, Lhasa, Tibet

Photo by 경내 씨, at Snowland Restaurant, Lhasa, Tibet

식사를 마치고 정사장님이랑 바코르(Barkhor) 같이 가서, 정사장님은 사진 찍으시고 나는 바코르 한 바퀴 돌고 조캉사원(Jokhang)에 들어갔다. 입장료 70위안. 엄청나게 비싸다. 조캉사원은 티벳 제 1의 사원이다. 오후엔 관광객들이 별로 없고, 티벳인 순례객들이 많았다. 법당에 들어갔다는데, 불상 닦는 의식을 진행하고 있어서 끝날 때까지 구경하면서 한참 서 있었다. 흰 천 두르고 기도하는 모습이 참 대단하더라. 쌀 한 가마니 메고 와서 시주하던 할머니도 인상깊었다.

법당에서 나와서 옥상에도 올라갔는데 참 멋있었다. 햇빛은 강렬했지만 하늘도 파랗고. 조캉 앞에서 오체투지 하는 사람들... 티벳탄에게 종교는 인생의 전부다. 현실이 괴롭기 때문에 내세를 위해 종교에 모든 것을 바친다는 설명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이유야 어찌 되었든, 모든 것을 종교에 바친 그들의 삶을 바라보며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몇 년 씩 걸어 고향에서 포탈라까지 오체투지를 하면서 오는 성지순례자들도 있다. 이들의 삶은 종교 그 자체다.

티벳 제 1의 사원, 조캉사원

조캉에서 내려다본 바코르 광장. 저 멀리 포탈라가 보인다.

조캉 앞에서 오체투지를 하는 사람들

조캉사원에서

조캉에서 나와 시장이랑 길거리 구경을 했다. 강렬한 햇빛을 가릴 수 있는 카우보이 모자를 하나 사려고 했는데, 40위안이나 부르더라. 깎아서 35위안까지 해주겠다는데, 20위안 밑으로 샀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차마 못 사겠더라. 바코르는 관광객들이 많이 와서인지 물가가 비싼 느낌. 나중에 야크호텔에 딸려있는 상점에서 보니 똑같은 모자가 20위안이더라. 현지인들 시장에서 사면 더 싸겠지.

어쨌든, 계속 걸어다니니 지치고, 머리도 아프고, 숨이 가빠서 숙소로 돌아와서 쉬었다. 7시쯤 되어 정사장님이 도미토리로 오셔서 같이 아리랑으로 갔다. 영숙/경내 씨와 철웅 씨 다 계시더라. 저녁메뉴는 삼겹살, 비빔국수, 밥, 된장찌개, 파전에 참이슬까지. 정말 많이도 먹었다. 라싸에서는 정말 잘 먹고 다닌 것 같다.

경내/영숙 씨는 내일 떠나신다고 해서 사장님이 자몽을 하나 주셔서 잘 먹었다. 송별파티로는 바낙숄 옆의 술집에 가서 Lhasa Beer를 마셨다. 작별인사 하고, 연락처 주고 받고. 짧은 만남이었지만, 인연은 길다. 고맙게도 전기장판을 주고 가셔서 내내 잘 썼다.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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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꽃경내 at 2007/06/23 18:59  r x
만나니 이별이란 말을 이럴 때 쓰는 거겠죠~
그리고 만남은 짧지만 인연은 길어 이렇게 다시 뵙구요^^
으흣, 제 얼굴~_~ 웃기게, --씨 사진 므흣하게 잘 나왔어요.
Commented by 아즈 at 2007/06/23 21:06  r x
꽃경내/ 그렇지만 그다지 짧지는 않았던 느낌^^
사진은 다들 정말 티벳 스타일(?)로 나와서 마음에 들어요.
한국에 있는 것처럼 모두들 말끔하면 분위기 안 살죠ㅋ
스노우랜드도 그립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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