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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1   새로운 카페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날까
2007/10/20   Tips on Business Consulting for Science and Engineering Students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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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카페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날까
2011/08/11 03:50 | Thoughts/Essay & Article
카페가 없었던 때는 도대체 어디에서 시간을 보냈을까 싶을 정도로 카페가 많이 생겼고, 또 많이 이용하고 있다. 스타벅스가 없던 시절엔 도대체 어디서 사람을 만나고, 시간을 때우고, 이야기를 나누고, 모임을 가졌을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도저히 갈 데가 없었지 않았나 싶다가도, 어렸을 때 생각해보면 민들레영토, 패스트푸드점 같은 데서 주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학림 다방이나 홍차 전문점, 기타 작은 카페들도 생각나긴 한다. 한 때 민들레영토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민토의 성공기를 다룬 책들이 출판되고, 해외 진출도 모색한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그런 바람은 어느새 잦아들었다.

사실, 민토를 이용하던 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동일하다. 적당히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누군가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간단한 음료를 마실 수 있고, 간식거리를 먹을 수 있는 것. 즉, 밖에서 누군가와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원하는 것이다. 점점 갈 수록 '누군가'에 '자기 자신'도 들어가게 되어,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원하는 사람도 늘어난 것 같다.

이런 사람들에게 민토는 '입장료' 개념을 적용해서 공간과 음료, 간식거리(컵라면)을 제공했다. 하지만 요즘의 카페는 상당히 다른 과금체계를 가지고 있는데, 공간에 대해서는 과금하지 않고, 대신 높은 음료 가격을 통해 공간을 제공하는 데 쓰이는 비용까지 커버하고 있다. 물론, 케이크나 베이글, 샌드위치 같은 간식거리도 제공한다. 민토에서는 컵라면을 기본으로 제공하고, 식사를 주문할 경우 추가로 과금하는 체계로 되어 있었다.

내가 최근 몇 년 사이에 가본 모든 카페는 공간에 과금하지 않고 음료에만 높은 가격을 매겼다. 하지만 내가 카페를 이용하는 이유는 공간에 대한 욕구가 음료에 대한 욕구에 비해 결코 작지 않다. 카페를 선택하는 조건으로도 공간의 미적인 아름다움이나 편의성이 음료의 질과 비슷한 중요도를 가지는 것 같다. 카페는 경험을 파는 비즈니스인데, 오직 음료나 음식에만 과금하는 것은 굉장히 이상해보인다. 물론, 다른 업종 - 예를 들어 옷가게나 휴대폰 판매점, 병원, 전자제품 판매점 등등 무엇을 살펴보더라도 인테리어 등 이용자의 총체적 경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에 과금하지는 않지만, 이런 곳에서 이용자가 직접적으로 구매하는 것인 상품이나 서비스이고, 카페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공간에서의 경험'에 대해 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유사 업종인 음식점의 경우도 음식에만 과금하고, 공간에 대해서는 과금하지 않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음식점의 경우에는 공간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먹어야 하고, 무언가를 먹지 않고는 공간을 이용하지 못한다는 면에서 카페의 경우와는 다르다. 카페는 음료를 구입하지 않아도 공간을 이용할 수 있고, 오히려 공간을 이용하기 위해서 음료를 구입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을 것이라는 점이 일반적인 음식점과는 다르다. 이런 경우에는 공간을 적극적으로 상품화 할 수 있지 않을까?

공간을 상품화한 경우가 바로 모임 전문 공간인 토즈인데, 이곳에서는 민토 방식을 따라 일정 공간을 일정 시간 동안 사용하도록 하고 있고, 이용료에 음료를 포함하여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토즈는 기본적으로 단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고, 스터디 등 목적을 가지는 모임에 적합한 형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개인이 카페에서 얻고자 하는 공간에 대한 욕구를 해결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결론적으로, 이쪽 업종에서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가지고 카페와 유사한 새로운 서비스 및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할 수 있을 것 같고, 또한 카페 이용자들의 요구를 잘 이해하면 다른 업종에서도 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비즈니스를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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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s on Business Consulting for Science and Engineering Students
2007/10/20 23:09 | Thoughts/Essay & Article

1. What is Business Consulting?

경영 컨설팅이란 말 그대로 '비즈니스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논리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서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활동에서는 항상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작은 분식집을 경영한다고 생각해보자. 처음엔 떡볶이, 어묵 등의 매출이 순조로웠고, 학교 앞이라는 지리적 이점에다 주변에 경쟁업체도 없고, 맛있다는 소문에 차차 명성을 얻어갔다. 하지만 곧 다른 분식집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매출이 감소해서 최근에 적자를 내기 시작했다. 분식을 사먹는 사람들이 더 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그렇다고 재료비를 절감하기 위해 저가 재료를 사용한다면 그나마 유지하던 손님들도 떠날 것이다. 그렇다고 가게를 팔고 사업을 접을 생각도 없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서 분식집을 흑자로 돌려놓을 것인가?

기본적으로 이런 식으로 비즈니스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논리적으로 풀어서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사람을 경영 컨설턴트(Business Consultant), 이러한 업무를 경영 컨설팅(Business Consulting/Management Consulting)이라고 한다.



2. The Levels of Business Consulting & Companies

컨설팅은 크게 Level 별로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경영 컨설팅의 Level과 주요 컨설팅펌

가장 윗단의 전사 전략 컨설팅은 '우리 회사는 앞으로 어떤 사업을 해야할까', '우리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와 같은 전사 전략에 관한 컨설팅을 말한다. 아래로 갈수록 이것을 실제로 실행하기 위해 층위(Level)가 낮아지는 형태다.

비즈니스 전략은, 예를 들어 '이동통신 시장 중 3G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가'와 같이 좀더 구체적이고 층위가 낮아진 것을 말한다. Operation 전략, Process 레벨까지 내려가면 '3G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현재의 대리점 지원방식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와 같은 실행 단위까지 내려온다.

IT 컨설팅의 경우 가장 아래 레벨까지 내려와서 실제 수행하는 Task 하나하나를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역할을 한다. 현대의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대부분의 일을 컴퓨터 및 내부 네트워크를 통해 처리하고 있다. 따라서 '이동전화 가입 처리'와 같은 일을 회사 네트워크에 연결된 단말기를 통해 처리한다. 이러한 과정을 효율적으로 설계한 후 강제화시켜 전산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일이 IT 컨설팅이다.


국내에도 글로벌 경영 컨설팅펌들을 비롯, 많은 회사들이 각 층위에서 경영 컨설팅 사업을 하고 있다. Corp. 전략의 경우 소위 Big 3로 유명한 McKinsey, Bain, Boston Consulting Group을 비롯해 Monitor Group 정도까지가 큰 그룹이다. 그 외에 Oliver Wyman(Mercer Oliver Wyman과 Mercer Management Consulting 통합), AT Kearney, Booz Allen Hamilton, Arthur D. Little 등이 있다. 전사 전략의 경우 삼성, LG, SK와 같은 대기업들은 내부적으로 컨설팅 Arm을 키우고 있다. 삼성의 경우 Open Tide(Samsung SDS), LG의 경우 EnTrue(LG CNS), SK의 경우 Valtech(Home: France)과의 Joint Venture인 Valtech Consulting Korea (SK C&C)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을 가지고 있다(괄호 안은 Joint Venture, 출자 등으로 관련을 가지고 있는 계열사). 이들은 주로 전략 컨설팅과 IT 컨설팅에 집중하고 있다.

그 아랫단의 Business 전략, Operation 전략, Process 레벨의 경우 IBM Global Business Services, Accenture가 경합을 벌이고 있으며 Bearing Point 정도가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IT의 경우 IBM GBS나 Accenture가 내려오기도 하는데, 삼성/LG/SK 등은 각각 관련 분야 자회사를 가지고 있으므로 3대 대기업 물량은 대부분 Samsung SDS, LG CNS, SK C&C가 가져간다. 그외 회사의 경우엔 IBM GBS와 Accenture까지 참여하고 있다.



3. Why Business Consulting? & Required Skills

(1) Why Business Consulting?

무엇을 하든 '왜 이것을 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찾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그러한 이유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어떤 일이든 오랫동안 열심히 하기 힘들다. 경영 컨설팅의 경우, 외적으로 화려한 컨설턴트의 모습만을 보고 선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인터뷰 할 때 대부분 '왜 컨설팅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한다. 이때 자신의 배경을 강점으로 가져갈 수 있어야 한다. 제조업 이외의 타분야로 진출하려는 이공계 학생의 경우 자신의 전공을 약점으로 생각하고, 상경계 학생들을 따라잡기에 여념이 없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럴 경우, 애초에 전공을 잘못 선택했을 뿐만 아니라 대학에서 공부한 시간을 낭비한 꼴이 될 수 있다. 차라리 상경계에 진학했으면 낫지 않았을까? 무엇을 하든 자신이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을 강점으로 가져갈 수 있어야 한다.

내 경우 이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은 답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물리학을 전공한다. 물리학과에서는 논리적인 방법을 사용해 정량적으로 문제를 푸는 트레이닝을 받는다. 이런 능력을 실제 비즈니스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사용해보고 싶다.'

(2) Required Skills

경영 컨설팅에 필요한 능력은 층위마다 조금씩 다르다. 전략 컨설팅의 경우 경영학적 지식보다는 논리적 사고력(Logical Thinking)이 더 중요하다. 경영학적 지식은 일을 하면서 금세 배울 수 있지만, 논리적 사고력은 쉽게 구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랫단으로 내려올 수록 경영학의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이 필요해진다. 전반적으로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를 가져야 한다.

개인적으로, 이공계생들의 경우엔 아랫단 보다는 윗단의 컨설팅을 하는 것이 자신의 백그라운드를 장점으로 가져갈 수 있는 선택이라고 본다. (IT 컨설팅의 경우는 예외. 하지만 윗단 보다는 아랫단이 인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 아랫단도 경영학적 지식만 좀더 쌓으면 나쁜 선택만은 아니라고 본다)

모 컨설팅사에서 인턴을 할 때 K파트너께서 얘기해주신 '컨설턴트가 가져야할 다섯 가지'가 참고할 만한 가이드라인이라고 생각한다.

(네 가지 자질:)
1. 역마살: 새로운 것을 좋아함
2. 좋은 대인관계
3. Presentation & Writing Skill
4. 분석력
(30대까지 갖추어야 할 것:)
5. Specialty

Specialty의 경우, 특히 아랫단 컨설팅에서 중요하다. 예를 들어, 재무 분야 컨설팅, 인사 분야 컨설팅 등 Specialty가 있어야 한다는 것. 40대 이후엔 Specialty를 기반으로 넓게 다양한 분야를 익혀 Manager로 나가야 한다.



4. Comments & Reference

경영 컨설팅은 서비스업의 일종이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항상 '을'의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 국내 경영 컨설팅 1세대인 80년대 초반 학번의 경우, 아직 경영 컨설팅이란 비즈니스가 잘 확립되어 있지 않았지만, 고객이 컨설턴트를 일종의 '스승'과 같은 위치로 대접을 해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약 3세대로 접어든 현재엔 일반적인 '아웃소싱'으로 전락하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경영 컨설턴트의 화려하다고 '생각되는' 외면만 보고 선택하기엔 리스크가 있지 않나 싶다.

하지만 전략 컨설팅의 경우 이공계생이 관련 업계 이외에 선택할 수 있는 매력적인 분야일 뿐만 아니라 전략 펌의 경우 보수 또한 상당히 높고, 좋은 커리어를 가져갈 수 있다. 물론, 메이저 전략펌이 채용하는 신입 컨설턴트 수는 손에 꼽을 정도이기 때문에 '준비된 인재'가 아니고서는 들어가기 힘들다는 말이 많다.

보수는 전략펌의 경우 대략 5천만원/연 선으로 알고 있는데, 일반 대기업에 비해 상당히 높으며, 연봉 상승률도 높아 전략펌의 경우 30대에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많을 때는 주당 80시간 이상의 근무시간을 감당해야 한다. 하루 8시간, 주5일 근무일 경우 주당 40시간 근무이므로, 일을 두 배 이상 하는 만큼, 연봉을 두 배 이상 받는다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주당 80시간이라면 보통 주말에도 최소 하루는 일해도 하루 10시간 이상 일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경우 연애는 물론, 가정생활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진로를 선택할 때 이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이 인기가 많은 것일테지만)

전략펌의 경우, 컨설턴트 개인에게 의존하는 면이 크기 때문에 위와 같이 보수가 센 반면, 아랫단 컨설팅의 경우 이미 시스템이 확립되어 있어 Frame을 Customizing 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보수가 그렇게 많지 않다. 전사 전략 아랫단 컨설팅펌인 IBM GBS나 Accenture의 경우 대졸 초봉이 3000만원 미만으로 알고 있다. 근무강도는 전략펌 이하인 경우가 많지만, 타 업종 대비 상당히 강도 높은 경우가 많다. 적어도 고객사 보다는 근무시간이 길기 때문에, 프로젝트와 프로젝트 사이에 잠깐 쉴 경우를 제외하고는 엄청난 업무량이 기다리고 있다. 아랫단 컨설팅의 경우, 현업(일반 대기업 등)에서 경력을 쌓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컨설팅을 하기 위해 컨설팅펌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컨설팅 관련 참고도서 두 권을 소개한다.

테루야 하나코, 오카다 케이코, 로지컬 씽킹(Logical Thinking), 2002.
  :컨설팅에 필수적인 논리적 사고의 방법을 다루고 있음
진 젤라즈니, (최고의 실무자가 되려면) 차트로 말하라(원제:Say it with Charts), 2001.
  :장표를 만들 때 차트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다루고 있음



Tips on Business Consulting for Science and Engineering Students. v1.0
Written on October 21, 2007.
물리학 공부를 계속 하기로 마음먹고, 정리하는 차원에서 컨설팅 커리어를 가져가려는 이공계 친구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서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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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Jamie at 2007/10/21 10:02  r x
오랫만에 찾아왔는데 좋은 글 띄워주셨네요.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아즈 at 2007/10/21 23:06  r x
Jamie/ 고맙습니다^^ 도움이 되었다면 좋겠네요. 지금까지 받은 트레이닝을 강점으로 가져가시길 바랍니다:)
Commented by trupy at 2007/10/26 16:33  r x
꿈을 향해 가는 모습이란 얼마나 빛나는 것일까요 :)
부러워요, 진정으로.
Commented by 아즈 at 2007/10/28 01:03  r x
trupy/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Andrea at 2008/01/18 02:22  r x
유용한 글 잘 봤습니다~
Commented by 아즈 at 2008/01/20 00:43  r x
글을 쓴 보람이 있군요.
Commented by lscarth at 2013/06/14 20:12  r x
인쇄해갑니다!
Replied by 아즈 at 2013/06/23 14:33 x
벌써 6년이 다 되어가는 글이라 outdated된 감이 있지만, 도움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번역이야기
2007/06/10 00:02 | Thoughts/Essay & Article

나는 그다지 multilingual이 아니라서 이런 이야기 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가 그나마 어느 정도 수준 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언어는 두 가지뿐이다. 한국어와 영어. 다른 언어도 조금은 알고 있으나, 해당 언어로 된 문헌을 읽거나, 해당 언어로 무언가를 쓴다는 것이 불가능하니까 제외하자.

나는 책을 읽을 때, 많지는 않지만 일정 비율은 영어 원서로 읽고 있다. 물론, 전공서의 경우 99% 영어이기 때문에 제쳐두자. 영어 원서를 읽는 목적은 어학능력 유지 혹은 향상 차원에서 읽는 것이 대부분이고, 간혹 원문으로 읽어보고 싶어서 원서를 보는 경우도 있다. 내 경우는 번역본에 대부분 만족하는 편이고, 원서로 읽더라도 대부분의 경우는 번역본 이상의 이해도를 얻는 것이 힘들다. 그래서 가끔 '번역본이 마음에 안 들어서(수준이 낮아서) 원서로 읽어버린다'는 말을 들을 때 이해하기가 힘들다. 물론, 번역본 중에 정말로 질이 낮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또한, 소설 같은 것을 읽을 때 '원문의 맛을 살리지 못한다'는 이유도 공감하기 힘들다. 내가 주로 소설을 스토리텔링이라고 생각하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받아들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경우는 어떤 언어로 읽어도 소설의 전체적인 느낌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예를 들어, 나는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한국어 번역본과 영어 번역본으로 읽어보았다. 내겐 별다는 느낌의 차이가 없었다. 물론, 둘 다 번역본이라는 한계는 있겠지만, 어떤 언어든 작품이 주는 느낌은 그다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간혹, 언어유희 같은 것은 번역으로 나타내기 힘들겠지만, 그런 것이 주를 이루고 있는 작품이 아니라면 전체적인 느낌이 크게 차이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또한, 나는 책을 통한 문화의 발전에 번역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번역이라는 작업을 폄하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수준낮은 번역은 지탄받고, 향상되어야 한다. 하지만 수준낮은 번역을 지탄하는 것으로 가장해서 번역 작업 자체를 깎아내리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에 '모름지기 책은 원어로 읽는 것이 좋다'는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 힘들다. 번역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해당 분야의 전문가이고, 그만한 식견을 가지게 되기 까지는 상당한 노력을 투입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이 다른 이들을 대신해서 좋은 책을 일정한 수준의 질을 유지하며 번역을 해준다면, 그 책을 읽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생각했을 때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 물론, 저자가 쓴 원문을 직접 읽어보겠다거나, 해당 언어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면 원어로 읽어도 좋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번역서를 폄하하는 것은 일종의 우월의식이 아닐까?

'번역서보다는 원서'를 고집하는 사람들을 보면 '영어공용론자'들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영어공용론자들은 일상생활에서 영어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에까지 영어를 도입하자고 한다. 여기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논의가 있을 수 있지만, 나는 한 가지 점에 주목하고 싶다. 영어가 공용어가 된다면,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일종의 '계급'이 형성될 것이다. '공용어'라는 것은 일종의 자격기준, 혹은 Standard이기 때문에, 이것을 갖추지 못한 사람과 이것을 갖춘 사람 사이에는 필연적으로 계급이 분화된다. 그런데 현재 국내 영어교육 현실상 상당한 수준으로, 특히 높은 수준으로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기득권층이다. English Native 수준으로 범위를 한정하면 더욱 그렇다. 이 정도 수준으로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대부분 영어권 체류 경력이 있고,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일정수준 이상의 재력이 있다. 현재에도 영어를 기준으로 사실상 '계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갈리고 있는데, 영어공용화를 공식적으로 시행해 그것을 부추길 이유가 있는 것일까?

그래서 나는 원서를 보는 것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을 볼 때 영어공용론자가 생각난다. 원서로 읽을 수 있는 능력이 된다면 원서로 읽는 것에 상당한 장점이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나는 번역서를 읽는 것이 해당 텍스트를 이해하는 데에 있어 그다지 수준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국내에 번역된 텍스트가 '정말로 질이 떨어진다면', 그것을 향상시키기 위해 약간의 노력을 해주길 부탁드린다. 모든 사람이 원서를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번역서가 많이 나오는 것이 우리의 전반적인 지적 수준을 향상시키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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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희진 at 2007/06/11 07:37  r x
동감합니다~ 주위에 친구 중에 보면 외국에서 좀 살다 온(약 3년 안팎) 친구들이 영어 원서로 읽는 것이 무조건 더 재밌고 느낌이 산다고 하는 경우를 봤는데, 물론 3년의 체류 경력이라는 것은 언어에 있어서 굉장히 도움이 되는 것이겠지만.. 사실상 그네들도 저만큼이나 그 책에 모르는 단어가 많더라는 걸 알고는 어느 정도는 그들의 우월 의식이 아닌가 싶기도 하더라구요. 일단 무언가를 묘사하는 문장에 모르는 단어가 상당히 끼어 있는데 번역서를 보는 것보다 그렇게나 더 이해도가 높고 재미가 있을 리가 있나 싶구요 -_-;
저도 아주 몇 안되는 책을 -_- 영어로 봤습니다만, 번역서로 보는 것이 언어의 뉘앙스 등을 이해하는 데 약하더라도 번역서가 원서보다 n배 빨리 볼수 있다는 점에서 그 뉘앙스 정도의 단점은 충분히 극복되고도 남는 거 같습니다 -_-; 영어공부 하려면 원서를 읽긴 읽어야겠지만요. orz

영어가 계급이란 말, 확실히 맞는 거 같습니다. 주위에 외국서 적당히 살다 온 친구들이 좀 많은 편인데; 그들의 우월감이랄까. 이런 것도 상당하더라구요. ;; 영어 쓸 필요가 없는 문장에 영어를 쓴다든지, 그냥 한국사람끼리 말할 때 영어 단어가 들어가는 데 필요 이상으로 굴린다든지 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_-
Commented by 아즈 at 2007/06/12 01:09  r x
희진/ '번역서가 원서보다 n배 빨리 볼 수 있다' 역시, 멋진 표현이군요ㅎ

여튼, 저도 희진님 말씀에 참 동의하는 게, 번역서를 폄하하는 사람 치고 타인의 지적생활을 향상 시켜 주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은 거의 못 봤습니다. 대부분이 자신의 언어능력을 과시하는 데에서 그치기 때문에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간혹 있긴 합니다. 각종 번역서 비교분석해서 읽을만한 번역서 꼽아주시는 분도 봤습니다.)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면, 해당 번역이 어떤 점이 문제이고, 어떻게 개선해야 더 좋은 번역이 되어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가를 고민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번역작업을 폄하하고, 자신의 언어능력만을 과시하는 데에서 그친다면 세상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것 아닙니까? 게다가 해당 언어를 사용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해당 번역서가 '무엇이 왜 문제인지'조차 모르고, 3급 텍스트를 읽는 사람 취급을 당하니 허탈할 수밖에 없지요. 이런 식으로 나가서는 한국어로 된 서적을 통해 한국어 문화권의 지적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에 한계가 있을 것이고, 따라서 번역 작업을 폄하하는 사람의 지적 생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점점 갈수록 영어에 의한 계급화가 심화되는 느낌입니다. 요즘 인문사회계열 전공하신 분들을 많은 수가 영어는 필수고 기타 외국어 한두 개 정도를 옵션으로 하시더군요. 자연계열에서도 영어는 필수가 되었지요. 국제어로서 영어의 필요성은 분명히 존재합니다만, 이것이 국민 모두가 가져야할 기본소양이 되어야 하는가의 여부는 고민해보아야 할 사항입니다. 현재는 영어가 '모든' 국민의 기본소양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영어로 인한 계급화가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많은 일본 친구들이, 그것도 몇 년씩 장기여행을 하는 여행자들까지도 영어를 그렇게나 못 하는 것을 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Commented by ibo at 2007/06/12 08:41  r x
으아...동감합니다. 사실 (내가 읽을 수 있는 한도내에서) 원서 읽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살짝 찔리는 구석도 있지만; 내가 번역서를 비판한 건, 실제로 일어를 몰라도 문장이 이상하다고 계속 짜증내는 사람들이 많은 일부 만화나 소설 등에 국한됐으니 덜 찔려도 되겠지요...^.^;; 그래도 언어에 대해 '아는' 만큼, 유려한 번역을 볼 때면 원저자 못지 않게 번역자 정보도 다시 보고 무척 감탄하게 되던데. 그런 의미에서라도 '난 원서만 보겠다!'는 이들은 '좋은 번역서를 추천하려는' 등의 노력을 하는 게 맞겠지..
그러고보면 '번역본보단 원서를 봐라'란 주장을 특히 보수언론매체 사설이나 기고 칼럼 같은 데서 자주 본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언어 공부에 대한 동기유발을 위해 읽는 건 상관없지만 그 방식을 전국민에게 강요하는 건 암만 봐도 오만 같아. 각종 영어 관련 전공하는 사람 중에 유달리 '난 너희보다 잘났다'는 뽀스를 풀풀 풍기는 사람들을 많이 본 것도 생각나고... 특히 우리 수학교육과처럼 영어 싫어하는 사람들로 똘똘 뭉친 과 사람들을 깔보듯하는 게 아주..=.= 막상 얘기해보면 영어 '말고' 다른 소양은 별로 안 갖추고 있는 사람들도 있더만..

여담이지만 그래도 김난주씨의 몇몇 번역본은 좀 참기 힘듭니다. 확실히 일어 아는 사람들이 유명한 번역가들을 깎아내리는 것은 일어를 그 정도로 모르는 사람들에겐 충분히 '유세하는' 걸로 보일 수 있지만, 그게...개인적으로 짜증이 치미는 건 어쩔 수 없어;; '좋은 번역가라면 이런 표현을 이렇게는 바꾸지 말아야 한다' 싶은 게 너무 많이 보이는 게- 심지어 어떤 소설에서는 김난주씨가, 남자주인공 이름이 한자로만 나와 있어서 '음, ㅇㅇ라고 읽겠군'이라고 생각하고 읽었는데 소설 맨 끝쯤에서 자기가 잘못 생각한 걸 깨달았다는 거야. 원래는 ㅁㅁ이었다고. 그런데 그 이름으로 바꿔 번역하면 자기가 형성해 온 이미지가 깨진다고, 잘못 생각한 이름으로 그냥 썼다는 거야. 이런 건 충분히 독자를 기만하는 처사 아닐까?
요런 이유로 개인 블로그 같은 데서 '번역이 이게 뭐야~ 크릉크릉' 요러는 사람들 보면 그저... 긍휼히 보아 넘겨주십사...^.^; '번역된 텍스트의 질을 향상시킬' 의지도 의지지만, 그럴 '힘'이 없어서 개인 블로그에라도 끄적대고 있는 것이니...;
Commented by 으악 at 2007/06/12 23:52  r x
이보시게님께// 김난X 번역 뭐같다는데 마구 동의해요. 이 사람 때문에 보고 싶은 책도 안 볼 정도예요. 일문학 박사 진짜 맞대요?? 근데 왜 이렇게 번역을 많이 한대요? 이 사람 번역한 책 읽다가 다른 사람이 번역한 거 읽으면 아우 안구가 정화되는 느낌이에요. 제발 번역 안했음 좋겠어요 제발 제발 제발 부탁이니까
Commented by 아즈 at 2007/06/13 23:38  r x
ibo/ 나는 과학분야 관련 번역작업을 해본 경험이 있는데, 번역이란 것은 스토리라인을 제대로 옮기는 것이 90%이고, 그외의 것들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10%라는 느낌이 강해. 왜냐하면, 언어 시스템이 다른 상황에서는 문장과 문장, 단어와 단어 사이에 1:1 대응이란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지. 경험 상, 가장 좋은 번역은 스토리를 완전히 이해한 후, 원작의 스토리라인에 페이스를 맞추어 새로운 원고를 써내려갈 때 나왔던 것 같아. 아무래도 직역 수준으로 가면 문장이 매끄럽지도 않고,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들거든. 그래서 번역가의 스타일이 번역문에 많이 들어가게 되는 것 같고. 김난주 씨의 경우는, 말이 나와서 네이버랑 구글에서 검색해보니 반응이 극과 극이더군. 엄청 팬인 사람과 싫다는 사람. 주인공 이름 관련한 것은 '낙하하는 저녁'인 것 같던데. 이렇게 명백하게 '의도적'으로 오역하는 경우는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신용카드'로 번역할 것을 '크레디트 카드'라고 썼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던데, 이런 것은 취향 문제인 것 같고. 크레디트 카드라고 쓴다고 뜻이 통하지 않는 것도 아니니까. 오히려 일본어 느낌상 저렇게 번역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고. 여튼, 김난주 씨 팬들도 상당해서 나는 꽤 놀랐음. 아무래도 번역작품이 많아서 그런 걸까, 싶기도 하고.

뭐, 번역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정말로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혹시라도 비판한다면 '무엇이 왜 문제인지' 언급해준다면 번역서를 읽는 사람이 그 점을 고려해서 읽을 수 있겠지. 번역하는 사람들이 참고하고 좀더 좋은 번역으로 개정판을 내줄 가능성도 있겠고. 그냥 '번역이 이게 뭐야'라고만 하고, 무엇이 문제인지 언급하지 않는다면, 그저 개인 취향에 맞지 않아서 싫다고 비난하는 것으로밖엔 생각되지 않는 듯.


으악/ 그 정도인가(..) 난 뭐 딱히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하지 않아서 모르겠네. 난 김난주 씨 번역서 중 하루키의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이랑 바나나 작품들 좀 읽어본 것 같음. 번역서만 읽었을 때는 '중대한' 문제점은 딱히 발견할 수 없었던 기억이 ..
Commented by ibo at 2007/06/14 08:26  r x
앗 혜은님 오랜만이어요u//u 사실 저도 누나의 심각한 포스팅에 댓글을 달다 보니 표현을 많이 순화한 것이 아니겠습니까..........진짜 '아, 번역계는 90%가 연줄이구나?????^^'
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수많은 번역가 중 한 분이죠; >으악

ㅇㅇㅇ! 번역작업에 대한 코멘트 아주아주 동감. 1:1은커녕 "절대로 다른 언어로 옮길 수 없는 표현"이 산재하는데, 내가 김난주씨 등 요즘 만연하는 번역가들의 번역서에서 자주 발견하고 눈쌀을 찌푸리는 게 바로 "우리나라 맥락에 맞지 않는 직역체를 그대로 쓰는 것". 크레딧 카드도 그 예겠지. 김난주씨의 그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건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그 사람들이 일어를 익히고 원문으로 보면, "아니 뭐야, 우리나라판으론 그렇게 유난떠는 표현 같더니 사실 이렇게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말들이었던 거야?" 하고 놀랄 거야;; 번역가는 모국어를 정말 잘 해야 한다고, 그래서 외국어 표현의 미세한 느낌들을 최대한 살리는 동시에 모국어에 없는 표현을 모국어 표현상의 맥락에 맞게 할 줄 알아야 한다고(적어도 노력은 해야 한다고) 굳게 믿기 때문에.
쓰다 보니 생각난 예; 『반짝반짝 빛나는』에서 "코안트로 맛 슈크림". 코안트로가 뭘까 진짜 궁금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cointreau / 우리나라 표기로는 쿠앵트로... 오렌지맛 리큐르...ㄱ- '쿠앵트로'를 가타가나 표기로 쓰다 보니 발음이 저렇게 된 거지만서도... 아무래도 자기도 모르는 단어니까 대충 바꾼 거라는 의심이 강력히 드는 게 아주 -_-;; >누나
Commented by 으악 at 2007/06/14 14:12  r x
넹 반가워용~~ 처음엔 전 제가 꼴에 일어 쫌 안다고 까다롭게 구는 거겠거니 해서 잠자코 있었는데 번역이 참 깔끔하게 된 다른 일본소설을 읽어보고 그게 아니구나 하며 허벅지를 쳤어요. 단언하는데 번역 미칠듯이(이런 극단적인 표현 참 거시기하긴 한데 그 사람이 지금 일본소설 번역계를 잠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별로 죄책감도 안 들어요. 게다가 박사학위까지 받으셨고) 거지같잖아요. 읽는데 흐름 뚝뚝 끊기게 하는 문장이며 어색한 단어 사용이며 오역도 가끔 눈에 띄고. 특히 직역이 문제인데, 제가 소설류의 경우에 읽기 편한 번역을 선호하는 편이라 그런 건진 몰라도, 한 번에 쭉 읽어내릴 수가 없게 해요. 말 쓰임새가 어색해서 두 번 세 번 다시 읽어야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있게 하잖아요. 무슨 깊은 의미를 담고 있어서 곱씹게 하는 게 아니라 --; 아악 열받아 열받아 열받아!!!!!

크레딧카드 말고 텔레폰카드도 있죠 ㅋㅋ 술집 주인이란 뜻의 마마를 엄마라고 해놓질 않나 ㅋㅋ (제가 바나나의 '키친'을 무지 좋아해서 이렇게 열을 내는 거예요 --;;;;)

--에게, 중대한 문제가 없어 보이는건 원래 일본소설은 이렇겠거니...하고 접해서 그런걸지도 모름...
Commented by 아즈 at 2007/06/14 23:33  r x
ibo/ 난 '크레디트 카드' 같은 것은 별 문제 없는 것 같은데. 일본애들은 외국어 그대로 가져다 쓰는 일이 우리보다 더 많은 느낌인데, 네이티브들이 느끼기에도 그런 단어들이 일상적이긴 하지만 여전히 외국어의 느낌이 조금은 남아있지 않을까 싶다는. 예를 들어, 우리도 '컴퓨터', '(핸드)폰', '카드' 등등의 단어를 쓰는데, 이게 외국의 것이란 느낌이 남아 있으니까. 뭐, 내 느낌으론 '크레디트 카드' 정도는 크게 문제가 없는 것 같고. 아, 그리고 '크레딧'이라고 안 쓰고 '크레디트'라고 쓴 것은, 검색하다가 '크레딧'이 아니라 '크레디트'라고 번역했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보았기 때문이지; 여튼;

하지만 cointreau 같은 것은 확실히 문제네. 프랑스어 조금 공부해본 입장에서 말해보자면, 대강 발음은 '꼬앙뜨로'가 비슷할 것 같음. 근데 프랑스어는 r발음이 무지무지 이상해서 -_- 그것 빼고는 뭐. cointreau도 검색해보니 '코안트로'를 포함해서 '쿠앵트로', '코앙트로' 등 다양하게 나오네. 하지만 국어사전 찾아보면 '쿠앵트로'라고 나오니까, 여기에 맞춰서 쓰는 것이 타당하겠지. 이런 것은 사전 좀 찾아보고 표기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나도 이렇게 국어사전에 나온 외래어/외국어까지 자기 맘대로 표기하는 것은 별로 좋지 않은 태도라고 생각하고. 이런 경우 발견하면 '사전도 안 찾아보고 번역하나'라는 생각이 드니까.

근데 김난주 씨는 학부 국문과 출신인 것 같던데 왜 그럴까나..


으악/ 확실히 김난주 씨가 엄청나게 많이 번역하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런 면에서 건전한 비판은 필수적인 것 같고. 근데 '키친' 좋아한다니.. 으음(..) 김난주 씨 번역서들은 확실히 네가 말한 대로 '일본소설은 이렇겠거니' 생각하고 넘어간 탓도 있는 것 같아. 하지만 김난주 씨가 번역한 하루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은 몇 번이나 읽었는데, 이건 딱히 문제 없었던 느낌. 문학사상사에서 안 나온 몇 안 되는 하루키 작품이라 김난주 씨 번역본으로 읽었는데 말이야. 뭐, 하루키는 개성이 강해서 누가 번역하든 그렇게 많이 달라지지 않는다, 라는 의견도 보긴 했는데.

'텔레폰 카드'는 조금 심한 느낌이고, '마마'는 확실히 문제인 것 같구만. 유익한 정보 고마워~ 뭐가 문제인지 알아야지 일차적으로 비판에도 동의할 수 있고, 더 나아가 해당 작품 읽을 때 지적한 점을 고려하고 읽을 수 있어서 더 나은 이해를 할 수 있는 것 같아. '키친' 읽을 때 지금처럼 '마마=술집주인'인데 '엄마'로 오역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 한결 낫겠지.


ibo&으악/
댓글에 문제의 소지가 있는 번역 사례를 들어준 것, 정말 유익한 듯:) '이런 표현이 문제가 될 수 있구나'도 알 수 있고, 완전히 오역한 것은 그 사실을 알게 되어서 해당 텍스트 읽을 때 참고할 수도 있고.. 다들 이렇게만 비판해주면 얼마나 좋아!
Commented by 으악 at 2007/06/15 00:15  r x
왜!! 키친이 뭐가 어때서!!! 어때서!!! 흥흥 >.< >.< ㅠㅠ
일어는 특히 영어보다도 어설프게 공부한 오타쿠들이 많아서 쓰잘데기없는 걸로 걸고 넘어지는게 많은거 같음. 머 나 역시 어설프게 공부한 오타쿠 중 하나지만.
Commented by ibo at 2007/06/15 00:32  r x
마마 엄마.....ㄱ- ㄱ- ㄱ- ㄱ- ㄱ- ㄱ- ㄱ- ㄱ- 심하군요 진짜........... 김난주씨 사실은 오역가다!!!! 성토위원회 이런 거라도 만들어서 홍보책자 뿌려야 하나.... 고등학교 땐가 선생님께서 "외국책 번역된 거 읽으면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고 몇 번을 봐도 안 들어오고 그러지? 그게... 너네가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고 번역을 잘못해서 그런 거야 번역을..." 이라고 하셔서 '앗, 내 잘못이 아니었구나!' 하고 깨달았던 기억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가운데

긍정적인 피드백 감사합니당ㅎㅎ 누나의 "다들 이렇게만 비판해주면 얼마나 좋아!"란 마지막 말이 왜 이리 깜찍하게 들리는가~*
Commented by 아즈 at 2007/06/16 01:14  r x
으악/ 뭐 어떤 건 아니지만; 으악이 키친이라니 뭔가 너무 풋풋한걸(..) 후훗. 너 시험 끝나고 가츠동이나 한번 먹으러 가자구.

ibo/ 번역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독자로서 노력합시다~ 한국어 문화권의 수준이 더욱 높아지면 좋겠어.

     
 


선택에 대한 접근방법
2007/04/15 00:19 | Thoughts/Essay & Article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선택에 직면하고 있고, 그 하나하나의 선택에 따라 많은 것들이 변하게 된다. 한 인간으로서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지만, 많은 것을 할 수는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가? 이런 식의 선택을 하고, 그것을 실행할 특정한 방법을 결정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 과정이고, 때문에 그에 대한 실용적인 접근법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했다.



1. 시작: 기본적으로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내용이다. 개인적으로, Top-down 방식으로 이런 일을 처리해와서인지는 몰라도, 기본적으로 특정 행위와 연결되는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행위는 특별한 가치가 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나는 대부분의 것들에 대해 흥미가 있지만, 모든 것을 하고 있지는 않다. 어떤 것을 충분히 알게 되면 대부분 흥미가 생기곤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에게 있어서 일정 수준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게 되면 그것을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이 사라지게 된다.

나 자신의 케이스를 연구해보면 다음과 같다. 내가 좋아하고 가치를 느끼는 몇 가지 항목에 대해서 연관되는 가치를 서술했다.

a. 물리학은 자연법칙을 탐구하는 학문으로, 자연이 어떻게 행동하는가(How Nature behaves)를 밝히고자 한다. 이 세상에서 시공간을 초월한 가장 기본적인 대상인 자연을 다루고 있다는 면에서 존재상의 본질적인 의문을 안고 있는 인간에게 어떤 위안을 제공한다.

b. 문학은 이야기를 다루는 것으로, 사회, 인간, 문화, 관습 등을 모두 포함하는 소우주적 성격을 띠고 있다. 수백 년이 지난 문학을 읽고도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이 시간을 초월하는 어떤 공시적인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c. 미술과 음악은 예술이라는 점에서는 문학과 비슷하지만, 좀더 개인적인 것을 좀더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특성을 가진다. 예술의 속성은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말에 축약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시사점: a, b, c에서 나열한 가치들은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은 근본적인 가치를 가지는 것이 공통점이다.



2. 기본 가치를 현실에 어떻게 연관시킬 것인가?

이론이 있다면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도구가 있어야 한다. 추상적인 기본 가치를 현실에 어떻게 연관시켜 '선택'이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1에서 시사점을 뽑아내는 방법의 역과정을 생각해보자. 시사점을 i라고 하면, a->i, b->i, c->i가 성립한다. 즉, a, b, c는 i에 포함되는 일종의 부분집합이다. 따라서, i에 속하는 부분집합이 무엇이 있는지 고민해보면 a, b, c에 더해서 좀더 다른 옵션들을 발견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옵션들을 가치(i)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목표로 설정할 수 있다.



3. 현황파악 및 취사선택

선택을 한다는 것은 미래에 대한 방향을 잡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미래는 과거와 현재의 기반 위에 세워진다. 이것은 개개인에 따라 상당히 다르다. 아프리카인과 한국인의 미래 설계는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스스로에 대한 벤치마킹 스터디를 먼저 해야한다.

a. 나의 과거 이력은 어떠하였는가?

나는 어떤 가치(why)를 추구해서 무슨 일(what)을 어떻게(how) 해왔는지 파악한다.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무엇을 하기 싫었는지, 무엇을 할 수 있었고, 무엇을 할 수 없었는지 면밀하게 검토한다. 또한, 특정 일을 어떻게 수행했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파악해본다.

b. 지금의 나는 어떠한가?

나는 지금 무엇을 추구하며,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생각해본다.


a와 b를 바탕으로 2에서 파악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 무엇을 해야하는지 생각해본다.

이 과정을 지나면 모든 것이 전략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된다.
즉, 이 단계가 끝나면 1. 가치에 대한 판단이 끝났고, 2. 그것을 실행하는 실질적인 토대에 대한 파악이 끝났으므로 '어떻게' 실행할지만 연구하면 된다. 따라서, 명확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반복한다.



3.5 Comments

1에서 3까지의 과정은 꽤 반복을 해야할 것이다. 왜냐하면 일단, 가치를 선정하는 부분이 쉽지 않다. 인간은 동시에 수많은 가치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우선순위라는 것이 있고, 인생에는 pay-off라는 기본적인 룰이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선택할 수 없고 몇 가지만을 추려내야 한다. 자신의 현황을 파악하는 단계에 오면 또다시 고민에 휩싸이게 된다. 즉,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가치가 자신에게 꽤 중요한 것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다시 가치를 선정하는 부분으로 돌아가서 같은 작업을 반복해본다.

그러나 기본적인 법칙은, 모든 것을 전부 선택할 수는 없다. 이것이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다.



4. 그 후의 과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단계별로 작성한다. 한달 이내에 달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목표까지 세분화하고, 이것을 적절한 분배를 통해 실행하면 된다. 이 글에서는 선택과정에 대해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 과정까지 세세하게 다루진 않는다.



v0.1
15 April 2007

Tag :
Commented by 재문 at 2007/04/17 15:18  r x
keep it up~! :)
나 역시 미래가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과정하에 좀 또렷하게 보여지길 바라는데, 실제 인생은 이리저리 나풀나풀 흐느적거리다 보면 정해져버리는게 많은 것 같아. 조심해야지. ㅎ
Commented by 재문 at 2007/04/17 15:22  r x
얼마전에 단테가 그의 영원한 여인 베아트리체를 찬미하는 글귀 중에서 "많은 사람들은 무슨 뜻인지도 알지 못한채 그녀를 베아트리체라고 부르곤 하였다"라는 말이 있더군.
What's the meaning of '---'?
너 자신은 알고 있니?
Commented by 아즈 at 2007/04/17 22:25  r x
개인적으로 방법적인 전략을 세우고, 옵션들을 작성하는 것이 상당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최근, 내가 작년 4월에 전역 후의 계획에 대한 옵션을 짠 글을 발견했는데 어쩐지 감동했달까.(Sentiments-Article; Where I am: my present and plan / 링크: https://beautyfactory.blog/zboard/zboard.php?id=article&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58)

물론, 세 가지 옵션 중에 당시에는 가장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했던 '여행에 올인' 옵션 대로 인생이 흘러갔지만, 어쨌든 덕분에 세부적인 전략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고, 그때 생각했던 대로 3개월 회사, 3개월 여행을 비교적 별 문제 없이 실행할 수 있었다.
Commented by 아즈 at 2007/04/17 22:34  r x
Meaning에 대해서는 파인만이 많이 언급했었지. 결국 이름이 아니라 본질을 알아야 한다고. 그러나 '본질', '의미'라는 단어는 상당히 추상적이고, 그것에 접근하는 방법으로는 파인만식의 실용적인 접근방법이 유용하다고 본다. 스스로에 대한 벤치마킹 스터디를 함으로써 나 자신의 의미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되는 거랄까.

최근에 성질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중력 분포나 기타 간접적인 증거로 보았을 때 질량의 부족을 메우기 위해 존재해야만 하는 'Dark Matter'라는 게 이쪽 전공하는 사람들의 테마 중 하나지. 사람들은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 하지 않는 입자'들을 제안하기도 하지만, 결국 아무런 상호작용이 없다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본질이라는 것은 결국 Properties로부터 유도될 수 있는 게 아닐까 ..

점점 철학적인 이야기가 되는 듯 싶어 이만 줄임;
Commented by 아즈 at 2014/12/07 19:50  r x
http://www.letssarm.com/goodchoice/

     
 


비전과 전략
2007/04/01 00:16 | Thoughts/Essay & Article

미래를 계획하는 데엔 첫째로 목표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목표는 최대한 구체적일 필요가 있다. 우선, 큰 그림을 그리고, 단계별로 필요한 과정을 구체적으로 파악한다. 그리고 그 단계 하나하나씩을 해가면 된다.

전략이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과정에 대한 전략이 있고, 다음으로 실행에 대한 전략이 있다. 전자는 최종 목표를 위해 '어떤 단계'를 거쳐야 효율적인가를 판단하는 것이고, 후자는 '어떻게' 일을 처리해야 효과적인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목표에 대한 실행은 위와 같은 단계를 거치면 상당한 수준으로 구체화 할 수 있다. 하지만, 뭐든 마찬가지지만 시작이 가장 어렵다. 과연 '목표'라는 것은 어떻게 정하면 좋은가. 방향이 정해지지 않거나 명확하지 않다면 비전 제시에 실패하게 되어 향후 과정 실행의 동력이 상당히 약해진다.

그렇다면 '방향'을 정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나 역시 최근에 이 문제에 대해 상당히 고민하고 있어서, 여기에 접근하는 전략을 생각해본다. 여기에서도 큰 틀은 과거-현재-미래를 관통하는 전체적인 그림을 먼저 그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1) 자신의 과거 이력을 파악하고, 무엇을 해왔는지, 무엇을 할 수 있었는지를 살펴본다.

(2) 자신의 현재를 파악한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3) (1)과 (2)의 정보를 토대로 미래를 그려본다. 여기에 대해서는 해당 정보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다방면에서 일정 범위 이상의 성취를 한 사람들의 조언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 '전술'에 가깝고, 전체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전략'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물론, 여기서 많은 사람들의 조언을 구하는 부분은 단시일 내에 구체적인 방법을 정해서 시도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비전은 어떻게 제시할 수 있는가? 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내게 있어서 핵심 가치는 무엇이고,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하는 것을 먼저 구체화시킬 필요가 있다.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기본적인 목적이다. 그러나 기업 역시 사람이 만드는 조직이므로 조직원들이 공통적으로 가져야할 기본적인 가치라는 것이 존재한다. 학교에서의 교훈, 가정에서의 가훈과 마찬가지로 기업에도 '사훈'이란 것이 있다. 그렇다면 내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 기본적으로 중요시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현실에 적응한다는 말은 나의 핵심가치를 바꾼다는 말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나의 핵심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구체적인 전략과 전술을 개발해야하지, 핵심가치를 바꾼다면 내 미래에 대한 비전제시에 실패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이제 무엇을 해야하는가. 내 인생의 핵심가치는 무엇인가.

Commented by sun at 2007/04/04 20:17  r x
시작이 가장 어렵다 ㅠ 공감, 난 이제 한발자국 옮겼다는 생각 !
그동안 오빠 만나면 물어봤던것에 대한 명쾌한 답인듯 :D

     
 


Looking back
2006/11/22 22:46 | Thoughts/Essay & Article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 지도 몰랐는데 벌써 가을이 끝나가려 하고 있다. 내 기억은 아직 여름에 남아 있는데. 그 뜨거웠던 여름, 전역을 하고, 5시간이지만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 트럭 때문에 애를 먹었고, 한강물에 열심히 빠져가면서 윈드서핑을 익혔다. 그리곤 곧 첫 회사생활. 주로 파견 나가서 일하는 컨설팅 업계 특성상, 컨설팅 업계의 생리와 고객사인 대기업의 생리를 둘다 체험해볼 수 있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자료조사를 하는 법, 논리적 사고, 도안 구성법, 그래프 종류 선택하는 법, 트렌드와 경쟁구도를 파악하는 법 등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것들을 좀더 갈고 닦을 시간이 부족했지만. 그리고 별 어려움 없이 사설 경제연구소 중 최고라고 꼽히는 곳에서 일하게 되었다. 글쎄, 좋은 곳이었지만, 그다지 흥미가 있지는 않았고, 일도 신나거나 높은 수준의 지적 능력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었다. 뭐, 나쁘지는 않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만. 이력서에 눈에 띄는 한 줄 기록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또다른 기업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는 것 정도를 얻은 게 아닐까.

그래서, 지금 내게 무엇이 남았는가. 돈은 그다지 충분히 벌지 못했다. 여행자금이 부족하다. 그 때문에 계속 추가로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하느라 아둥바둥 했지만, 그게 오히려 더 스트레스가 되는 것 같다. 일단 떠나서, 자금이 떨어지면 조금 일찍 귀가하면 된다. 적어도 내겐 돌아올 곳이 있으니까. 편하게 생각해야지. 돈 때문에 생각할 여유도, 여행을 충분히 준비할 시간도 빼앗기고 있는 것 같다. 재정적으로 넉넉하지 않으면 여행도 생각할 수 없는 거겠지만.

그리고 파트타임이 아닌 풀타임 직장생활 경험을 가지게 되었다. 직장이란 것도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더라. 세상엔 알아갈 수록 그리 대단하지 않아지는 것만 널린 걸까. 어쨌든 나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그리고 Resume와 Cover letter를 작성해 보았고, 수차례 인터뷰를 받아보았다. 그리고 실제로 일을 해보았다. 경험이란 것은 귀중하다.

지금 있는 곳에서의 일도 이제 이틀만이 남았을 뿐이다. 다음 주에는, 특별한 일이 없다면 추가 수입을 얻는 것을 포기하고, 좀더 여행준비에 집중해야겠다. 처음에 세 달을 가겠다고 마음 먹은 것 때문일까. 그 기간을 채우기 위해 자금을 더 마련하려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애초에 여행을 가려고 했던 열망을 잃어버리고 있는 느낌이다. 다시 한번, On the Road를 보며, 다른 이들의 여행을 보며, 나는 왜 여행을 가려고 했고, 왜 지금이 '떠나야만 하는 때'인가 생각해 보아야겠다. 사람들에게 '대단하다', '멋있다' 따위의 말을 듣고 싶어서 장기간 여행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 '인생을 살면서 때론 떠나야만 하는 때가 온다'. 지금이 그 때라면, 나는 왜 떠나야 하고, 떠나서 무엇을 하고자 하는 건지 다시금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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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카시스 at 2006/11/25 21:53  r x
여행을 혼자 다니다보면 절대로 볼 수 없었던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되돌아보고... 그래서 참 좋은 것 같아요. 많은 것들을 보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가면서 정체되어있던 자신이 해방이 되는 느낌이랄까요? 종종 정말로 자신이 우물안의 개구리라고 느껴질 때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세상은 넓다고 느껴지면서 즐거워져요.^^
Commented by 아즈 at 2006/11/26 02:13  r x
동감이예요. 혼자 모든 것을 해보았다는 것은 정말 굉장한 일이지요. 여행을 가면 새로운 자극이 많아져서, 일상에서 일주일이나 한달, 혹은 일년은 살아야 얻을 수 있는 경험치를 하루면 얻어낼 수 있죠. 거기에다 세상은 넓다는 자각. 그 느낌이 참 좋아요. 아마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는 것도 그 때문인 것 같아요. 내가 평생 알아가도 다 알지 못하는 세상이 있다는 사실이 참 풍요롭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매너리즘에는 여행이 좋은 치료약이 되어주는 것 같습니다. 카시스님도 겨울에 여행 가시죠? ^^

     
 


순수학문의 위기
2006/10/30 22:19 | Thoughts/Essay & Article

이공계의 위기니, 인문학의 위기니, 순수학문의 위기니 하는 말들은 정말 많다. 뭐라고 한마디 덧붙이지 않아도 될 정도다. 현재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기득권을 잃을 위기 때문에만 이런 '위기'들이 이슈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순수학문을 '별로 쓸모는 없지만 어쨌든 존재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순수학문은 호기심에서 출발한 순수한 목적의 학문으로, 응용학문처럼 실용적인 쓰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지적인 호기심과 그 너머에 있는 진리 추구에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실용학문처럼 바로 재화를 만들어내긴 힘들다. 하지만 경제논리로 접근할 때, 응용학문은 순수학문에서 밝혀낸 산출물들을 현실에 적합하게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순수학문의 기반이 없이는 응용학문의 발전에 한계가 있다. 이런 논리가 아니라면 순수학문에 재화를 투입한다는 것은 대다수의 동의를 받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1년여 동안 입자물리학 분야에 계속 펀드를 제공할 것인지에 대해 다각도로 평가한 후, 바로 올해 결과를 발표했다. 결론은, '입자 물리학은 다른 분야에 지적이고 기술적인 진보를 유발한다'. 그 결과로 입자 물리학 분야에 대한 투자는 계속되게 되었다.

그렇다면 현재의 순수학문은 어떤 식으로 다른 곳에 진보를 유발하는가? 여기에 대해서 나는 순수학문을 하는 사람과 정책을 만드는 사람 둘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순수학문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학문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경우가 있다. 여기에 관한 몇 가지 착각을 지적하고 싶다.

첫째, 순수학문이 학문 중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착각. 말장난이라고 생각한다. 기초적, 근본적이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구과학보다 생물학이, 생물학보다 화학이, 화학보다 물리학이 더 기초적이고 근본적이기는 하지만, 더 중요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의 논리로, 응용학문보다 순수학문이 더 기초적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학문적인 중요성을 담보하지는 못한다.

둘째, 순수학문을 하면 별다른 노력 없이도 다른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착각. 이와 유사한 착각으로, 공대생들이 수학 베이스를 가지고 금융이나 경영 등 상경/인문/사회 계열로 진출했을 때 특별한 노력 없이도 뛰어난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착각이 있다. 분명히 적절한 조건에서 이러한 크로스오버가 플러스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순수학문이, 공대 베이스가 다른 분야에서 플러스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대단한 착각이다. 다른 분야에도 그 분야만의 룰이 있고, 지적 체계가 있고, 요구하는 능력이 있다. 이것을 그 분야 사람들만큼 체득할 수 없다면 어떤 시너지 효과도 낼 수 없다. 분명히 순수학문을 베이스로 응용분야에 진출했을 때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는 경우가 있겠으나, 이것은 순수학문 전공자가 두배로 노력을 했을 경우이다. 기초와 응용을 모두 알면 당연히 뛰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러한 연결고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시너지 효과를 논하는 것은 무리다.

다음으로 정책을 만드는 사람, 시스템을 짜는 사람의 문제를 생각해보자.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당신들은 멍청하다. 1년 앞은 내다볼 수 있을지 몰라도 10년 앞을 내다보지는 못한다. 실용이란 것, 응용이란 것은 시시각각 변한다. 오늘 TV에서 나오는 광고와 10년 후에 어떤 매체를 통해 나오는 광고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오늘 당신이 쓰고 있는 핸드폰과 10년 후 당신이 쓰고 있을 어떤 통신수단은 분명히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공통적인 '무엇'이 있고, 그것을 탐구하는 것이 순수학문이 하는 일이다. 따라서 장기적인 관점을 가진다면 순수학문과 응용학문을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그것을 토대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오직 오늘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만을 생각하는 당신들은 멍청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순수학문 전공자들에게 하나의 의문을 던지고 싶다.

과연 순수학문 전공자를 어떤 식으로 이용해야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겠는가? 순수학문 전공자들이 하는 말처럼, '순수학문 베이스가 무슨 일을 하든 도움이 된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이, 얼마나, 어떻게' 도움이 되는가? 여기에 대한 해답을 찾고, 그것을 대중에게 납득시키는 것이 결국 순수학문을 '위기'에서 구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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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통일부 관료의 통일관
2006/10/21 20:35 | Thoughts/Essay & Article



정말 충격적인 영상.
BBC가 출처인 것 같은데.

* Features:

- 북한 군인은 북한이 공격 당하려 하면 바로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함
- 한국은 핵무기 보다는 생화학무기를 좀더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음
- 북한은 죄수들을 대상으로 생화학무기 실험을 해오고 있음. 구체적인 실험방법 설명이 나오는데, 가족 단위로 실험실에 넣는다고 함. 해당 방송사는 2002년에 이루어진 실험에 대한 Top Secret 문서를 입수했음.
- 한국 통일부 관료는 북한 체제 붕괴 및 북한 주민 망명을 원하지 않는다며, 현재 김정일 정권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봄.


"박찬봉 통일부 정책심의관"
- Interviewer

"북한 국민의 망명에 찬성하지 않습니다."
- 왜죠?
"그보다 망명을 하지 않도록 북한의 상황을 돕고 싶습니다. 그게 저희 주 안건이죠"
"북한 체제를 바꾸는 게 아니라요, 북한 정부와 협력 하에 북한을 돕고 싶을 뿐입니다."
- 북한 체제는 무관하구요?
"네"
- 김정일이 물러나길 바라지 않으세요?
"그러니까, 북한 체제 변화는 저희 목표가 아니란 거죠."

...

- 북한과 그들의 인권 문제에 관해 논하신 적 있나요?
"북 인권 문제는 우리도 염려되지만 북측에서 해결하겠죠. 양국 회담에서는 좀더 시급한 과제를 논의합니다."


통일부 관료가 외국 TV에 나와서는 저렇게 말하고 다닐 줄 누가 알았는가. 국내 언론사 인터뷰라도 저렇게 말할 수 있었을까. 저기서 노출된 통일부의 통일관은, '통일은 필요하지 않고, 북한을 적당히 먹고 살게 유지시켜서 쓸데없는 이슈를 만들지 않는다' 같은데. 도대체 통일부는 왜 만든 건지.

인간 대상의 생화학무기 실험이라. 2차 대전 때 나치들과 일본인들이 자행하던 짓 아닌가. 그런 일이 현재, 우리 바로 옆에서 벌어지고 있다니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거기다가 이 나라의 통일 정책 리더라는 인간은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다. 똑똑한 사람이 없는 건지, 아니면 관료가 되면 그렇게 변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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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ibo at 2006/10/25 09:36  r x
.......;;;;

북한 사람들의 인식이 확실히 뒤틀려있다는 생각이 들어. 시민들 및 지식인들(직책이랑 나와있었는데 까먹었음)한테 북한 핵 실험에 대해 물어봤더니 "자랑스럽지 않습네까"라 되묻고, 동북아시아에 핵 무장이 전염될 우려에 대해선 "일 없습네다"라 잘라 말하는 시민들. 남한에서 경계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왜 그러지, 남조선 때문이 아닌데.." 라며 섭섭해했다는 신문기사 보니까 참.. 그렇더만.;

통일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면 자연히 미국의 대북정책에 반기를 들어야 할 텐데 그런 무리수를 뒤집어쓸 '관료'들은 보기 힘들겠지. 미국 이전에 언론들에게서 집중포화받고 질타받고...
Commented by 아즈 at 2006/10/25 19:31  r x
확실히 북한이 핵무장하면 일본 내부에서도 핵무장 논의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라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지. 도미노 같은 파급효과. 지금과 같이 핵보유국이 아닌 나라들을 계속 비핵화상태로 잡아두는 것도 힘들다.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터지겠지. 그 시기를 최대한 연기하는 것이 인류가 해야할 일이 아닐까.

미국이 한반도의 통일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다만, 현재 정부가 욕먹고 있는 것이, '미국의 대북정책에 호흥하지 않고 있다'는 것인데, '관료들이 적극적으로 미국의 대북정책에 반기를 들지 못한다'는 건 조금 동의하기 힘들다. 내가 볼 때는 미국은 대한민국 주도의 통일이 된다면 잃을 것이 없다. 미국이 한국, 일본과의 동맹관계를 현재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중국이나 러시아에 대한 견제 차원일텐데. 한반도 전체를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 놓을 수 있다면 오히려 환영하겠지. 적극적인 반대는 오히려 중국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통일을 추진하거나 같은 Korea로서 적극적인 교류를 추진하지 않을 거라면 통일부의 존재의의는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단순히 북한 정권을 유지시켜 위협 요소를 없애는 것이 목적이라면, 외교통상부가 북한을 '위험한 이웃국가'로 담당해서 처리하면 되지 않은가? 물론 이렇게 했다간 이산가족분들 등에게서 엄청난 반발이 예상되지만. 사실상 우리나라 통일부 관료라는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지. 영화 '한반도'의 내용이 황당하긴 했지만, 만약 실제로 대한제국의 진짜 국새가 발견된다면 영화에서처럼 '현 상태를 깨고 싶지 않아' 그것을 없애려는 인간이 있을 거다. 저 위에 통일부 관료라는 사람도 마찬가지야. 머릿속에 아무 것도 없어. 단지 현 상황을 유지해서 아무 일 없길 바랄 뿐이지.

     
 


만남으로부터 배우는 것들
2006/08/19 01:41 | Thoughts/Essay & Article

사람을 만나다보면 배우는 것이 많다. 책을 읽고, 공부를 하면서 익힐 수 있는 것들이 있고, 사람을 만나면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게 된다. 그것이 어떤 주제에 대한 생각일 수도 있고, 그 사람을 반면교사로, 혹은 역할모델로 삼는 경우도 있다. 어찌되었든 다른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나는 조금씩 성숙해져 가는 게 아닐까. 내 자신이 아직 어리다고, 혹은 조금은 성장했다고 느끼는 계기도 다른 이들과의 만남이다.



프로필은 무엇을 말하는가?

수업을 들으면서, 미팅이나 소개팅을 주선하면서, 혹은 학교나 직장 이야기를 하면서 어떤 사람의 프로필을 간단히 언급하곤 한다. 물리과, 통계과, 간호학과, 국문과, 의예과 같은 학과부터, 고대 미술학부 01, 연대 기계과 04, 서울대 산공, 성대 공대, 하버드, 컬럼비아 같은 학교 정보까지 보통 말하곤 한다.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은 삼성, LG, SK, 맥킨지 같은 회사 이름을 대기도 한다. 이런 정보가 과연 그 사람의 무엇을 말해주는걸까. 보통 이 정도의 이유일까?

A. 그 사람의 성취정도를 나타내준다.
B. 그 사람이 속한 단체를 보여줌으로써 성향의 일면을 파악할 수 있다.

A에 관해서는 상당부분 사실이라고 할 수밖에. 하지만 여기에는 학벌과 같은 복잡하고 논쟁적인 요소가 상당부분 포함되어 있다. 개인의 성취는 어느정도 범위에서 성취결과와 비례한다. 다만, 어느정도 비례관계가 있다는 것이지 완벽하게 1대 1로 대응하는 것은 아니다. 즉, 상관계수가 1은 아니다. 같은 현상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보면, 자신의 성취보다 더 나은 결과물을 얻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어쨌든 이런 상황에서는 결과가 과정을 말해주는 꼴이 되기 때문.

예를 들어, 전국 학생들 중에 10,000등을 해서 A대학 B학과에 들어간 친구 a가 있다고 치자. 그 대학 그 학과에는 15,000등을 해서 들어온 친구 b도 있다. 그런데 X라는 대학평가에서 A대학 B학과는 전국에서 1위로 꼽혔다. 한편, 전국에서 5,000등을 해서 C대학 D학과에 차석으로 들어온 친구 c도 있다. C대학 D학과는 X 대학평가에서 2위로 꼽혔다. 그렇다면 결과로 과정을 말하는 간단한 산수로는 a와 b는 비슷하고, c는 그에 비해 조금 못한 성취를 보여준 걸까? 물론, 20,000등을 해서 C대학 D학과에 들어간 d라는 친구는 a와 b에 비해 나은 성취를 보여주지 못한 거겠지.

이런 얘기, 꽤나 복잡한 양상이다. 진실은 0과 1 사이 어디쯤 있겠지. 나 역시 결과가 상관없다는 쪽도 어이없지만, 결과의 레벨이 1위라고 스스로도 1위인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싫다. 그렇다면 그 중간 어딘가에 판단 기준이 있어야 할텐데, 아쉽게도 나는 그만큼 성장하지 못했나보다. 분발하자.

B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 하지만 너무 일면만을 보는 건 아닐까. 물론, 일면이 전부인 인간도 있을 수 있겠지만. 대개의 인간은, 특히 다른 세상과 교류가 많은 인간은 상당히 많은 면을 자기 안에 가지고 있으니까. 그런 판단, 일종의 스트레오타입을 가정하고 있는게 아닐까. 조금 위험한 발상일 수도 있겠지만. 처음 시작으로는 썩 나쁘다고 할 수도 없을 듯 싶고. 하지만, 한 인간을 나타내기엔 상당히 부족하다. 무언가 다른 요소를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A의 영향 때문에 계속 그러한 타이틀을 사용하는 걸지도.


관용에 대하여

나는 성장해가면서, 참을 수 없는 타입이란 것이 점점 줄어가는 것 같다. 그다지 사람을 가리지도, 별 것 아닌 일에 크게 마음을 쓰지도 않는다. 물론, 나에게도 싫은 사람과 좋은 사람이 있다. 하지만 '싫다'는 표현 역시 '싫다'. 싫다는 건 어쩐지 세상에 이미 존재하는 것을, 존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듯한 느낌이라서. 그냥 '좋아하지 않는 것'이라고 해두자.

사람이란 각자 자신이 사는 방식이 있는 것이고, 자기 나름의 삶을,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나는 그것에 대해 가치판단을 할 권리가 없다. 그것은 그 사람의 인생이고, 세상엔 참으로 다양한 기준과 관점, 생각이 존재한다. 내가 타인의 삶을 판단할 수 있을까? 내 기준이 절대적인 걸까? 세상의 극히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내가, 누구의 인생을 평가할 수 있을까?

세상이 생각보다 넓고, 생각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록, 마음은 점점 넓어져간다. 최고라고 생각했던 것이 조금만 다르게 보면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다는 것.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별 것 아닐 수 있다는 것. 그렇게 세상에는 그다지 대단한 일은 없어지는 거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타입과 좋아하지 않는 타입을 판단하는 기준은, 간단히 말해 개념이 있는가의 여부다. 사실, 여기에는 사회화가 어느정도 되었는지와 같은 맥락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것은 2차적인 거라고 생각한다. 요점은, 스스로가 중요한 만큼 타인도 중요하게 여기느냐 하는 것. 그런 기본이 안 되어 있는 인간은 피할 수밖에 없다.


100퍼센트의 여자아이에 대하여

예전에 분명 100퍼센트의 여자아이에 대하여 몇 번이나 쓴 적이 있다. 이 주제는 언젠가 하루키가 썼던 단편인데, 썩 마음에 들었달까. 그렇지만 내가 성장하면서 얻은 교훈을 다시 한번 여기에 적용하고 싶은 요즘이다. 나 자신부터 100퍼센트가 아니면서, 누군가가 나에게 100퍼센트일 수 있을까. 누구나 완벽할 수는 없을 거다. 인간은 누구나 상당한 모순점을 자기 안에 가지고 있고, 그러한 모순의 경계를 전진시켜 나가는 것이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인간은 스스로 모순된 존재고, 타인이 보는 것보다 많은 면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인간 스스로의 한계를 받아들이는 편이 현실에 맞는 거라고 생각한다.

자신보다 타인에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게 되고, 스스로의 모순은 넘어가면서 타인의 모순은 쉽게 넘어갈 수 없는 것. 나는 그러한 기준들을 여자아이에게 적용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누군가는 그런 기준을 남자아이에게 적용하고 있을테고. 세상은 그런 식으로 흘러간다.

하지만, 이런 것들, 아직 어린 탓이겠지. 아직 어려. 좀더 성장하자.



중요한 점은, 나는 성장하려고 하고, 또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지라는 요소가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결과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수 있지만,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보다 조금 더 나은 인간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살아가는 의미가 없지 않을까.
Commented by 실피드 at 2006/08/19 10:06  r x
난 내 프로필이나 타이틀에 대해서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인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별개거든. 내가 소속된 집단이나 경력이 내 능력은 아니니까. 역시 나는 개인주의? -_- 너처럼 부지런하게 사는 것도 대단한 능력-
Commented by ibo at 2006/08/19 10:11  r x
음- 어제 했던 얘기가 블로그 포스팅에 '정리된 모습으로' 반영돼 있는 걸 보면 왠지 신기한 느낌ㅋ 사람을 보는 눈..이라. '비본질적인 요소를 시야에서 걷어내고 본질을 보는 능력'만 해도, 다른 사람들에게 배우는 점이 많았어. 이번 수업 하면서도 많이 배웠지..
Commented by 아즈 at 2006/08/20 02:02  r x
실피드/ 확실히 좋은 타이틀이 세상살이엔 유용하겠지만, 그게 다는 아닌 것 같습니다. 대체로 자신없는 사람들이 위안 삼을 때 많이 고려하는 듯. 이런 현상들, 관찰해보면 재미있는 점이 많습니다. 즉, 스스로는 해당 타이틀에 어느정도 대중에 대한 우월감을 느끼면서도 자신과 다른 방법, 혹은 다수가 거친 경로가 아닌 방법으로 같은 타이틀을 가지게 된 사람에 대해서도 우월감을 느끼는 겁니다. 예를 들어, 편입이라든지 재외국민전형 같은 방법을 통한 사람들을 '무임승차'한 사람들로 간주하고 차별대우를 하는 배타성이 있지요. 사실은 자신이 '무임승차'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인데요. 여기에 관해서는 재미있는 현상들이 많습니다. 사람들의 미묘한 감정들을 많이 읽어낼 수 있는 듯.
Commented by 아즈 at 2006/08/20 01:08  r x
ibo/ 핵심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문제도 중요하지.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 결정하는 것.
세상은 넓다는 걸 느끼는 것만으로도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 거니까. 누워서 수백억 광년의 우주를 마주하는 기분이야. 빛의 속도로 날아가도, 죽기 전에 닿을 수 없는 공간. 세상은 참 넓어. 인간세상도 마찬가지일거야. 밤하늘처럼, 인간세상도 멀리 바라보기만 한다면.

     
 


The Next Chapter - 의무의 종료 / 평가 및 반성
2006/07/29 15:56 | Thoughts/Essay & Article

대한민국에서 남성으로 태어났다면 누구나 국방의 의무라는 것을 피해갈 수 없다. 소수의 병역의무 면제자를 제외한다면, 현역, 공익근무,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 등 어떤 수단을 통해서든 의무를 다해야 한다. 물론, 병역 의무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에서 가장 긴 기간인 것으로 알고 있다. (북한은 실질적으로 의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들었다. 오히려 군에서 나가기 싫어해서 오래 복무하는 거라고 알고 있음.) 우리나라는 현재 육/해/공 병사의 경우 24/26/27개월을 복무해야 하며, 현역병이 다른 어떤 방법보다 의무기간이 짧다. 이스라엘의 경우, 성별에 관계없이 의무복무를 하게 되는데, 기간은 18개월. 이스라엘이 두 번째로 길 것이다. 기타 독일이 10개월, 스위스는 긴 예비군 기간을 자랑하지만, 실제 군생활은 수 개월 이내로 매우 짧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도 1년인 것으로 알고 있고.

어쨌든, 이러한 '의무복무'라는 것, 어떤 의미일까. 국가의 방위를 위해서 어느 정도의 의무복무가 필요하고, 국방력의 유지도 필수적이라는 것은 동의한다. 하지만 이런 이슈에 대해서는 일단 논외로 하고. 어쨌든 그런 거시적인 논의에 휩쓸려 개개인의 삶은 큰 변화를 겪는다. 기존의 삶에서 상당부분 연속성이 제거되고, 개인의 자유가 억압된다. 내가 보기에 특히 대한민국의 군대는 교도소와 닮아있다. 주한미군의 경우(카투사도 유사) 일과시간 외에는 부대 내외로의 출입이 비교적 자유롭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뭐, 이런 거대 담론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고. 단지 대한민국 남성에게는 인생의 걸림돌 중 상위 3위 안에는 당연히 포함된다고 생각하는 국방의 의무를 종료한 것에 대한 자축과 그 기간 동안 배운 것, 느낀 것, 그리고 기타 내가 준비한 것에 대한 평가를 해보고 싶다. 사실, 이런 것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작업이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이었고, 이런 기억들은 빨리 잊어버리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잊기에는 내 인생을 그 의무에 너무 많이 쏟아부었다. 그런 시간으로부터 반면교사든 뭐든 배운 것이 없다면 인생을 낭비한 게 아닐까. 그런 낭비는 참을 수 없기에, 나는 이것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우고, 좀더 나은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 사회와 조직

군은 위아래가 뚜렷한 조직으로 나타난다.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복무한 곳은 다른 곳과는 구별되는 두 가지의 특징이 있다. 첫째,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기상업무를 하는 기관 두 곳 중 한 곳이었다. 하나는 기상청, 다른 하나가 바로 공군의 기상전대다. 물론, 규모는 기상청이 크지만 두 기관의 조직과 편제는 상당한 유사점이 있으며 하는 일도 비슷하다. 둘째, 기상업무의 경우 각지에서 기상관측을 수행해야 하므로 각지에 파견되어 있는 파견대가 상당히 많은데, 내 경우는 그 기관의 본부지역에서 일할 수 있었다. 본부지역에 있으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상위그룹에서 계획과 실행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관찰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병으로서의 한계는 분명히 있지만, 그런 환경과 그런 환경이 아닌 것은 엄청난 차이다.

의사소통의 문제

어떤 업무를 하는 조직에서 상하간의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실무에서 필요한 것과 위에서 생각하는 것은 다르고, 실제로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서 위쪽에서는 잘 모르고 있었다. 특히 최상위의 지휘관과 최하위의 병사나 실무자들 사이에는 엄청난 시각 차이가 존재한다. 중간계층/중간관리자가 위와 아래의 조율을 잘 해야 하는데, 이런 사람들의 대부분은 무능력하다. 아니, 능력은 있을지 모르지만, 실제로 발생하는 문제점을 위쪽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자기 위의 사람에게 잘 보이지 않으면 자신에게 불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 능력이 없다는 것으로 여겨지는 풍토 자체가 문제다. 실수와 실패는 늘상 있는 일이고, 사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시스템은 절대로 개선되지 않는다. 리더는 실패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Microsoft사의 경우, 계속 실패만 했는데 부사장이 되었다는 인물도 있다고 한다. 실패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그것을 성공의 발판으로 삼는다면 충분한 게 아닐까. 리더가 이런 자세를 가지고 있을 때, 의사소통이 좀더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심지어는 '어디 (하위계급)이/가 (상위계급)에게 직접 (어떤내용)을/를 말하냐'고 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분명히 군 이외의 조직에도 이런 인간이 존재한다. 정보가 제대로 돌지 않고, 최고위층까지 올라가지 않는 것은 관료제의 고질적인 문제이지만, 이런 상태를 방관하고만 있는 것은 조직을 썩게 만드는 주범이다.

사회 혁신의 문제

예전에 이 주제로 토론을 한 적이 있었는데, 주장이 두 가지로 나누어졌다. 첫째, 사회개혁을 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일단 그 사회에 적응해서/적응하는 척 해서 상위계층으로 올라간 후, 힘을 이용하여 사회를 바꾸면 된다는 것이었다. 둘째는 노동운동이나 시위 등을 통해 밑바닥부터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 나는 둘 다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첫번째 방법이 상당히 유리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군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이 방법이 실제 상황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간은 타성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어떤 조직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군에도 좋지 않은 관습이 곳곳에 남아 있다. 직업군인(간부)들을 상대로는 이러한 관습을 바꾸기가 쉽지 않겠지만, 병들 사이에서는 계급이 올라갈 수록 이런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내가 처음 해당 부대에 갔을 때, 불합리한 시스템과 지나친 권력 집중과 과시에 대해 상당히 불만이 있었다. 하지만, 낮은 계급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비슷한 생각을 가졌던 근접 기수들과 그런 생각들을 교류하면서 '나중에 바꾸자'라고 했었다. 세월이 흘러, 그러한 불합리한 관행들을 모두 겪은 후, '바꿔보자'며 우리가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을 통째로 바꾸어 버렸다. 그러나 여기서 발생한 문제점이 상당히 많다. 물론, 시스템 자체로는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바꾸기 힘든 것은 인간의 의식이다. 어떤 식의 불편함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모두 이전의 시스템과 비교하게 된다. 또한, 합리적인 시스템일 수록 최상위의 권력을 지니고 있는 집단에게는 일종의 불편함을 수반하게 된다. 이것은 독재와 민주주의만을 비교해봐도 명확하다. 독재자는 독재가 편하고 좋지, 합리적인 민주주의는 불편할 뿐이다. 그런데,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병들 중) 최상위 계층이고, 특별히 기존 시스템의 불합리성을 깨닫고 있지 못하다면 개혁은 힘든 일이 될 뿐이다. 따라서, 개혁을 한 사람들이 사라지면 시스템은 원상복귀 된다. 개혁의 의미는 없달까.

이런 식의 개혁이 성공하려면 개혁을 한 사람들이 최대한 권력을 오래 잡고, 그 제도를 정착시켜야 되는데, 이런 식으로 '권력을 오래 잡는다'는 것이 또다른 형태의 불합리함을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이 또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 상황에서 '위에서부터의 개혁'이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의구심이 생겼다. 지금은 '밑에서부터의 개혁'을 좀더 실험해보고 싶은 심정이다. 이쪽이 기득권층에게는 좋지 않겠지만 상당부분 개혁의 대중화에는 성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역사 속에서 혁명이라고 불리는 것들은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일어났고, 거기엔 역시 이유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2. 개인적 성장의 문제

다들 마찬가지겠지만, 외지에 나와 생활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다. 또한, 그 생활이 고도로 억압되고, 때로는 인간적인 모멸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그것이 더욱 쉽지는 않다. 이런 상황에서 개개인이 보여주는 행동 양식은 내게 많은 교훈이 되었다.

고통과 성장, 정신력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상황을 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상황이란 것도 있는 법. 물론, 어떻게든 노력하면 도망가는 길은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은 상황에 적응하려는 쪽과 도피하려는 쪽으로 나뉜다. 물론, 개개인의 정신력은 상황에 적응하려는 인간이 높다고 생각한다. 상황에 최대한 적응해서 살아남겠다는 쪽은 해당 집단의 규칙을 익히고, 그곳에서 허용되고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말과 행동을 한다. 사회화가 잘 된다고 할까. 이러한 상황이 불합리한 시스템을 가진 사회에서도 일어나는 것이 안타깝다. 합리적이고 윤리적인 사회에 이런 식으로 적응한다면 적어도 윤리적 논쟁을 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비윤리적, 비합리적 사회에 잘 적응하는 인간이라면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러한 사회에서 적응을 한답시고 사회의 비윤리적 행위들을 아무런 문제 의식 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상당히 문제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상황에 적응하는 쪽이 정신력이 강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전제조건으로서 스스로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잘못된 행동을 하면서,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천지차이다.

한편, 해당 상황에서 도피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자신의 앞에 놓여 있는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이런 마음이 있지만, 실제로 행동으로 나타나는가 그렇지 않은가의 차이는 엄청나다. 이런 사람들의 경우 도피처를 계속 찾기 때문에 적응은 점점 어려워지고, 그 때문에 더욱 절실하게 도피처를 찾는 악순환의 계속된다. 기본적으로 곱게 자랐다고 할까, 정신력이 약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스스로 하지 않으면 누구도 대신 해주지 않는데, 누군가(대부분 부모겠지만) 대신 해주는 상황에만 길들여져 자신의 삶을 스스로 이끌어가지 못하는 상태가 많았다. 아직 덜 성장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조금 더 자라면 홀로 설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상황에 대한 불만과 순응

어떤 조직이든 불합리성은 상당부분 있다. 또한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상하간의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의외로 리더들은 멍청한 판단과 계획을 세우곤 한다. 그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가장 힘든 것은 역시 그 일을 실제로 실행하는 실무자와 아랫사람들이다. 병으로서 이런 일들을 많이 겪게 되는데, 그 상황에서 다양하게 대처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이런 일에는 일정부분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불만에만 차 있는 사람과 일단 실행하면서 개선점을 찾아나가는 사람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불만에만 차 있는 사람은 두 부류가 있다. 불만에만 차 있어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람. 무책임한 인간이다. 다른 타입은, 불만에 차 있어서 그것을 바꾸려고 하는 사람. 이 경우, 수완이 좋다면 굉장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불합리한 상황을 개선함으로써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랫사람으로서 힘을 가지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이러한 개선은 윗사람이 다른 의견에 열려있을 때에 가능하다.

일단 실행하는 사람도 두 부류가 있다. 실행하면서 불합리한 면을 고쳐나가는 사람. 개인적으로는 이 방법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얼핏 보았을 때 불합리한 방법이라도, 실제로 해보면 의외로 상황에 적합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일단 실행해보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개선점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불만을 가지고 처음부터 바꾸어 보는 것도 좋겠지만, 앞서 든 이유 때문에 먼저 실행한 후 개선하는 방법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한편, 무작정 실행하는 인간.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는 멍청한 인간인 느낌일까? 언급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세상에는 이런 사람을 부리고 싶어하는 사람은 꽤 있다고 본다.


3.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의식

'옛날엔 말이지 -'로 시작하는 말은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물론, 옛날보다 지금이 편해졌을 수 있고, 옛날엔 그랬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말들로 현재의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전쟁 때의 고생했던 이야기들을 들으면 '아 그랬구나, 힘들었겠구나' 하겠지만, '나는 정말 그 때에 비하면 편하게 사는구나'라는 마음을 계속 지속하며 살기는 힘들다. 그런 마음가짐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은 실제로 한국전쟁을 겪고 현재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뿐이다. 인간은 자신의 겪지 않은 일은 그냥 이야기로 생각할 뿐이다. '옛날엔 힘들었다'는 말 같은 것 해보았자 지금 친구들이 현재 상황에 대해 감사함을 느낄 리 만무하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옛날엔 힘들었으니까 지금도 옛날만큼 힘들어야 한다? 웃긴 얘기다. 세상은 점점 좋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나쁜 점들을 내가 살아가면서 조금씩 줄여나가서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 하지 않나. 그런 식으로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지 못하고 사라진다면 존재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4. 개인적 성취들

- 군역 종료. (사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 고전역학(Classical Mechanics) 복습
전공 관련해서는 이것이 가장 큰 성취였다. 수학을 좀더 해보려고 했으나 그다지 재미가 없어서 그만두고. 그럭저럭 흥미가 생기는 고전역학을 공부했다. 뭐,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보다는 확실히 나았다고 생각한다. 선형대수나 미분방정식 같은 것을 조금은 되새길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 독서 70여권
독서목록은 접어놓고. 기록이 있는 것은 총 67권. 몇 권 정도 더 읽은 듯 싶은데.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류) 같은 것은 읽었는데 리스트에 없고. 어쨌든 70여권 정도 읽지 않았나 싶다. 첫 해엔 책을 읽는 게 힘들었으니까, 약 1년 반 동안 읽었는데, 그리 많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군역을 해내면서 다른 공부도 좀 하면서 이 정도 읽었다는 것은 만족한다. 마지막에 토플 준비를 안 했다면 100권은 무난히 돌파했을 듯. 읽은 책 중에서는 '로마인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12권까지만 있어서 거기까지 읽었는데, 현재 14권까지 나와있고, 곧 15권으로 완결될 거라고 하니까, 완결된 후에 마저 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 TOEFL CBT 무난한 성적
아직 성적이 안 나와서 정확히는 말 못하겠지만, 그럭저럭 나온 듯 싶다.

- 운동으로 인한 체력 상승
음. 체력은 꽤 강해진 듯. 앞으로는 검도 같은 걸로 유지해야지. 초기엔 주로 축구 등 뛰어다니는 걸 '해야 되었기' 때문에 유산소 운동을 꽤 했던 것 같고. 나중엔 중량운동 위주로 했다. 꾸준히 나름 열심히 했다.

- 운전면허 1종보통 학과시험 합격
뭐 딱히 할 말은 없는 주제다. 떨어지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 (..) 어서 실기를 봐야겠군.

* 아쉬운 점
수학을 좀더 했었음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핑계를 좀 대자면, 군생활 자체로도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닌데 공부 같은 걸로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활동들도 기본적으로 재미 없는 것은 하지 않았고, 재미가 없어지만 일단 그만두는 쪽으로 했다. 성취들에 대해서는 그럭저럭 만족한다.


몸 건강히 자유를 다시 찾게 되어서 정말 기쁘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게 아닐까? 이제 내 손으로 내 운명을 개척할 수 있게 되어서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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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ibo at 2006/07/29 22:14  r x
트랙백을 마구마구 하고 싶어지는 글..하지만 내가 뭐라고 써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여하간, 다시 한 번 전역 축하!
Commented by MoonSix at 2006/07/30 02:21  r x
군복 입은 모습은 처음인걸 ㅡ,.ㅡ;; 왠지 신선하다
Commented by 아즈 at 2006/07/30 13:23  r x
ibo/ 생각해보고 코멘트 달아주면 좋겠다. 내가 838일, 2년 3개월이 넘는 기간동안 직접 몸으로 느끼고, 휘둘리고, 관찰한 결과니까.

MoonSix/ ㅋㅋ 신선하냐. 비가 와서 비 맞고 왔는데 이상하게 오히려 시원하고 좋더라ㅋ
Commented by 으악 at 2006/07/31 00:45  r x
아~ 많이 고생했어~~! 앞으로 좋은 일만 있길. 능력도 있(어보이)고 노력도 하니까 잘 되겠지.
군사회/조직에 대한 부분은 특히 잘 읽었다. 문제점으로야 수없이 지적되는 얘기지만 관료제의 관은 慣性의 慣인가벼... 바꿔보겠다고 호기롭게 올라가던 사람들도 결국은 '관료'가 되는걸 보면.
전역 축하해.
Commented by 아즈 at 2006/07/31 03:03  r x
축하 고마워~~!
뭔가 관료가 되려는 입장에서 나름대로 보는 시각이 있을텐데. 확실히 윗사람이 똑똑해야 되는데 생각보다 다들 멍청한 듯한 느낌이라.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떨어지고. 개선방향은 어때야 할까?
Commented by 으악 at 2006/07/31 23:52  r x
그게 관료제의 불가사의인데 아무리 동기부여를 하고 경쟁도 자극하려고 기를 써도 결국 그렇게 돌아간대. 그래서 경영적 마인드가 대세네 하면서 신자유주의...(이하생략) 뭐 어딜가도 정체되어 있는 사람들은 정체되어 있는 거고, 바쁜 데는 바쁘니까 휙휙 돌아가고, 그런 모양이더라고. 어떤 데는 놀아서 난리고 어떤 데는 사람이 부족해서 난리고. 근데 일반 기업체라고 그렇지 않은가 하면 것도 아닌 것 같고(아마 공무원 사회가 상대적으로 심하기는 하겠지).
개선방안은 뭐 고위공무원단이랍시고 뭔가 하고 있으니 바뀌지 않겠어? (안일)

+ 아 약간 논점일탈 같아서 추가. '폐쇄적이고 경직'되었다고 관료제 사회를 주로 일컫잖아. 틀린말은 아닌 것 같아. 유연하고 개방적인 사람들은 거기에 동화되어버리든 못참고 나가든 하는듯. 나머지 사람들은 뭐 관료제의 관은 관성의 관... 그러니까 무슨 혁신이라느니 한다고 떠들어대도 상명하복은 그대로고 커뮤니케이션이라고 거창하게 이름붙일 것도 없고.
...라고 좔좔좔 읊기는 하는데 뭐 요는 들어가봐야 알겠지.
꺄울
Commented by 아즈 at 2006/08/01 00:18  r x
음, 군 조직이랑 공무원 조직이랑은 상당히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연공서열 같은 거, 생각보다 실제로 보면 엄청난 문제더라. 조직이 돌아가기 위해서는 일정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그 일을 하는 비율대로 보상을 받아야 합리적인 시스템이 아닐까?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고. 누구든 그냥 세월만 보내면 보상을 받는 구조. 이건 잘못된 게 아닐까? 물론, 어떤 대단한 기여를 해서 그 후에 조직이 그 사람에게 보상 해줘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대체로는 그렇지 않아. 그런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절대로 '경쟁, 동기부여'가 되지 않아. 도대체 무엇 때문에 경쟁을 하는가 말이야, 보상은 정해져 있는데.

관료제는 틀이 너무 굳어져서 인간이 틀에 맞춰가는 느낌이야. 인간을 위해 틀을 만들었으면, 무엇을 하든 인간이 우선이 되어야 해. 주객전도가 되면 무엇이든 제대로 되지 않는 거라고 생각해.
Commented by 으악 at 2006/08/01 00:42  r x
오오 정확하게 짚었구만. ㅋㅋ
Commented by 아즈 at 2006/08/01 01:42  r x
으악/ 앞으로 관료로 나갈 사람으로서 네가 이런 문제에 대해 생각 많이 해준다면 우리나라가 좀더 살기 좋아지겠지 ㅋㅋ
Commented by 이소 at 2006/08/02 19:25  r x
이여. 장문의 글 잘 읽었다. 역시 멋지구려. 긴 글을 풀어내는 능력이 부족한 나로선 부럽구먼. 제대한지 1년이 넘었건만 인간적인 성숙은 예전보다 느려진 감이 있다. 아쉬운 일이지. 초심이란 그래서 항상 필요한 모양이다.
Commented by 아즈 at 2006/08/02 22:18  r x
이소/ 감사 :) 확실히 계속 뭔가 행동하고 자극받고 그래야 되는 거 같은 느낌이야. 그러다보면 조금씩 자라겠지.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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