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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하늘열차 타고 세계의 지붕으로 향하다


2007/06/18 15:42 | Travel/티벳.네팔.인도.태국
2006. 12. 10 SUN TRAIN TO LHASA

어젯밤 9시반에 기차가 출발했기 때문에, 일단 기차에 올라 잠을 청했다. 확실히 이런 장기이동에서는 잠을 많이 자는 것이 포인트다(..) 옆 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책을 읽고, 창밖 경치를 오랫동안 바라보아도, 공간상의 제약 때문에 활동범위가 좁아져서인지 하루가 갑자기 곱절로 늘어난 느낌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밤에 자고, 아침먹고도 자고, 피곤하면 자면 된다. 그러고도 충분히 다른 일들을 전부 할 수 있는 것 같다.

칭짱열차에 탄 두 번째 하루가 밝았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라면 먹고 앉아있다가 할 일이 없어서 그냥 점심까지 또 잤다. 기차에 탄 사람들이 거의 다 자고 있어서 이야기할 사람도 없고, 창밖 경치를 보다가 책을 읽다가, 그래도 지루하고 피곤해서 잔다. 특별한 일과는 없고, 중간에 란저우(蘭州)역에 섰을 때 나가서 사과 사와서 먹었다. 뭐, 그럭저럭 먹을만한 사과.

중국 컵라면. 포크가 들어있어서 좋았다.

점심도 라면이다. 중국은 차문화가 발달되어 있어서인지, 어딜 가나 뜨거운 물이 비치되어 있다. 중국인들도 차를 담은 물병을 가지고 다니면서 끓는 물을 담아 계속 차를 마신다. 열차에도 물론, 뜨거운 물이 공급된다. 그래서 어디서나 컵라면 먹는 데 문제가 없는 듯. 그리고 끓인 물은 먹는 데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어디 가서 먹는 물 걱정할 일이 별로 없다. 그래서 나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진 물통을 하나 준비해 갔었지. 뜨거운 물 담아서 먹으려고.

잉워칸의 복도. 창가에는 작은 테이블과 간이의자가 있고, 복도의 폭은 꽤나 좁다

두 끼를 라면만 먹었더니 너무 영양부족인 느낌이라 저녁은 식당칸에 가서 먹었다. 위샹로쓰랑 밥을 먹었던 것 같은데 27위안. 정말 왕푸징에서 먹은 길거리 국수(30위안)가 얼마나 비쌌는지 다시 한번 실감했다. 무려 기차 식당칸에서 덮밥이나 국수류도 아니고 요리+밥을 먹었는데 27위안인데, 길거리에서 먹는 국수 한 접시가 30위안이라니(..) 비싸도 훌륭한 음식이었으면 말도 안 한다. 정말 최악인 것은 비싸고 질이 나쁜 것이지. 왠지 지금 입장에서는 저렴하고 맛있는 방콕 카오산로드의 태국 국수(Phat Thai)가 그립다는;

저녁식사 후에도 그냥 빈둥대고 있다가 옆 방에 탄 미국인과 인사를 하게 되었다. 베이징에서 여행회사 관련 일을 하고 있다더라. 중국어도 꽤 하는 것 같고. 같은 동양인인 나는 중국어를 못해서 중국인들과 대화를 거의 못하고 있는데, 그 친구는 어느 정도 말이 통하니까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더라. 역시 언어란 것은 중요한 것 같다. 뭐, 어쨌든 점점 갈 수록 바디랭귀지가 엄청나게 향상되는 점은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중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보지 않았는데, 중국을 거쳐가면서 배워보고 싶다는 강한 동기가 생겼다. 여튼, 그 미국인 친구는 라싸에 가서 일주일 정도 체류하다가 남쪽으로 내려가서 동남아시아 쪽으로 간다고 했다.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쪽 여행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정말 높은 잉워칸의 3층. 창문의 범위를 벗어나있다;

저녁 때는 좀 씻고, 슬리퍼도 꺼냈다. 그런데 역무원이 와서 중간에 내리지 않고 라싸까지 가는 사람은 건강확인서를 쓰라고 했다. 이 때 정말 당황했었는데. 혹시 퍼밋 검사하면 어쩌나 하고. 퍼밋 검사 당할까봐 외국인인 것 티내지 않으려고 사진도 마음대로 못 찍고 있는데. 어쩌지, 어쩌지 하고 버벅대고 있었는데, 다행히 역무원이랑 주변 중국인들이 도와줘서 작성할 수 있었다. 나중에 옆 칸 중국어 할 줄 아는 미국애가 와서 도와준다고 그랬는데, 이미 다 작성 완료한 후(..) 그래도 한자문화권 사람으로서, 기본적인 한자를 읽을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럭저럭 작성할 수 있었던 것 같다. 姓名은 '싱밍'으로 읽던가.. 여튼 발음도 비슷한 게 있는 것 같고. 기본적으로는 간화자를 쓰는 것 같지만.

여튼, 이제 슬슬 고원지대로 들어가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어쩐지 긴장되는 날들. 나는 왜 사는가, 나는 왜 여행하는가, 하는 의문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진짜 티벳에 들어가는 건가.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이미 고원지대에 진입해있고, 기차엔 산소가 공급되고 있겠지.



2006. 12. 11 MON TRAIN TO LHASA > LHASA

라싸 도착하는 날이다. 아침에 사과 깎아먹으면서 옆 칸 미국애랑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 친구에게 사과 좀 주려고 자르다가 엄지손가락을 조금 심하게 베었다(아직도 흉터가 좀 남아있다). 어딜 베는 것도 오랜만인데, 여행에서 이런 일이 있다니. 항상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고. 피도 꽤 났는데, 그럭저럭 지혈하고 약을 발랐다.

이제 고원지대로 접어들어서 그런지 튜브가 부풀어있다. 공기가 들어있는 봉지 같은 것들은 모조리 부푼다. 대기압이 그만큼 낮아졌다는 증거다. 산소도 공급되고 있고, 숨 쉬는 데에도 전혀 문제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차가 4900m 지점을 지나고 있다는 전광판 정보를 보면서도 별다른 변화를 느끼지 못했었다. 그런데 우리가 고산지대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부풀어오른 튜브를 보면서 쉽게 느낄 수 있었다.

부풀어오른 튜브

객실 내의 전광판에는 바깥 기온과 열차의 속도, 그리고 현재 해발고도 같은 정보들이 표시되고 있었다. 5000m 이상의 지점도 지난다고 들은 것도 같은데, 내가 본 최고 높이는 4900m였던 것 같다. 정말, 세계 최고(最高)의 열차다. 하늘열차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

아침, 점심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라면을 먹었고, 저녁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식당칸에서 위샹로쓰와 밥을 먹었다.

특별히 할 것도 없고, 그냥 창 밖 구경 열심히 하고 론리 플래닛을 좀 읽어보았다. 창밖 풍경은 상당히 멋있었다. 눈 쌓인 산, 야크 떼... 하늘이 맑은 곳은 정말 파랬는데, 곧 날씨가 흐려졌다.

라싸 가는 길

라싸 가는 길

저녁 8시반인가 9시쯤 라싸역에 도착했던 것 같다. 장장 47시간, 2박3일간의 긴 기차여행이었다. 나올 때까지 퍼밋 검사가 없어야 할텐데, 하면서 같은 칸 미국애들 셋이랑 같이 걸어나왔다. 'Oh my god! We are in Lhasa!'를 외치며. 여행사 관련 일을 한다는 미국애를 제외한 둘은 중국에서 교환학생 같은 것을 하다가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여행을 한다는 것 같았다. 남자애 하나 여자애 하나였는데, 나름 죽이 잘 맞는 느낌?

다행히 역을 빠져나올 때까지 퍼밋검사는 없었다. 숨 쉬는 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날씨도 따뜻하다. 하지만 보통 고산증은 바로 증세가 나타나는 게 아니라 하루쯤 지나면 증상이 나타나더군요.

여튼, 역을 나오니 여행일 하는 미국인이 안다는 티벳 친구가 픽업하러 나왔다. 차가 뷰익이었다. 살짝 충격받았고. 라싸에서 머무르면서 느낀 것이지만, 확실히 중국점령체제에 적응하여 부를 축적하고 있는 티벳인들도 상당했다. 라싸는 특히 중국화가 심해서 그런 느낌이 더했다. 어쨌든 기차역에서 티벳 시내까지는 꽤 멀었고, 아마 픽업이나 택시가 없었다면 힘들었을 듯.

베이징동루로 들어서 바낙숄을 지나 야크호텔에 도착했을 때의 설레임을 잊을 수가 없다. 정말 놀라웠다. 도착해서 미국애가 돈을 좀 쥐어준 것 같고. 100위안쯤 준 것 같은데. 나중에 파악한 바로는 라싸역에서 야크호텔까지 오는데 택시비가 40위안이면 정상가인 듯. 물론, 보통 더 요구한다고 하더라. 야크호텔 리셉션에 끌고 들어가서 정상가 말해달라고 하면 된다는 팁을 들었다.

어쨌든, 야크호텔 도미토리는 무려 20위안. 시설도 좋고. 같은 방 룸메이트들은 일본애들이 셋, 중국애가 하나. 그 친구들이 'Korean boy'가 있다고 하길래, 내 나이 또래인가 했는데, 늦게 들어오신 분 보니까 나보다 열살 이상 연상이시더라. 이게 정사장님과의 첫 만남. 일본어를 잘 하셨는데, 덕분에 같은 방 6명 중 일본애 3명 포함 일본어 가능한 사람이 4명이나 되어 거의 공식 언어가 일본어가 되다시피 했다. 덕분에 나도 일본어 좀 배웠지.

여튼, 퍼밋없이 드디어 라싸 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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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ㅋ at 2007/06/18 19:13  r x
'Oh my god! We are in Lhasa!'
이런 ♡오바쟁이들같으니라구ㅋ
정사장이 보이였군요ㅋ
Commented by 아즈 at 2007/06/19 02:48  r x
미국애들이 오버가 심하던데요ㅋ
전 보이라고 그러길래 정말 보이인 줄 알았답니다(..)
올드보이?ㅋ
Commented by 꽃경내 at 2007/06/19 20:09  r x
조만간 우리 양거자매가 등장하겠군요, 우훗 ^^
Commented by ibo at 2007/06/20 12:08  r x
억 신기해ㅠㅠㅠ 정말 신기하게 본 여행기;; 최고의 열차라-ㅋ 그러고 보면 보통 쓰는 '최고' 한자도 결국 저거네 ㅋㄷ
튜브 빵빵해지는 거, 비행기 타고나 봤었는데... 기차 타고도 그렇게 되다니. 산소 공급되고..ㅇ_ㅇ;;
Commented by 아즈 at 2007/06/22 04:06  r x
꽃경내/ 다음날 바로 등장하지요 ^^; 참, 도착한 날 정사장님보다 철웅형님을 먼저 만난 것 같네요. 야크호텔 화장실에 들리셨던(..)

ibo/ 그러고보니 정말 最高네:) 티벳지역은 기본적으로 해발 3천미터 이상이니까. '세계의 지붕'이란 별명이 어울리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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