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택시를 타고 창문을 내려 방금 감은 머리를 말리다가 문득 학부 때 교수님 한 분이 자신의 학부 시절 이야기를 해주셨던 것이 생각났다. 매일 아침 일어나 머리를 감고 버스를 타고 가면서 왼쪽에 앉느냐 오른쪽에 앉느냐에 따라 그 날의 가르마 방향이 정해졌다는 이야기. 어쩌면 단지 머리 말리는 이야기였을 뿐인데 아직도 기억이 나는 걸 보면 의외로 인상깊었던 것 같다. 입자이론에 대한 동경을 간직하고 있던 시절에 엘리트코스를 밟아 물리학자의 삶을 살고 계신 분의 학부 시절 이야기라서 그랬을까. 교수님은 그렇게 만들어진 왼쪽 혹은 오른쪽 가르마를 가지고 학교에 도착해 그날 강의가 있는 강의실을 돌면서 제일 앞자리에 교과서를 올려놓았다고 한다. 그런 대학생활을 보내고 하버드에서 대학원 생활을 하셨다.
이젠 그런 동경하는 마음 같은 것들도 많이 사라졌고, 특별히 그런 마음을 느낄 일도 없지만, 어쩌면 내가 동경 받는 그런 위치에 올라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때가 지난 식사를 뱃속에 집어넣는 생활이라도 어떤 이에게는 버스에서 머리를 말리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학생 때 했던 연구가 어느새 출판이 되었고, 수련 받을 과목도 어느 정도 정해졌다. 반은 넘게 했지만 아직도 상당히 남은 수련의 생활이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 뿐이지만, 당직실에 모여 동기들과 치킨을 먹을까 족발을 먹을까 고민하는 이야기가 왼쪽 혹은 오른쪽 가르마를 결정하는 것과 같은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것 같단 생각에 잠시 미소를 짓게 된다. |
|
| Track this back : https://beautyfactory.blog/wp-trackback.php?p=1197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