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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 나침반>은 숭산 큰스님의 가르침을 현각 스님이 엮은 책이다. 원래 <The Compass of Zen>이라는 제목으로 영어로 출간된 책이었으나, 한글로 다시 번역한 것이다. 영어로 쓰여진 한국 스님의 가르침을 번역한 거라니까, 어쩐지 재미있다. 옮긴이 허문명 씨 역시 다음과 같은 감상을 남기고 있다.
영어로 씌어진 한국 불교 책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하는 일은 '메이드 인 코리아'로 수출한 옷을 다시 내 몸에 맞추는 일 같은 경험이었다.
- 2권, p.228
삶의 나침반을 잃어버린 나는 이 책을 나침반 삼아 이 모든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권에서 소승불교와 대승불교를 다루고, 2권에서 선불교를 다루고 있다. 이 순서가 석가모니가 행했던 가르침의 순서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흐름이 자연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불교는 특별한 것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저 가만히 자신을 들여다보라고 가르친다. 누구를, 무엇을 믿고 안 믿고를 따질 필요도 없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나는 왜 살아가고 있는가.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죽음이 다가왔을 때 '내 인생은 무엇이었을까' 라고 생각해 보았자 이미 늦다. 그 때 '인생이란 본래 허무한 거야' 따위의 결론을 내리고 싶지 않다.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바로 자신의 인생에 대해, 자신에 대해, 그리고 세상에 대해 깨닫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언젠가 죽기 때문이다. 삶은 영원하지 않다. 그렇다면,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여기 있는 '나침반'으로 길을 찾아보자.
인상 깊은 구절: more..
* 1권
- 일반적으로 인간의 의식은 지성, 감정, 의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기쁨이나 고통은 감정에서 나오고, 사물에 대한 인식은 지성에서 나오고, 행동은 의지에서 나온다. 불교의 목적이란 다름 아닌 '어떻게 하면 이 세 가지를 조화롭게 사용해서 이 세상에 도움을 줄 것인가?'이다. 이것은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 의식의 균형을 상실하면 큰 문제가 발생한다. 다시 말해 지성, 감정, 의지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거나 조화롭게 쓰지 못하면, 오히려 우리의 본성을 발견하는 데 장애가 될 뿐이다. 그리하여 바른 길을 잃어버리고, 내 인생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삶까지 고통으로 몰아넣게 되는 것이다. / 불교는 여기에 세 가지 처방을 제시한다. 바로 불·법·승(佛·法·僧) 삼보(三寶)가 그것이다. 이 처방들은 우리를 고통으로부터 해방시켜 종국에는 우리의 본성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p.39)
- 생로병사의 4고(四苦)는 대부분 육체가 느끼는 물리적 고통을 말한다. 그러나 마음의 4고도 있다. 어쩌면 육체의 고통보다 마음의 고통이 더 클 수도 있다. 왜냐하면 마음의 고통은 우리의 끊임없는 생각이 만들어내는 것이므로 이겨내기가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모든 생각은 '나'라는 에고가 만들어낸 욕망이며, 욕망은 곧 고통이다. 생각하는 마음 그 자체가 이미 엄청난 고통을 만들어 낸다. (pp.78-79)
- 안타깝게도 이 세상에는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보다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다. 그런데 이 '좋다' '싫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속담이 있다. 아래는 깊은 낭떠러지이고 하루빨리 서둘러 가야 하는 길인데, 막상 다리 한가운데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원수를 만났다고 생각해 보라. 좋고 싫다는 마음에 집착하는 사람들에게 이 고통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 대해 좋다 혹은 싫다라는 감정을 갖게 되면 고통이 찾아온다. 그 인과관계는 아주 명확하다. (…중략…) 결국 이러한 고통은 어떤 견해에 대한 집착 때문에 생긴다. 싫다, 좋다 하는 집착에서 생기는 것이다. (pp.82-83)
* 2권
- '오직 모를 뿐'을 맑게 가져라. 모든 사람들은 일하고 돈을 벌어야만 한다. 매일매일 누군가와 약속도 해야 하고 미래에 대한 계획도 세워야 한다. 그리고 많은 것에 개입되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을 하든 '나는 무엇인가?' 하는 큰 의심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당신이 언제, 어디를 가든 꼭 가지고 있어야 할 가장 소중한 보물이다. 이것이 바로 선 수행의 중요한 열쇠이다. (pp.116-117)
-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젊었을 때는 섹스, 돈, 명예를 원하고 심지어 참선 수행을 하는 데도 욕심을 가지고 한다. 이것저것 가지려고 여기저기 쫓아다닌다. 결코 만족을 모른다. 그러다 훌쩍 나이가 들면 한 순간 당혹스러워진다.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친한 친구도 한두 명씩 세상을 떠난다. 문득 죽음이 가까이 다가온다. 그러면서 삶에 대한 의문들이 생긴다. 아!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았는가. 내 인생은 무엇인가. 허무감을 이기기 위해 '산다는 것은 다 그렇고 그런 것' 혹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애써 결론을 내려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가? 과연 그런가? / '삶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것은 충분한 대답이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하고 말하는 나는 과연 무엇인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죽기 전에 그것을 알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나는 무엇인가.' 하는 큰 의심이며 '오직 모를 뿐'인 마음이다. (pp.110-111)
- 배고픈 사람에게는 같이 배고파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주는 게 돕는 것이다. 목마른 사람에게는 같이 갈증이 난다고 할 것이 아니라 마실 것을 주는 것이 돕는 것이다. 그것이 실용이다. 예수님은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라고 하셨다. 선불교의 가르침도 그와 똑같다. 우리는 올바른 길(實體)을 찾아 진리(實相)을 얻으며 일체 중생을 제도하며 순간순간 올바른 삶(實用)을 살아야 한다. (pp.129-130)
- '나는 최고야. 누구도 나를 가르칠 수 없어.' / 이런 마음이 문제이다. 이런 점검하는 마음이 나타나면 연기는 완전하지 않다. 그리하여 주인공에게 자극을 가함으로써 100% 집중하는 마음을 갖게 한 것이다. (…중략…) 당신이 무언가를 할 때 그냥 하면 된다. 그러면 당신과 전 우주가 완벽히 하나가 된다. (pp.207-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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