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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형대수 시험. 그럭저럭 시험을 치루었다. 뭐, 전부 다 풀지는 못했지만 숙제로 나온 연습문제를 다시 한번 쭉 풀어보고 들어간 게 도움이 되었던 듯 싶다. 이제 시험 치루는 것도 슬슬 적응이 되는 건가. 생각해보면 '시험기간'이란 것을 학교에서 보낸지도 3년이 넘었지.
시험을 치루고 나오는 길에 화학과에 다니는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다. 입학할 당시 이과대학 수석으로 들어온 똑똑한 친구인데, 이번에 졸업해서 미국으로 간다고 한다. 여자아이들은 확실히 여유가 있는 듯 싶달까. 그냥,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방향설정을 미루고 있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사실 유학으로 진로를 정한다면, 과정에 대한 전략은 이미 거의 다 파악하고 있어서 잡생각 하지 않고 실행만 하면 된다. 하지만 여전히 내 삶의 동력을 찾아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작업이고. 그리고 지금의 내게는 그 어떤 길에서도 비전을 못 찾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무슨 일을 하건 30년 후의 내 모습을 그릴 수가 없다. 미래를 볼 수 없다면 현재 상황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도 못한 것이 지금 나의 상황이다.
단기적으로 해야할 일이라면, 역시 분석 작업의 프레임 워크를 만들고, 내용을 채워넣는 일이다. 자신에 대한 보고서를 만들어보고 싶다. 두번째로, 이 작업과 병행해서 생활의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나 자신도 잘 알고 있지만, 나는 천재가 아니다. 두뇌로 승부할 수 없다면 시스템으로 승부해야 한다. 지능이 두 배 높은 인간이 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네 배,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투입하든가, 시간 사용의 효율을 그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물론, 양을 늘여서 질적으로 높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그것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면, 그런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집에 돌아오니 열흘 전쯤 여름 인턴에 어플라이 했던 회사에서 'Unfortunately'라는 단어가 포함된 이메일이 와 있었다. 그래도 꽤 친절한 회사다. 보통 레주메 스크리닝에 걸리면 연락 같은 것은 기대도 못하는데 친절하게 '리뷰 했지만 인터뷰 기회를 줄 수 없다'고 알려주니까. (물론 좀더 친절한 표현을 사용한다) 그런데 서울 오피스에서 리뷰한 것이 아닌지 이번 메일도 영어였다. 왠지 종종 엿보았던 미국 대학원 리젝션 레터와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 재미있었다. 리젝션 같은 것은 아무래도 좋다. 내 인생에서 그런 일로 상처받는 것은 중학생 때 원하던 고교에 내 앞 수험번호의 여자애가 합격한 것만 확인하고 돌아오던 것으로 끝났다. 배우 이준기의 팬은 아니지만 그가 했던 이 말은 정말로 동감한다. "실력이 늘지 않아도, 많이 시도하는 것만으로 기회가 생긴다" 열 번, 스무 번 떨어지면 보통은 포기하지만, 이준기 씨는 끝없이 시도했다고 한다. 시도하다보면, 언젠가는 자신에게 맞는 기회가 온다. 많이 시도하는 것이 곧 능력이다.
겨울에 여행을 가고 싶어 막연히 여름엔 일을 해야겠다 싶었는데, 글쎄 어떤 것이 최선일까. 그건 그렇고,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 오르셰 미술관의 작품들이 왔다고 하던데, 보러 가고 싶은 요즘.
일단 시험공부 먼저 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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