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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해당하는 글(1) |
2008/12/06 겨울 소나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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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_겨울, 변화의 시기
요 며칠 포근한 날이 계속되더니, 갑자기 한파가 몰려왔다. 겨울에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영하 3,40도를 넘나든다는 러시아 땅으로 떠나자 했건만, 막상 이런 날씨를 맞으니 인간이란 역시 따뜻한 햇빛 아래서 먹을거리가 풍족한 생활을 하는 것이 행복하지 않나 싶다. 태국이 그리운 걸 보면 그렇다. 이즈음이면 태국은 건기고, 연중 가장 날씨가 좋은 여행 성수기이다. 반팔,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파인애플 조각을 먹으며 놀러다니고 싶다. 여유가 된다면 해변에 머물면서 물놀이도 하고. 나는 여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태국의 경험 이후로 그 따가운 여름햇살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은 겨울, 그것도 아주 매서운 겨울이 시작되었다.
한 해가 봄에서 시작해서 겨울에서 끝나는 이곳에서, 겨울은 변화의 시기이다. 무언가 새로운 결정이 내려지고, 새로운 선택이 있고, 성공과 실패 그리고 좌절을 맛보는 계절이다. 그런 변화가 어떤 면에서든 마음을 새롭게 해준다.
꽤 예전 겨울에, 나는 내가 원하던 고교에 낙방했다. 수험번호가 내 바로 뒤였던가 했던 여자애의 합격 소식을 전하는 합격자 공고를 보고 나서, 쓰린 속을 달래며 귀가했던 것이 그 겨울의 일이었다. 그 이후로 공부 따위는 제쳐두고 즐겁게 놀았던 것이 정신건강에는 조금 도움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몇 년 후 또다시 겨울이 돌아왔을 때, 나는 내가 공부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또다시 처절한 준비를 거쳐야 했다. 그리고 다행하게도, 그럭저럭 성공했다.
그리고 또 몇 번의 겨울을 거쳐, 또다시 겨울이 돌아왔을 때, 중국행 보트에 올랐다. 즐거운 여행이었다. 최소한 지금과 같이 지구 구석의 작은 한 귀퉁이에 물리적으로 매몰된 그런 생활은 아니었다. 세상은 무척 넓었다. 내 마음도 내가 밟은 대지의 영역과 함께 넓어졌다.
그리고 이제 다시 겨울이 돌아왔다. 주변의 많은 이들이 자신의 길을 찾아 한 걸음 내딛는 시기다. 원래 공부하던 전공으로 계속 공부하기로 한 친구들도 있다. 전공을 바꾸는 친구도 있고, 산업계로 진출하는 친구도 있다. 조금 돌아왔지만 자기 자리를 찾아 전문대학원에 진학하는 이도 있다. 다들 즐거운 소식뿐이라서 기분이 좋다. 하지만 그들을 보내는 자리에 나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런 기분, 여행을 떠나던 겨울에 느꼈던 것과 비슷하다. 나는 다시 한번 되뇌인다. 인생에 정해진 시간표 따위는 없다고. 나는 나의 페이스 대로 살아가면 된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일탈을 꿈꾸었지만 결국 돌아올 수 있는 일탈만을 저질렀다. 모든 것을 놓고 앞만 보고 뛰어갔던 적이 있던가. 과연 내 페이스 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지금의 나에겐 여러 모로 환경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해온 것을 계속 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것을 시작할 것인가는 이런 시기에 언제나 고민거리라는 말을 들었다. 나에게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고,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고, 그에 앞서 제대로 된 자아 성찰이 필요하다.
언젠가, 프록터앤갬블에 입사한 안면 없는 학우의 글을 본 적이 있는데, '무엇을 하느냐 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글귀가 기억에 남는다.
이곳에서 나는 최고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꽤 잘해왔다고 생각한다. 아는 것은 일천하지만,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게 되었다. 그런 우스운 상황은 이제 지겹다. 이제는 그 모든 것에 변화가 필요하다.
2_매서운 겨울
거시경제지표가 좋지 않다. 원화는 여전히 약세. 코스피는 1000선에서 그럭저럭 버티고 있다. 그러나 외환보유고 2000억 달러를 지키기 위해 FRB 스왑 40억 달러를 가져온 상태니 실질적으로 외환보유고 2000억 달러 붕괴. 제2금융권의 연체율은 치솟고 있다.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를 낮춰도 시중 은행에서는 자금 확보를 위해 금리를 내릴 수 없는 상황.
이자율 보다는 부동산 가격 상승율이 더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빚을 내서 부동산을 샀던 사람들이 원금 상환은 고사하고 이자부담을 견딜 수가 없게 되었다. 일단, 대부분의 채무자들이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았는데, 은행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이 올랐고, 환율상승으로 인한 물가상승 때문에 실질소득은 감소했다. 그런데다 세계 경제 침체로 국내에도 구조조정의 한파가 몰려오고 있는 시점에 부동산 수요가 얼어붙었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여지가 줄어든다. 그렇다면 높은 이자 부담을 지면서 부동산을 가지고 있을 메리트가 사라지기 때문에 대출을 낀 부동산들은 매물로 나올 여지가 높고, 이런 부동산들은 다시 부동산 가격 하락을 유발한다.
부동산 가격 하락은 가계의 파산으로 끝나지 않는다. 가계가 파산하여 더이상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할 수 없게 되면, 채권자인 은행은 담보인 부동산을 팔아서 빌려둔 돈을 회수해야 한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빌려준 돈 보다 부동산의 가격이 낮아진다면? 그 차액은 고스란히 은행의 손실이 된다. 게다가 은행이 이런 식으로 현금 확보를 위해 부동산 담보를 팔기 시작하면 부동산 가격의 하락은 가속화된다. 악순환이다. 이미 우리는 이 악순환에 들어서고 있는 것 같아 더 두렵다.
시장에 충분한 소비가 없으면 기업이 이익을 낼 수 없다. 물건을 팔아 이익을 내지 못하면, 기업은 경비 절감을 해서 살아남아야 하는데, 대표적인 방법이 인건비 절감이다. 지금은 있는 직원도 내보내는 상황이기 때문에, 신규채용은 극도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올해 말 채용시장은 유난히 춥다. 특히 금융권은 신입사원 모집을 아예 취소한 경우도 많다.
이런 경제 상황에서, 조금 역설적으로 들릴 지도 모르겠지만 정말 '정치'가 중요한 거구나 하고 뼈져리게 느끼고 있다. 투표 잘 합시다. 참고로, 학교에선 정권교체가 있었다.
그래도 주변 사람들은 다들 제 살 길 잘 찾아 가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나도 잘 될 겁니다. 걱정하는 것을 걱정하지 마시고..
 Keep Going, The Himalayas, Tib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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