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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에 해당하는 글(1)

2008/07/30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2008/07/30 21:55 | Thoughts/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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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서 열정이 사라지고 있다고 느낄무렵 집어들게 된 책이 이거다. 나는 한비야 씨의 <바람의 딸, 지구 세 바퀴 반> 4권과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한비야의 중국견문록> 등 여러 책을 읽어왔고, 나름대로 소신을 가지고 사는 모습을 좋게 생각해왔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한비야 씨와 같이 전세계를 여행하고 있지만, 한비야 씨와 같은 일종의 개척자, 선구자는 언제나 쉽지 않은 역할이다.

어쨌든, 읽은 지 몇 달 되었지만, 오랜만에 꺼내보니 내가 마음에 드는 부분을 표시하는 데에 쓰는 3M 플래그가 잔뜩 붙어있는 것이 눈에 띄었달까.



*인상 깊은 구절:

- 나아감이란 내가 남보다 앞서 가는 것이 아니고,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보다 앞서 나가는 데 있는 거니까. 모르는 건 물어보면 되고 실수하면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면 되는 거야. (p.21)

- 그러던 어느 날 이렇게 마음먹었다. 내가 아무리 애써도 못 고치는 습관을 고치려고 스트레스받지 말고 그냥 인정하자고. 세상에는 성별, 국적, 부모형제 등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주어진 것들이 있다. 그 주어진 것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탓만 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자기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것은 하루빨리 인정하고 그 다음을 생각하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 (p.82)

- 헌데 다음 순간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하지만 돌아가서 다시 홍보회사에 다니면 예쁜 옷 입고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도 마음 한켠 그때 아프리카에서 그만둔 세계 일주를 끝까지 해볼 걸, 해볼 걸 하면서 살 것이다. 이 정도가 정말로 돌아올 만큼 못 참을 일이었나 의심도 할 것이다. 열 살 때부터 꿈꾸어왔던 세계 일주를 그렇게 쉽게 포기한 나를 용서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몸은 편해도 마음은 불편할 것이 분명하다. / 그렇다면 몸은 고생하지만 하고 싶던 일을 하고 있는 지금이 훨씬 행복한 것 아닌가. 이렇게 더 이상 못 할 것 같아도 눈 딱 감고 한 번만 더 꾹 참으면 되는 것 아닌가. 이게 나의 최선이야, 이 정도면 나에게도 남에게도 떳떳해, 라고 생각할 때 그때 한 번 더 해볼 수 있어야 진짜 하고 싶은 일이 아닌가. (p.132)

- 극한 상황에서는 본인도 모르던 적나라한 인간성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때문에 이런 위험한 현장에 함께 있던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면 그 말은 믿어도 된다. (p.136)
>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군대를 떠올렸다.

- 한국에도 도울 사람이 많다는 말만큼 많이 듣는 말이 있다. 나 혼자, 월드비전이라는 단체 혼자 애쓴다고 세상이 변하겠느냐는 말이다. 당연히 변하지 않는다. 나 역시 재난의 현장을 다니면서 복잡하게 얽힌 세계의 문제를 마주하면, 거대한 마차 앞을 가로막고 선 사마귀 한 마리처럼 나 자신이 몸시 무력하게 느껴진다. / 물론 나도 알고 있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그렇게 쉽사리 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하지만 그렇다고 두 손 놓고 있는 것은 스스로가 초라해서 견딜 수 없다. 도시 전체가 암흑으로 뒤덮여 있는데, 나 혼자 촛불 하나를 들고 있다고 해서 그 어둠이 걷힐 리 만무하다. 하지만 어둡다, 어둡다 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 우선 내가 가지고 있는 초에 불을 붙이고, 그 불을 옆 사람에게, 또 그 옆 사람에게, 초가 타고 있는 한 옮겨주고 싶다. 그래서 내 주변부터 밝고 따뜻하게 하고 싶다. 모든 일을 해결할 순 없지만 할 수 있는 일은 하고 싶다. 정말 그렇게 하고 싶다. (p.159)

- 나는 앞으로 다이야몬드를 볼 때마다, 잘려서 피가 뚝뚝 흐르는 자마엘의 팔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거다. 분명 괴로운 일일 것이다. 몰랐으면 좋았을 것을, 마음 편했을 것을……. (p.170)

- 어느 날 산 정상에 선 내가 말했다. / "와, 높다. 세상이 다 보이네." / 그러자 아버지가 자상하게 일러주셨다. / "세상에서 제일 높은 산은 저기 먼 나라에 있는 에베레스트야. 여기보다 훨씬 높지." / "얼마나 높은데요?" / "8,848미터." / "여기는요?" / "한 500미터쯤 될까?" / "와, 거기 올라가면 세상이 진짜 다 보이겠네요? 나도 올라갈 수 있어요?" / "물론 올라갈 수 있지." / 그 제일 높은 산이 있는 곳이 바로 여기 네팔이다. (p.225)
> 나 역시 에베레스트를 마주 보며 '지구의 꼭대기'를 마주하고 있다는 생각에 벅차올랐던 가슴을 잊을 수가 없다.

- 그때 초라한 화분 안에서 활짝 핀 꽃을 보는 것이 바로 지도자가 아닐까 생각했다. 지금 피어 있는 꽃을 알아보는 것은 누군들 못 하랴.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잠재력을 보고 밀어주는 사람.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의 합산으로 사람을 보지 않고 그가 가질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의 합산이라고 믿어주는 사람이 지도자일 거다. 그 가능성을 발견하면, 어린 싹일 때는 비바람을 막아주고 물도 주는 사람. 그러다 어느 정도 자란 후에는 시련을 이기며 혼자 크는 모습을 뒤에서 응원하는 사람. 이런 사람에게 '찍히는 건' 정말 일생일대의 행운이 아닐 수 없다. (p.228)

-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다름아닌 헛된 이름, 허명(虛名)이 나는 일이다. 평가절하도 물론 싫지만 지금의 나 이상으로 여겨지는 것이 제일 무섭다. 나의 실체와 남에 의해 만들어진 허상의 차이를 메우기 위해 부질없는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것이 제일 두렵다. (p.263)

- '왜 계속하고 싶은 건데?' 답은 아주 간단하다. 이 일이 내 가슴을 뛰게 하기 때문이다. 내 피를 끓게 하기 때문이다. 참말이지 5년 동안 해왔지만 지금도 '긴급구호'라는 말만 들어도 몸이 뜨거워지고 마음은 어느덧 현장에 가 있다. 이 견딜 수 없는 뜨거움, 이 마음이 식기 전에는 긴급구호를 그만둘 수가 없다. 마음이 온통 여기에 있는데 무슨 다른 일을 할 수 있을까. (p.282)

- 나는 이 일을 하면서 이 떳떳함과 만족감, 일에 대한 자부심 외에 특별히 뭘 얻을 생각도 없고 무엇을 더 얻을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혹시 하나를 더 원한다면 우리 조카들과 형제들에게 당당한 꼬미야, 동생, 누나가 되고 싶다는 거다. 그러나 엄마 아버지의 딸, 한국의 딸로만 머물기는 싫다. 한국은 나의 베이스캠프일 뿐이다. 이왕 세상에 태어나고 세상으로 나섰으니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서 온 세상의 딸이 되고 싶다. 세계를 무대로, 세상 사람들을 모두 친구로 형제자매로 삼고 싶다. / 그러기 위해서라도 나는 세상이 만들어놓은 한계와 틀 안에서만 살 수가 없다. 안전하고 먹이도 거저 주고 사람들이 가끔씩 쳐다보며 예쁘다고 하는 새장 속의 삶, 경계선이 분명한 지도 안에서만 살고 싶지 않다. 그 안에서 날개를 잃어버려 문이 열려도 바깥으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새가 된다면……. 생각만 해도 무섭다. 나는 새장 밖으로, 지도 밖으로 나갈 것이다. 두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다닐 거다. 스스로 먹이를 구해야 하고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그것은 자유를 얻기 위한 대가이자 수업료다.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 길들여지지 않는 자유를 위해서라면. (p.283)

- 나는 사람은 힘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진심과 감동으로 움직인다고 믿는다. 나는 이 일을 하면서 여자인 것이 걸림돌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오히려 디딤돌이 된 적이 훨씬 많았던 것 같다. 걸림돌로 만들 것인가, 디딤돌로 만들 것인가는 각자의 선택과 활용 방법에 달려 있는 것이다. (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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