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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22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체 게바라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체 게바라
2008/12/22 16:24 | Thoughts/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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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체 게바라를 잘 모른다. 그는 이미 20세기 혁명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으나, 내가 알고 있는 그의 모습이란 티셔츠에 새겨진 그의 붉은 빛 얼굴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체 게바라는 1928년 아르헨티나 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나 의학을 전공했다. 졸업을 앞두고, 그는 '즉흥적'으로 여행을 결정하고, 친구 그라나도와 함께 남아메리카 대륙을 통과해 북아메리카로 향한다. 그는 이후 여러 번 남아메리카 대륙 여행을 더 한 후 혁명가의 길을 걷게 된다.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에서의 여행을 통해 체 게바라는 남아메리카 민중들의 고통을 목도하였으며, 이는 그가 의사의 길을 그만두고 혁명가로 다시 태어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는 이 결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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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위를 받은 나는 라틴아메리카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 아이티와 도미니크 공화국을 제외한 라틴아메리카의 모든 나라들을 어떤 방식으로든 방문했습니다. / 초기에는 학생 신분이었지만 나중에는 의사 신분으로 여행했습니다. 나는 점차 가난, 기아, 질병 그리고 가진 게 변변치 않아 아이를 치료할 수 없는 사람들과 밀접히 접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나는 유명한 연구자가 되거나 의학 발전에 어떤 중요한 기여를 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 있음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그들을 돕는 것이었지요."

- 체 게바라, <의과대학생들에게 한 연설>에서, 1960년 8월 20일


체 게바라는 과테말라 혁명에 참가했으며,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게릴라 투쟁을 통해 쿠바 혁명을 성공시킨다. 이후, 쿠바 혁명정부의 2인자로 정부 요직을 역임하다, '나는 정치가가 아니라 혁명가이다. 쿠바에서 내가 할 일은 모두 끝났다'는 편지를 남기고 사라진 후, 콩고 혁명, 볼리비아 혁명 등을 지원하다 결국 볼리비아 반군추격대에 생포되어 총살 당하고 만다. 그의 유언은 '지금의 실패는 결코 혁명의 종말이 아니다' 였다고 한다.

이 책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는 체 게바라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던 라틴 아메리카 여행에 대한 기록이다. 모터사이클을 타고 출발해서, 모터사이클이 곧 고장나버려 도보와 히치하이킹 등으로 진정한 무전여행의 진수를 보여준다는 면에서도 재미있게 읽히지만, 그런 와중에 이 위대한 혁명가의 정신적 변화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의 한국어판 서문은 체 게바라의 차녀 알레이다 게바라가 썼는데, 그는 여기에 이렇게 적고 있다.

"솔직히 말해 이 글을 읽으면서 나는 청년 시절의 아버지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의 이런 감정을 여러분과도 함께 나눌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글을 통해 청년 에르네스토 게바라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모험을 열망하며 장차 수행할 위대한 일에 대한 꿈을 안고 아르헨티나를 떠난 체 게바라, 그는 세상의 현실을 깨닫고 한 인간으로서의 성숙과 더불어 사회적 존재로서의 자질도 함께 키워나갔다."

다른 누구보다도, 딸에게 이런 말을 듣는 것에 체 게바라는 무척 행복해하지 않을까.



*인상 깊은 구절:


- 우리는 상상가는 대로 머나먼 나라에 가보기도 하고, 열대성 바다를 항해하기도 하고, 아시아 전역도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갑자기 마치 공상에서처럼 불쑥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 "북아메리카에 가보면 어떨까?" / "북아메리카에? 어떻게?" / "포데로사를 타고!" / 우리의 여행은 그렇게 결정되었다. 이는 그 순간에 세운 기본 원칙, 즉 즉흥성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결정이었다. (pp.22-23)

- 보트에서 나는 들었네 / 그녀의 맨발이 물 튀기는 소리를 / 우리의 얼굴에서 / 굶주린 황혼을 보았네 / 그녀와 거리 사이를 오가는 / 내 마음, 내가 알지 못하는 / 그 길이 그녀의 눈에서 / 나를 벗어나게 하고 / 그녀의 품에서 빠져나갈 힘을 만드네 / 그녀는 거기 있었네, 비와 유리창 뒤에서 울며 / 슬픔과 눈물로 흐려진 채 / 그녀는 거기 있었네, 소리칠 수도 없었네 / 기다려 줘요! 내가 / 당신과 함께 걸어갈게요.  - 오테로 실바의 시  (pp.27-28)

- 그곳에서 우리는 우리의 진정한 소명이 영원히 세계 곳곳을 방랑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항상 호기심을 갖고, 눈에 띄는 모든 것을 들여다보고, 세상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그리고 항상 어떤 곳에도 뿌리내리지 않고, 적어도 사물의 근저에 무엇이 있는지 깨달을 만큼 오래 머무르지 않는…. 우리는 표면적인 것만을 보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p.95)

- 음울한 무기력과 불안한 피로감이 밀려들었다. 어떤 것도 결정할 수 없는 무력감을 느꼈지만, '아무리 나쁜 일이 일어난다 해도 먼저 주눅들 필요는 없지' 라는 생각은 굳게 지켰다.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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