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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에 해당하는 글(1) |
2009/01/06 신년 근황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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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_기록에 대한 변명
내가 자신의 삶을 기록하고 시간 통계 방법을 개발한 류비셰프에 대한 책을 읽은 것이 2006년이었다. 처음 그에 대해 읽으면서 든 생각이 '아니 이렇게 하루도 빼놓지 않고 자신의 삶을 기록하고 월별, 연별로 통계를 내다니 무섭네'였던 것 같다. 그 철저함에 인간미가 없다고 느끼기도 했다. 그래서 아래 나의 2008년 Review 포스팅을 보고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조금 변명을 써보기로 했다. 내가 얼마나 '인간적'인 이유로 나의 삶을 기록하기 시작했는지를.
우선, 아래는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를 읽고 쓴 서평 포스팅에서 발췌한 것이다.
자신의 인생을 분 단위로 쪼개 계획하고 기록하고 통계내는 삶을 산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부감을 느낄 것이다. 그 거부감은 대체로 기계적인 삶에 대한 혐오에서 오는 것으로 생각된다. 인간은 자신의 삶에서 상당부분 우연적인 요소를 기대하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들은 시간을 사용하는 데에서 비롯되며, …(후략)…
나 역시 이 책을 읽고 나서 당장 시간 통계 방법을 시작하지는 않았다. 내가 쓴 시간을 기록하기 시작한 것은 시간이 너무 부족하여 도저히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없었을 때였다. 2007년 1학기, 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후 몇 년 만에 학교로 돌아갔다. 처음엔 나름대로 체득한 방법인, 학습 시스템 구축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특히 이공계 대학을 다녀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엄청나게 빠른 수업, 매일 나오는 과중한 과제, 끝나지 않는 시험 등에 한번 페이스를 놓치기 시작하면 학기가 끝날 때까지 허덕이게 된다. 그리고 그런 비인간적인 학업량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일주일에 하루도 쉬지 못하는 비인간적인 스케줄을 감내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일정을 반복하게 되면 일단 정신이 지치게 되고, 학기가 끝날 때쯤 되면 절대로 즐겁게 공부를 할 수가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그 시절, 학기가 반 정도 지났을 무렵, 나 역시 지쳐가고 있었다. 매일매일 노력하고 있는데도 시간은 부족하고 정신적 휴식을 취할 시간이 부족했다. 그 때, 나는 류비셰프를 떠올렸다. 내가 과연 어디에 얼마나 시간을 쓰고 있는지 기록해보자. 그래서 내가 인지하지 못하고 써버리는 시간에 할 일을 하고, 쉴 시간을 확보하자. 그렇게 좀더 인간적인 삶을 살아보자.
그래서 내 경우는 30분 단위로 하루를 쪼개고, 일주일치를 표로 만들어 일주일 시간기록표를 만들었다. 그리고 30분 단위로 내가 그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되니 내가 언제 얼만큼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지 더 잘 알 수 있게 되었고, 빈 시간에 내가 할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는? 그 이후로 일주일에 최소 하루는 복습 이외의 어떠한 공부도 하지 않는 휴일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하루가 너무도 달콤했고, 그 이후로 나는 학기가 끝날 때까지 공부에 흥미를 잃지 않고 즐겁고 균형잡힌 인간적인 일상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나에게 시간 기록은 정말 소중하고 고마운 방법이다. 나 역시 그런 방법을 처음 접했을 때, 거부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나, 그 방법은 내가 비인간적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 인간적인 삶에 대한 강렬한 갈망을 해소할 수 있게 해주었다.
류비셰프 역시 그의 시간통계 방법을 사용하여 인간적인 사람들에 비해 훨씬 더 풍요로운 삶을 살았다.
그는 매일 8시간 이상을 자고 운동과 산책을 즐겼다. 또한 한 해 평균 60여회의 공연 및 전시를 관람했다고 한다. 그가 가장 역점을 두었던 학문적인 면에 있어서도 전공인 곤충분류학, 해부학을 비롯하여 진화론, 수리 생물학, 유전학, 분산분석 등에 많은 저서를 썼다. 과학 외에도 철학, 역사, 문학과 윤리학 등에도 해박한 지식을 지니고 많은 원고를 남겼다. 또한 류비셰프는 생전에 70권의 학술 서적과 총 1만 2500여장의 논문 및 연구자료를 썼다.
-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서평 포스팅에서 발췌
또한, 일상생활 경비에 대한 기록은 확실히 지금까지의 여행경험으로부터 비롯되었다. 특히 2006-2007년의 여행에서 나는 항공료, 승선료, 기차요금 등등 장거리 교통비를 포함하여 만 3개월간 190만원을 사용하였다. 장거리 교통비가 대략 80만원 정도였으니 3개월 간 110만원의 일상생활 경비를 사용한 것인데, 아무리 물가가 싼 지역이라고 해도 부족한 예산이었다. 때문에 철저하게 현금흐름을 관리할 수밖에 없었달까. 예산을 맞추지 않으면 언젠가 밥을 먹지 못할 수 있었다.
이러한 철저한 기록과 점검 덕에 무사히 여러 곳을 구경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친구들이랑 놀면서도 갑자기 자금이 떨어지는 일 없이 즐겁게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시간과 돈에 대한 기록은 부족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써서 내가 좀더 인간적이고 즐거운 삶을 누릴 수 있게 해주었다. 그 점에 있어 기록이란 것이 굉장히 유용한 도구임에 틀림없다. 이런 도구가 없었다면 나는 여전히 공부에 치여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하루 걸러 밤을 새고, 학기 내내 휴일 하루 없이 공부에 매여 있었을 것이다. 또한, 일찍 여행비를 탕진해버려 오도가도 못하고 집에서의 송금을 기다리며 주린 배를 움켜쥐고 인도 구석 어딘가에 박혀 있었을지도 모른다.
기본적으로 나는 좀더 즐겁고 인간다운 생활을 하고 싶은 것이고, 컴퓨터나 휴대폰과 마찬가지로 시간기록과 생활 경비 기록이 그런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시간과 돈에 있어 부족이란 것을 경험해보지 못했다면 기록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테니 이렇게 말해도 거부감은 여전하겠지요(..) 그런 사람이 있다면 진심으로 부럽군요.
2_신년의 일과
우선, 9년째 정초에 일출을 보았다.
그리고 가족모임도 있었고, 친구들도 만났고, 책장 정리도 했다. 내가 학교에 다니면서 생산해낸 많은 자료들을 처리하고, 분류하고, 정리했다. 이번 주에는 향후 계획을 좀 생각해 보고자 한다.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 생각해보았다. 어쩐지 사춘기에 생각할 법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먼저, 공부 하는 것이 즐겁고, 당분간은 계속 하고 싶다. 그런 와중에 딱히 부족하지 않은 경제적 여건을 가져 특별한 걱정 없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계속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싶다. 또한, 내가 하는 일이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세상을 좀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면 좋겠다. 내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 굳이 시간을 들여 얻어야 한다고 생각되지 않는 것들에 많은 시간을 쏟지 않고, 중요한 일에 시간을 쏟을 수 있는 제반 여건들을 만들고 싶다.
결국,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일까? 지금은 꽤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런 인생을 만들어 갈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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