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린다 린다 린다>를 보여주기로 해서 명동 CQN에 갔더랬다. 누군가 이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일본판 <고양이를 부탁해> 같다고 했던 걸 보았는데, 그렇게도 볼 수 있겠다 싶었다. 다만, <고양이를 부탁해>에서는 고교를 졸업한 여자아이들이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에 주로 초점을 두었다면, <린다 린다 린다>는 고등학생들의 일상에 초점을 둔다.
시바자키 고교의 문화제 기간이 다가왔다. 고등학생으로서 마지막으로 치루는 문화제에서 밴드 공연을 하기로 한 케이, 교코, 노조미는 곤란을 겪고 있다. 같은 밴드에서 기타를 맡은 모에가 손가락 골절로 공연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자, 보컬인 린코와 케이가 싸워 밴드가 와해위기에 놓인다. 결국 원래의 포지션이 키보드였던 케이가 기타를 치기로 하고 새로 보컬을 섭외하게 된다. 영입된 새 보컬이 바로 한국인 유학생 손(배두나).
사실, 영화 내내 큰 사건은 없다. 이렇게 모인 네명의 여학생이 문화제 공연을 위해 준비를 하고, 결국 공연을 한다는 내용. 하지만 영화는 이렇다할 이벤트가 없이 시간을 채우고 있는 일상적인 것들을 섬세하게 잘 표현해내고 있다. 여자아이들이 밤중에 학교에서 연습하다 잠들어버리는 모습도 재미있고, 손에게 마음이 있어 고백하는 남자아이의 모습도 안쓰럽고. 손을 보러 소각장(소가쿠장-)에도 가고, 손을 보러 학교에 온다는 남자아이. '사랑한다'는 말에 '친구들이 기다려서'라고 한국어로 대답하고 도망치는 손. 어쩐지 고등학생들의 세심한 연애사들이 마음을 울린다. 이것 말고도 교코와 케이의 연애사도 나오는데, 어려서 예쁘달까, 하는 느낌. 그 시절엔 그리도 소통이 어려운 걸까. 서로 마음이 있는 게 분명한데도 말 한마디의 계기가 없어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어쩐지 미소가 지어졌다.
케이의 '보컬을 할 거냐'는 질문을 제대로 못 들어, 대충 '한다'고 대답해버린 손. 문화제에서 하기로 한 브루하츠(The Blue Heart)의 곡을 듣고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동하지만, 처음에 노래는 정말 못 한다. 노래만이 문제가 아니라 일본어를 잘 하지 못해 더듬거리는 가사. 그렇지만 연습을 해갈수록 놀랍도록 향상되는 실력!
그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것이 정말 즐거웠다. 대부분의 시간들은 무엇을 준비하기 위해, 일상생활을 하기 위해, 웃고 떠들고 연습하는 사이에 흘러간다. 이벤트라는 것은 어떤 계기일 뿐이지 일상은 '일상적인' 것들로 채워져 있다. 여고생들의 그런 소소한 삶.
음악은 정말로 좋다. 내가 사랑해 마지 않았던 Smashing Pumpkins에서 기타를 쳤던 James Iha가 음악을 맡았다. 내가 좋아하는 제임스 이하와 배두나가 이런 식으로 만나다니. 묘한 기분. 음악은 역시, 감각 있달까. <고양이를 부탁해>의 음악은 우리나라 밴드 '별'이 맡았었는데, <린다 린다 린다>를 보면서 계속해서 떠올랐다. 물론, <린다 린다 린다> 쪽이 좀더 록의 느낌이 강하지만, 기본적으로 두 영화 다 음악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블루하트의 곡들도 정말 좋았고. 나도 모르게 '린다 린다~ 린다 린다 린다~' 하고 따라 부르게 되어 버린다.
영화에서 제일 좋았던 부분은, 문화제 당일, Studio Q에서 연습하던 중, 케이의 꿈 속에 나오는 부분이랄까. 케이가 화장실에 가서 세면대 앞에 서고, 곧 손이 따라 들어가 케이의 옆에 선다. 케이는 '밴드에 들어와 주어서 고마워'라고 일본어로, 손은 '밴드에 넣어 주어서 고마워'라고 한국어로 말한다. 다른 언어로 소통하는 그들을 보면서, 마음이 닿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장면으로 영화는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소통한다는 거, 정말로 어떤 걸까. 그런 느낌, 정말로 좋았다.
음악은 시종일관 훌륭하다. BGM도, 밴드 파란마음(from The Blue Heart)이 연주하는 음악도 모조리 좋다. 가끔씩 공연장에 온 것처럼 몸이 들썩이고,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게 된다. 결국, OST를 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여름에, 시간을 투자해서 일본어를 좀더 익혀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앨범의 속지를, 가사를 읽고 이해하고 싶다. 소통.
그 때까지는 일단, 앨범에 동봉되어 있는 번역된 가사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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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da Linda by 파란 마음
시궁쥐처럼 아름답게 되고 싶어
사진에는 찍히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으니깐
만약 내가 언젠가 너와 만나 서로 얘기한다면
그럴 때는 부디 사랑의 의미를 알게 해주세요
시궁쥐처럼 누구보다 더 상냥하게
시궁쥐처럼 무엇보다 더 따뜻하게
사랑이 아니라고 해도 연애가 아니라고 해도 너를 놓지는 않아
결코 지지 않는 강한 힘을 나는 한 개만 갖고 있어
나의 오른손 by 파란 마음
나의 오른손을 알지 못합니까?
행방불명 되었습니다
지명수배의 몽타주 거리에서 나눠줘요
지금 바로 찾으러 가지 않으면
어서 빨리 찾지 않으면
꿈에 나타났던 굶주렸던 들개 오늘 밤 짖고 있어요
본 적도 없는 것 같은 기타 치는 식으로
들은 적도 없는 것 같은 스타일로 노래 하고 싶어 그렇기 때문에
나의 오른손을 알지 못합니까?
인간은 모두 약해도
꿈은 꼭 이뤄지는 거여요
눈동자 속에 잠들다 만 마음 꺾이지 않은 마음
지금이라도 눈에서 흘러내릴 것 같은
눈물의 이유를 말할 수 없습니다.
오늘도 내일도 낼 모레도 무언가를 찾겠죠
본 적도 없는 것 같은 마이크를 잡는 식으로
들은 적도 없는 것 같은 스타일로 노래해요 그렇기 때문에
나의 오른손을 알지 못합니까?
끝나지 않는 노래 by 파란 마음
끝나지 않는 노래를 부르자 뭣 같은 세계를 위해
끝나지 않는 노래를 부르자 모든 쓰레기들을 위해서
세상에 냉대 받아 홀로 울었던 밤
이제 안될 거야 라고 생각한 적은 지금까지 여러 번 있었어
진실의 순간은 항상 죽을 정도로 무서운 일이니깐
도망치고 싶어졌던 적은 지금까지 여러 번 있었어
끝나지 않는 노래를 부르자 나와 너와 그를 위해
끝나지 않는 노래를 부르자 내일에는 웃을 수 있도록
끝나지 않는 노래를 부르자 홀로 울었던 밤
끝나지 않는 노래를 부르자 ……취급 당했던 날들
끝나지 않는 노래를 부르자 뭣 같은 세계를 위해
끝나지 않는 노래를 부르자 모든 쓰레기들을 위해서
끝나지 않는 노래를 부르자 나와 너와 그를 위해
끝나지 않는 노래를 부르자 내일에는 웃을 수 있도록
다시 보고 싶다, 고 생각했다. 기회가 있다면 정말로 다시 보고 싶다. 사랑스러운 영화.
영화가 끝나고 동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조금씩 균형이 잡히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이런 생각들을 했다.
정말로 열심히 살아야 겠다.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삶이란 건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구나. <린다 린다 린다> 덕에 조금은 감이 생기지 않았을까. 사랑스러운 친구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