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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돌아온 후, 잘 읽히지 않는 책들을 붙잡고 있느라 제대로 읽은 책이 없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소세키에 안착. 오랜만에 읽은 책이었다. 역시, 나는 소설이 좋은걸까.
<명암>은 나쓰메 소세키의 마지막 작품으로, 신문에 연재하던 중 소세키의 사망으로 미완으로 끝난 소설이다. 3인칭으로 전개되는 소설은, 신혼부부인 츠다와 노부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츠다는 직장을 다니기는 하지만 교토의 아버지에게 돈을 받아서 풍족하게 생활하는 상류층의 자제이다. 그는 노부와 결혼한 후, 아버지의 친구 요시오카의 회사에 자리를 얻어 도쿄로 옮겨와서 살고 있다.
이야기는 츠다와 노부, 그리고 그 주변에 있는 노부의 고모부 오카모토 부부, 츠다의 숙부인 후지이 부부, 츠다의 상사인 요시오카 부부, 츠다의 여동생인 히데, 츠다와 친분이 있었지만 지금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고바야시 등과의 대화와 사건으로 진행된다.
이들과의 만남과 대화로 나타나는 부부 사이의 '빛과 어둠'. 부부사이라고 해도 서로 잘 알 수 없는 부분, 절대로 알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하고, 그런 작은 갈등들이 부부 사이에 미묘하게 균형잡고 있어 관계가 깨지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 이야기는 노부가 알지 못했던 츠다의 과거 연인을 향해 진행되고...
소설이 '기승전결'로 구성된다면, '전'으로 넘어가려고 하는 시점 쯤에 미완으로 남아버린 느낌이다. 하지만 소세키의 맑고 섬세한 묘사들은 언제 읽어도 즐겁다. 최근에 일본 소설들이 대거 출판되곤 하는데, 소품은 있겠지만 작품으로서는 조금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유명한 YB나 EG 같은 소설가들의 작품도 '맹물' 같은 느낌이라 내 취향은 아니다. 소세키는 맑은 물로 깔끔하게 우려낸 차 같은 느낌이라 좋다. 그 따스함이, 천엔짜리 지폐에 초상이 들어가 있는 일본의 대표작가 소세키의 위치가 우연이 아님을 증명해준다.
인상 깊은 구절:
1_
"당신은 내심 가고 싶어 하는 주제에 머뭇머뭇하고 있군요. 그게 내가 보면 남자답지 않은 당신의 가장 좋지 않은 부분이에요."
남자답지 않다는 평을 받아도 별다른 고통을 느끼지 않는 츠다는 대답했다.
"그럴지도 모르지만 좀 생각해보지 않고서는……."
"그 생각하는 습관이 당신의 인격에 해를 끼치게 돼요."
츠다는 '헤에?'하고 말하며 놀랐다. 부인은 새치름한 얼굴을 보였다.
"여자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 때에."
(pp.386-387)
2_
"당신은 언제까지나 품위 있게 조용히 있으려고 하는 거예요. 조용히 움직이지 않고 해결하려고 하는 거죠. 그러면서도 내심으로는 그 일로 시종 괴로워해요. 그 부분을 조금 더 밀어붙여보세요. 내가 이렇게 하고 있는 동안에는 이제 곧 교코 쪽에서 뭔가 설명할 테지 하고 계속 생각하며……."
(pp.387-3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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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족스러운 연애를 해본 사람은 더 따뜻한 소리를 내게 됩니다."
- 나쓰메 소세키, <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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