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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0일자로 올해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수상작이 발표되었다. 글쎄, 나는 소설은 확실히 좋아하는 편이니까 그럭저럭 단편소설 수상작 정도는 읽곤 하는데, 이게 웬 걸, 맨 앞 페이지 시 당선작과 시 당선소감이 실려 있는 곳을 보고 놀라버렸다. '침몰하는 저녁'으로 당선된 이혜미 씨는 1987년생. 건대 국문과 1학년 학생으로, 소개를 읽어보니 안양예고 출신인 듯 싶더라. 와, 이렇게 어릴 때 등단하는 거 그리 흔치 않은 일인데. 최인호 씨가 고2, 만 18세의 나이로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것과, <무진기행>으로 잘 알려져 있는 김승옥씨가 서울대 재학시절 만 21세의 나이로 역시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것 정도가 떠오른다. 어쨌든, 19세로서 등단하는 것은 그다지 흔치 않은 일로 생각된다.
 이혜미
침몰하는 저녁
이혜미
내가 밑줄 친 황혼 사이로 네가 오는구나. 어느새 귀밑머리 백발이 성성한 네가 오는구나 그 긴 머리채를 은가루 바람처럼 휘날리며 오는구나. 네 팔에 안긴 너는 갓 태어난 핏덩이, 붉게 물든, 모든 저물어가는 것들의 누이가 되어 오는구나 네가 너에게 젖을 물리고 세계의 발등이 어둠으로 젖어든다. 너의 모유는 계집아이의 초경혈마냥 붉고 비리고 아픈 맛, 나는 황홀하게 너의 젖꼭지를 덧그리고 있었다
내가 붉게 표시해 둔 일몰이 세상으로 무너져 내리던 날 배냇시절의 너를 안고 네가 나에게 오는구나 네가 발 디디던 곳마다 이름을 버린 잡풀 잡꽃들이 집요하게도 피어나던 거라. 옅은 바람에도 불쑥 소름이 돋아 위태로운 것들의 실뿌리를 가만 더듬어 보면 문득, 그 뿌리들 내 속으로 흘러 들어와 붉게 흐르고 나 역시도 이름 버린 것들의 누이가 되고 말 것 같은데
나에게 진한 붉음으로 표식을 남긴 저물녘을 건너 비로소 네가 오는구나. 세계는 자꾸 움츠러들며 둥글어지려 하고 잘려진 나의 탯줄에 다시 뿌리가 내리면, 너는 저물며 빛을 키우고 빛이 저물며 어둠을 잉태하고 어둠이 다시 너를 산란한다. 그 속에서 나도 세상과 함께 움츠러들며 둥글어지던 것인데, 처음으로 돌아가려던 것인데, 내 속의 실뿌리들이 흔들리며 누이야 누이야, 내가 버리고 온 나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던 거라. 물관으로 흐르는 맑은 피는 양수가 되고… 체관으로 흐르는 진득한 피가 세계에 지천으로 꽃을 피워내는데… 아아 네가 오더구나, 모든 것들의 처음과 끝인 네가 오더구나
그냥, 국제물리올림피아드 따위에서 금상을 타오는 머리좋은 친구들도 마냥 부러웠는데, 19세의 나이로 등단을 하는 이런 친구들도 부러움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달까. 어쩐지, 두 가지는 별로 관계 없는 분야긴 하지만.
이것저것 관심분야가 많다보니, 어쩔 수 없이 나의 한정된 능력은 분산되고 있다. 그 때문에 나는 나의 한정된 능력 자체의 크기를 키워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다양한 분야들 사이에 시너지 효과가 일어날 수 있도록 머리를 굴리고 있다. 사실, 리처드 파인만 같은 사람들이 '나의 능력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한 분야에 집중했다'고 하는 말을 듣거나 하면 뜨끔하다. 그러나 다른 분야들에 대한 관심을 끊고 한 가지에만 집중하면 오히려 집중이 잘 되지 않는걸. 재미있는 게 너무 많아서 나도 골치가 아플 지경이다. 그러나 이렇게 태어났고, 이렇게 살아왔는 걸 어쩐담. 이런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좀더 열심히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열심히, 또 열심히 좋아하고 관심있는 일들을 해나가야 한다.
그래서 말인데, 정말이지 나도 문예상에 당선되고 싶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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