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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의 하루


2010/02/07 19:39 | Travel/Travel Note
3년 전 처럼, 떠나지 않으면 무언가 폭발할 것 같은 건 아니었다. 그 땐 물리적으로 너무나 제한된 좁은 공간 안에서 모든 생활을 해야했기 때문에 어딘가 멀리 가고 싶은 욕구가 강해졌던 것 같다. 이번에 난 왜 여기에 와서 24시간씩 버스를 타고, 1,2달러를 아끼려 큰 배낭을 메고 두세시간씩 숙소를 찾아 헤메고 있는 걸까. 여행에서 유적지 같은 것을 보는 것은 '필수과목'에 해당하니까 보게 된다. 이곳에 무엇을 꼭 보고 싶어서 왔던 것은 아니니까. 장거리 버스에서 창밖을 내다보며, 오토바이 뒷자리에 매달려 얼굴에 바람을 느끼며 때때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도대체 나는 여기에 왜 왔으며, 왜 이 고생을 하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 여행을 하고 있는가. 예전에 여행을 할 때처럼, 그런 의문들이 '나는 왜 살아가는가'에 대한 의문으로 전이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사실, 베트남에 간다고 했을 때, 한국에서 '베트남 신부'를 찾으러 가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는데, 역사를 조금이라도 생각해본다면 베트남에 대해서 그리 쉽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사람들은 무려 미국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 사실상 승리한 사람들이다. 공산주의의 북베트남이 미국의 지원을 받는 남베트남을 무력 통일하여 남부의 중심 사이공에 있는 남베트남 대통령궁에 '통일궁'이란 이름을 붙여놓았다.

동남아시아에서는 태국과 쌍벽을 이루는 단연 독보적인 존재이지만, 이곳은 여전히 개발도상국이고, 생활수준이나 인프라면에서 우리에게 뒤쳐져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개발이 덜 되었다고 해서 이들의 문화나 인격에 대한 가치가 떨어지는 것일까? 불과 우리의 몇 십 년 전 모습만 생각해 보더라도, 일부 서구인들처럼 오만한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볼 수는 없을 것이다.

저개발국을 여행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곤 한다.


1. 소득은 노력에 비례하지 않는다.

사실상, 한국에서도 분야에 따라 비슷한 노력을 해도 소득이 달라진다. 이곳에 오면 그것을 극명하게 깨닫는다. 물론, 한국 직장이 이곳에 비해 엄청나게 터프할 것 같긴 하지만, 이곳에서 그만큼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한국에서 일하는 것과 같은 소득을 달성하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비슷한 노력을 하더라도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가에 따라 취할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이 엄청나게 달라진다.

그러므로 '이렇게 고생하니까 이 정도의 급여는 당연하다' 혹은 '이렇게 고생하는데 이 것밖에 벌지 못하나' 같은 것은 부적절한 질문인지도 모른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가치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서 취할 수 있는 경제적 이득도 크게 달라진다.


2. 사람을 쓰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한국에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서비스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사실, 이곳에 와서 보면 일자리 만들기란 아주 쉽다. 우리나라의 옛날처럼, 혹은 태국이나 베트남 같은 개도국 처럼 버스에 매표원을 한명 더 태워서 승객에게 요금을 받고 잔돈을 거슬러 주는 등의 일을 하면 된다. 우리나라 버스의 경우는 이러한 시스템이 거의 자동화 되어 있어서, 버스에 기사 한 명만 탑승해도 충분히 운행이 가능하다. 현재 한국에서 시행중인 청년인턴 제도 같은 것이 바로 이런 식의 일자리 만들기가 아닐까? 충분히 자동화 되어 있고, 직원들의 숙련도가 높아서 더 이상 사람이 필요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버스에 매표원을 탑승시키듯, 청년인턴을 고용해서 일을 시키는 것이다. 사실상 이것이 미봉책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이런식으로 고도로 시스템화된 사회에서는 어떻게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나? 아마 이것이 국정 운영자들이 현재 고민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3. 경제 발전의 달성을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5천원 이상은 줘야 사먹을 수 있는 베트남 쌀국수가 이곳에선 1~2천원이면 먹을 수 있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드는가? 결국, 국가 간의 경제적 격차란, 다른 누군가가 만들 수 없는, 혹은 만들기 어려운 고도의 기술을 축적해서, 그것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때 발생한다. 내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의 디스플레이가 삼성의 제품인데, 이곳에선 삼성만큼 이런 제품을 잘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이런 물건을 사올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이런 기술격차에 의해서 경제적 격차가 유지되는 것 같다. 물론, 한국 같은 상황에서는 기술격차는 어느 정도 극복했고, 그 다음에는 브랜드 가치가 인정 못 받아서 서구 국가들과 경제적 차이가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그러나, 기본적으로 기술기반의 제조업이 없다면 경제적 수준의 우위를 유지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지난 금융위기에서 미국과 영국, 특히 영국이 크게 휘청거렸던 이유를 제조업의 몰락에서 찾는 견해도 많다.


4. 도대체 관광지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팔아야 하나?

앙코르와트를 돌다 보니 구석구석 사원마다 캄보디아 전통 직물 같은 걸 팔기도 하고, 기념품과 책도 팔고, 음료수나 먹을 것도 팔고 있었다. 물론, 내가 산 것은 음료수나 먹을 것뿐.

도대체 팔리기나 할까 싶은 것을 열심히 팔고 있는 아이들, 그리고 어른들을 보면서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팔아야 잘 팔릴까 싶었다. 관광객들이야 어차피 한번 왔다 가는 사람들이니까 지금처럼 현지물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물가의 가격으로 100명에게 팔기를 시도한 후 1명이 사주면 그걸로 성공인걸까? 아니면, 더 좋은 방법이 있어서, 이들이 물건을 더 잘 팔 수 있고, 더 잘 살 수 있게 되는 걸까.

언제나 '직접 일하는 것'의 가치가 더 높다고 생각하고, 어쩌면 지금 그들이 일하는 방식이 현재 상황에서 최선일 지도 모르지만, 이런 경우는 분명히 경영 컨설팅이 필요해 보인다. 이들을 더 잘 살 수 있게 해주는 사회적 기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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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ibo at 2010/02/08 09:01  r x
음...
읽으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거리고 감.
Replied by 아즈 at 2010/02/10 15:19 x
나루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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