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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f) 삶의 의미를 찾아서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삶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이 우리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느냐 하는 점 - 빅토르 프랑클, <삶의 의미를 찾아서>
우리사회가 발전하면서 그날그날의 생계를 위해 온 가족이 매일 일해야만 하는 경우가 점점 줄고 있다. 한국은 이미 개발된, 부유한 나라가 되었으니까.
나는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여전히 내가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과연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고민하곤 한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삶이 내게서 요구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예전의 경험을 되새겨보면, 선후배가 같이 밥을 먹으러 가게 되면 보통 막내가 무엇을 먹을지 결정하곤 한다. 내가 후배 때는 얻어먹으면서도 항상 고심했던 기억이 있었고, 선배가 되어서는 그냥 거부권 행사만 하면 되어서 편했던 것 같다. 인간이란 그런 식으로 선택으로부터, 자유로부터 도피를 하고 싶어하는지도 모른다.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사회적 욕구, 자기성취(esteem)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 - 를 보면서, 과연 자아실현이란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궁금했다. 그 역시 초월적인 무엇(Transcendent ideas)을 말했다만, 그것이 부처가 되는 것이 아니라면 과연 욕구의 정점을 채우고 난 후에는 행복할까 싶었다.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것이 현대인들에게 어떤 허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런 생각을 지구인 모두가 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떤 이는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서 일해야 하고, 어떤 인도 아저씨는 딸의 결혼 지참금을 마련하기 위해 릭샤를 끌어야 하고, 어떤 아프리카인은 주변의 고통받는 이들에게 의료혜택을 주기 위해 의사가 되기도 한다. 나는 이것을 왜 하고자 하는가. 결국 무엇을 하건 나 자신의 만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음을 느낀다.
석가모니가 소승불교의 가르침을 전파하다 후에는 대승불교로 넘어간 이유도 비슷한 것일까? 그 다음은 선불교인데, 이거 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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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1. 17 WED VARANASI > BODH GAYA
새벽 1시45분이 되어도 깨우는 사람도 없고 기차도 안 온 것 같았다. 나가서 전광판을 확인하니 기차가 연착인 것 같다. 기차는 3시 5분에 도착해서 15분에 떠날 예정이라고 한다. 다시 Retiring Room에 돌아와서 누워서 안내방송을 들었는데 3시가 되니 기차 3152편이 도착했다는 방송이 나온다. 나가서 카운터에 물어보니 빨리 가랜다. 얼른 가서 기차칸 찾아 침대를 잡았다. 이때 SL 칸을 처음 탄 것 같은데, 사실 좀 충격이었다. 더럽고, 추운 밤에 난방도 되지 않고, 사람들은 숄 같은 걸 뒤집어 쓰고 누워있었다. 중국에서 험한 기차 안 타보고 시설 좋은 칭짱열차만 타봐서 그런 걸까. 네팔, 인도에서 험한 현지 버스들을 여러 번 탔음에도 불구하고 SL은 왠지 좀 죄수 수송열차 같아서 원. 그래도 타다보면 나름 재미는 있는 것 같은데, 난 아무래도 기차 보다는 창밖 구경도 많이 할 수 있고, 휴게실에서 쉬다 가는 맛도 있는 버스가 좋다.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기차보다 버스가 꽤 비싸더라.
어쨌든 대강 불쌍하게 쭈그리고 잤다. 아침 8시 정도에 Gaya Junction Station에 도착. 안내방송도 없고, 기차역 표지판을 봐도 잘 안 쓰여있어서, 같이 탄 인도분들에게 물어물어 내렸다. 관광객 상대하지 않는 일반 인도인들은 대개 도움을 청하면 잘 들어주고, 호기심도 많은 느낌.
혹시나 해서 Gaya에서 Agra로 가는 기차표 Waiting List가 줄어들었나 확인해보니 그대로다. 휴, 뭐 10시간 정도의 구간이긴 하지만 뭐 자리 나겠지. 안 나면 쭈그리고 앉아서 가고.
역에서 나가니 오토릭샤꾼들이 엄청 달라붙는데다, 사이클 릭샤 타고 질라스쿨 버스 스탠드 간다고 그랬는데 이 릭샤왈라(릭샤꾼)이 처음 부른 가격의 두 배인 10 Rs를 요구한데다, 버스 스탠드가 아니라 질라스쿨 오토릭샤 스탠드에 내려준다. 관광객 하나 내리면 정말 벌떼같이 달려드는 릭샤왈라들. 인도에서 가장 피하고 싶은 1순위라면 역시 릭샤왈라다. 사기치고, 거짓말하고, 어떻게든 관광객을 뜯어먹으려는 그들. 사회에서 가장 하층이고, 제대로된 집이 없어서 릭샤에서 잠들기도 하는 릭샤왈라들을 보면 가끔 동정심이 생기고 그들의 행동이 이해도 가지만, 정말로 감당하기 힘들다.
어쨌든 오토릭샤를 피해 사이클 릭샤를 탔더니, 결국 다른 곳에 있는 오토릭샤꾼에게 나를 넘긴 것에 화나서 물어물어 혼자 질라스쿨 버스 스탠드를 찾아갔다. 그나마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론리플래닛 지도로 대강의 위치를 파악해 놓은 것이 다행이었다. 그곳에서 한참 기다려 버스를 타고 보드가야에 도착했다. 그곳에서도 릭샤왈라들이 잡는걸 그냥 걸어서 한국절 고려사를 찾았다. 주지스님과 매니저 아마르에게 말하고 도미토리 침대를 배정받은 후 점심을 먹었다. 점심먹고 여기 오신 다른 스님이 손님들 가이드 계획 짜는 거 도와드리다 샤워하고 빨래를 했다. 저녁 먹고 밤에는 매니저 Amar랑 절에서 머무시는 한국인 한 분이랑 오토바이 타고 시장에 다녀왔다. 보드가야는 마음이 편하다. 어떨까, 스님들이 '대(大)탑'이라고 부르는 Mahabodhi Temple과 석사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보리수는.
 고려사, Bodh Gaya
2007. 1. 18 THU BODH GAYA
밤에 모기 때문에 잠을 좀 설쳐서 그런지 늦잠을 자버렸다. 식사시간을 알릴 때 깨버려서 부스스하게 나가서 아침을 먹었다. 토스트와 계란후라이(오믈렛), 따뜻한 우유. 맛있게 먹고 오전엔 Mahabodhi Temple에 다녀왔다. 바로 뒤에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얻은 보리수가 있다. 보리수는 후일 아쇼카왕의 부인이 죽였지만, 그 전에 자른 가지가 다른 곳에 반출되어, 꺾꽂이의 형태로 후에 다시 보드가야로 돌아왔다고 한다. 깨달음의 도시, 보드가야. 이곳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Mahabodhi Temple, Bodh Gaya  석가모니가 그 아래서 깨달음을 얻은 보리수, Mahabodhi Temple, Bodh Gaya  Mahabodhi Temple, Bodh Gaya  Mahabodhi Temple, Bodh Gaya 다녀와서는 점심식사 준비를 하고, 점심식사를 했다. 식사 직전에 오신 분과 나랑 매니저 아마르(Amar)는 점심 먹고 설거지 후 시장에 갔다. 이 분이 상주에서 영어 선생님을 하신다는 배선혜님. 누님과 나는 바나나 나무 한 줄기를 통째로 사고 싶어 가격을 보고 사버렸다. 바나나 나무 한 줄기에 바나나가 91개 열려있다. 엄청나네. 장을 본 것을 사이클 릭샤에 싣고 나 혼자 먼저 고려사에 돌아왔다. 아마르랑 누님은 다른 것을 사러가시고.
나는 절에서 기다리다가 두 명이 안 돌아오길래 혼자 나가서 Great Buddha Statue랑 다른 나라 사원들을 둘러보고, 짜이도 마시고, Mahabodhi Temple에도 다시 들렀다 절에 돌아왔다.
 Great Buddha Statue, Bodh Gaya  Mahabodhi Temple, Bodh Gaya  Mahabodhi Temple, Bodh Gaya 돌아와서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과연 내일 떠나야 될까. 벌써 떠나자니 아쉬움이 들었다. 일단 기차표 확인을 해서 Waiting List가 해제되고 자리가 났는지 확인해 보아야겠다. 보드가야에서 기차표 예매 사무소도 찾았다.
2007. 1. 19 FRI BODH GAYA
아침에 밥을 먹고 기차표를 확인했다. Waiting List 번호가 39번으로 줄어들었다. 취소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면 자리가 나려나. 어쨌든 운 좋으면 내일 갈 때는 자리가 생기겠지. 그리고 나서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Mahabodhi Temple에 갔다. 내일부터 World Peace Festival이 열린다고 하던데, 그래서인지 대탑에 스님들이 많이 모여있다. 오체투지 하는 사람도 많고. 티벳 사람들이 특히 많이 모인 것 같더라. 달라이 라마도 행사 기간에 보드가야에 온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못 뵙고 가겠구나.
 Mahabodhi Temple, Bodh Gaya 오후에는 짐을 싸서 가야에 가려고 했다. 기차가 아침 일찍 있어서 가야에 가서 하루 묵고, 아침에 기차를 타려고 했다. 그런데 아마르가 내일 아침에 가도 괜찮다고, 자기가 오토릭샤 잡아주겠다고 해서 그냥 내일 아침에 떠나기로 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아마르랑 사진 찍고, 사진을 인화해서 주려고 했는데 디지털 사진은 당일 인화가 불가능하다네. 그때, 사진을 인화해서 보내주겠다고 했는데 아직도 보내주지 못해 미안하다.
 고려사의 법당, Bodh Gaya
저녁 때 잠깐 대탑에 들렀는데, 티벳사람들이 잔뜩 코라를 돌고 있었다. 티벳 방식대로 Mahabodhi Temple을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돈다. 즉, Mahabodhi Temple을 자신의 오른쪽에 놓고 주변을 도는 것. 티벳에서 가장 좋아했던 것 중 하나인 코라를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나도 열심히 세 바퀴 돌고 고려사로 돌아왔다.
밤에는 모닥불을 피워놓고 주지스님과 절에 묵으시는 다른 분들과 이야기를 했다. 위빠사나(Vipassana) 수행 하시는 분도 있고, 수행에 관해서 이야기도 하고, 여러가지 명상법 등에 대해서 좋은 말씀도 많이 들었다. '수행을 많이 하면 죽을 때 도움이 된다'던 주지스님의 말씀이 인상깊었다. 보통 사람은 죽을 때 정신 못 차리고 무서워하다가 죽지만, 수행을 많이 하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자기의 죽음을 묵묵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어떻게 죽어갈까. 미래의 일이지만, 궁금하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죽을 수 있도록 살아봐야지.
스님이 다시 놀러오라고 하셨는데. 보드가야, 고려사, 언젠가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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