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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여행이 미술관 기행이 되어버린 이후, 내 취향은 확실하게 인상주의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고대의 종교화나 프레스코부터 현대의 추상미술까지를 원없이 보고난 후, 인상주의가 가장 마음에 와닿았달까. 인상주의는 이후에 표현주의(Expressionism)나 야수주의(Animalism), 입체주의(Cubism) 등에 영향을 끼쳤다. 그 중, 입체파를 대표하는 화가이자 작품 상인(!)인 파블로 피카소를 빼놓을 수가 없다. 성급한 평가인지는 몰라도 피카소가 유명한 것은 그 난해함과 그의 탁월한 세일즈 능력, 많은 작품이 결합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사실 현대 미술에서 사용하는 극도의 추상성은 미술과 대중간의 소통을 가로막지는 않는가 하는 느낌이 든다. 역시, 인상주의까지가 좋달까. (笑)
어쨌든,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위대한 세기 피카소전에 갔었다. 미술관으로 올라가는 길과, 매표소가 예뻤다.
전시되어 있는 작품은 꽤 다양했는데, 유화를 비롯해 스케치나 판화, 심지어는 도자기까지 있었다. 그가 초기에 미술을 공부할 때가 인상주의가 프랑스를 휩쓸던 때였는데, 그도 역시 이 시기에 프랑스에 있었다. 초기 작품들은 피카소 특유의 어두움이 깃들여 있지만, 인상주의적 터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어쩐지 이토 준지가 피카소 작품에 영향을 받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는)
그 이후에, 삼촌, 아저씨뻘인 화가들이 하던 인상주의가 지겨워졌는지 피카소는 입체적이고 추상적인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정성을 들인 작품도 있지만, 특별할 것 없는 낙서 같은 작품도 있었다. 어쩐지 낙서를 열심히 감상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야릇한 미소를 흘릴 듯한 피카소-. 백남준 씨가 '예술은 사기다'라고 했던 것이 떠오른다. 들키지 않고 거대한 사기를 치면 된다고. 피카소도 위대한 사기꾼이었을까?
전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 두 가지를 꼽으라면 1946년작 회색빛 꽃 여인(Femme Fleurs en Gris)과 사망 1년 전인 1972년에 그린 모자를 쓰고 앉아 있는 사람(원제는 못 찾음-). 먼저 회색빛 꽃 여인.
 Femme Fleurs en Gris, Pablo Picasso (1946)
실제로 보면 약간 초록빛이 도는데, 피카소전 홈페이지에서 찾아보니 전시장 내부 사진이 있길래 해당 그림이 들어있는 사진을 퍼왔다.
 출처: www.picassokorea.com
그리고 큰 이미지를 찾지 못해 아쉬운 모자를 쓰고 앉아 있는 사람.
 출처: www.picassokorea.com
이 작품은 보면 볼 수록 세밀한 묘사와 색의 배치와 조화에 감동하게 된다. 모자챙과 바지 부분에 쓰인 분홍색이 그라데이션처럼 금색으로 변하는 부분이 있는데, 무엇을 사용했는지 몰라도 무늬가 새겨져 있다. 또한 그다지 조화를 이루지 않을 것 같은 색들을 배치하고, 중간단계에 배치한 색들을 통해 높은 수준에서의 조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림들을 차례로 보아 나가다 보면, 특히 눈길을 끄는 작품이 있다. 어쩌다 보니 우연찮게도 인상주의 작품 하나와 고전주의 작품 하나.
 Jeunes filles au piano, Pierre Renoir (1892)
르누와르의 피아노를 치는 소녀.
내 경우엔, 별로 내 취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고전주의 작품에서 이런 경험이 있었다. 루브르에서 너무 많은 예술작품들에 압도당해 오직 Painting만 보고 있을 때였다. 한번 눈길을 주니 눈을 뗄 수 없었다.
 Madame Recamier, Jacques-Louis David (1800)
레까미에 부인의 눈을 보고 말았다. 나도 20분 정도는 족히 멍하니 서있었던 것 같다. 거대한 캔버스 위에 실제 크기 정도로 그려진 신비한 모습.
그립다, 그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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