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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 Tibet, on the road to the border
인생을 살면서 때론 떠나야만 하는 때가 온다. 여행에 대한 환상이 없었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나는 2년이 넘는 감금생활을 견디며 좀더 넓은 세상에 밟을 디디고 싶었다. 교대근무를 하면서 밤에 일을 하게 되면 세계지도를 펴놓고 가고 싶은 곳을 꼽아보곤 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모스크바까지 이주일 동안 달려보고 싶었다. 지구를 내 발로 디뎌보고 싶었다. 세상은 넓으니까.
하지만, 막상 자유를 찾게 되자 어지럼증이 밀려왔다. 항상 꿈꾸던 것이 현실이 되었을 때의 그 어지럼증. 기쁘긴 했지만 생각만큼 세상이 장밋빛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그렇게 현실에서 해야 할 것 같은 일들을 하나씩 해가면서, 학교로 돌아갈 준비를 하면서 이제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까 생각했다. 학교에 돌아가 공부를 하고, 우수한 성적을 받고, 공부를 계속 해야하나. 그렇지만 무언가가 앙금처럼 가슴 속에 남아 있었다.
"떠나고 싶다"
그런 열망이었다. 조금 일찍 학교를 다니고, 조금 일찍 졸업하고, 조금 일찍 무언가를 한다고 해서 나의 인생이 더 좋아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나는 내 페이스 대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열심히 살면 되는 것이다.
망설임은 길었지만 결정은 빨랐다. 나는 짧은 시간 동안 운전 연습도 하고, 윈드서핑도 하면서 일을 구하기 시작했다. 다행하게도 좋은 일자리를 찾았고, 한번 회사를 옮기기는 했지만 계속해서 좋은 곳에서 훌륭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자금이 마련되자 나는 드디어 세계로 발을 디뎠다.
정말로 큰 땅이었던 중국을 횡단하면서, 티벳 사람들이 한족의 지배 아래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면서, 그리고 중국이 그들의 국토를 어떻게 개발하고 있는지를 보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적으로 중국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티벳을 지나 히말라야를 넘어 네팔로 넘어갈 때는, 스물 셋의 나이로 지구의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를 볼 수 있었다. 지구에 그곳보다 높은 곳은 없다. 그런 사실이 나를 압도했다. "산이 그곳에 있기에 오른다"는 산악인들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네팔의 따뜻한 기후와 깨끗한 자연은 히말라야를 넘어온 나에게는 천국같이 느껴졌다. 아직 개발은 덜 되었지만, 네팔어 시간을 빼고는 초등학교부터 모두 영어로 수업하고, 조회까지 영어로 진행하는 네팔의 학교를 보면서 이 나라는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까 생각해보았다. 히말라야라는 자연의 선물 빼고는 딱히 내세울 것이 없는 네팔의 향후 발전전략은 어떤 것일까. 왕을 몰아낸지 1년도 되지 않은 곳에서, 너무 많은 정당들과 각종 이익단체의 자기 목소리 내기가 존재하는 네팔에서, 파업 때문에 길이 막혀 멈춰선 버스에서 내려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걸으면서 개발과 정치적 자유는 공존할 수 있는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거대한 인도에서는 정말로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문화를 볼 수 있었다. 정말로 컸다. 인도에서 생로병사를 비롯한 인생의 여덟가지 고통을 한번에 목도하면서,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바라나시의 시신을 화장하는 가트 옆에서 연을 날리며 노는 아이들, 구경하는 관광객들, 장작을 나르는 사람들, 배설물과 함께 뒹구는 소떼들, 장작 밖으로 튀어나온 팔이나 다리 따위를 불 속에 집어넣는 인도인들. 팔이나 다리가 잘못되어 이상한 자세를 하고 구걸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내장이 보일 정도의 상처를 치료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집시 여인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 인도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초현대식 건물이 들어서 있는 경우도 있었다. 그 모든 것들이 뒤섞여 있었던 인도. 섣불리 좋다, 나쁘다 말할 수가 없겠더라. 그냥, 정말로 컸다. 정말로 정말로 컸다.
그리고 열대지방 태국. 여러 말이 필요 없다. Amazing - 이 한마디로 충분하지 않을까. 좀더 부연하자면, 'Everything is possible in Thailand'. 좋은 것, 나쁜 것, 오래된 것, 새 것, 고궁, 초현대식 쇼핑몰, 사원, 승려, 유럽풍 건물, 영화, 예쁜 여자, 잘생긴 남자, 싸고 맛있는 음식, 게이, 트랜스 젠더, ... 그 다양함에 복잡한 심경이 될 때도 있지만, Amazing Thailand를 싫어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좋다. 정말로.
여행을 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세상은 정말로 넓었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경험해가면서 나는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조금은 더 잘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여행은 일종의 압축된 인생이기 때문이다.
동생이 내게 이렇게 물었던 적이 있다. "여행에서 뭘 배웠어?" 그때의 나로서는 상당히 어려운 질문이었던 것 같다. 그냥 "혼자 사는 법을 배웠다"고 둘러댔었지. 하지만 지금의 나는 좀더 자신있게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여행에서 인생을 배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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