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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갓 들어온 새내기 후배가 의대가 어떻고, 치대가 어떻고, 지금 입학한 과에 들어온 이유가 경쟁률이 낮은 과를 찾아 눈치작전을 한 결과라는 얘기를 듣고 있었더니 조금 어질했다. 거기에 예전 과외선생님이 돈 많고 연대 치대를 다니는 서울공대 출신이고 잘 생겼으니 군면제라는 사실까지 장점으로 거론되는 장면을 목격하고는, 정말 사람이란 참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구나 하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달까.
국문과가 가고싶어 문과대학을 들어갔다고 굳이 부연하는 지인의 모습을 보며, 이 땅에선 좋아하는 것을 공부한다는 것이 일종의 변명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되면서 조금 마음이 안 좋았다. 어쩌면 나 역시 '왜 물리학 같은 것을 공부하냐'고 물어왔을 때 '정말 좋았기 때문에 선택했다'고 대답하지 못하고 변명 따위를 해야될 때가 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물리학을 공부하면서 지독히도 열등감을 느꼈고, 죽도록 공부해도 절대로 따라잡을 수 없는 천재들을 많이 보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분야에 가치를 느꼈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다른 많은 분야들을 제쳐두고 전공으로 삼기로 했던 것이다. 내가 무엇인가를 스스로 선택한 그 순간부터 내 인생은 대학에 입학하기 전과는 정말로 많이 달라졌고, 내 선택과 내 인생을 책임지기 위해 정말로 열심히 살았다. 그래서 스무살 이후의 내 인생에 후회 같은 건 없다.
그냥, 녀석의 잣대로 재면 내 인생은 '몇 등'쯤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부쩍 커버린 내가 보기엔 그런 질문이 조금 부적절하게 느껴졌다. 세상엔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정말로 다양한 삶의 모습들이 있다. 근본적으로,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열심히 사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왜 요즘 제대로 잠을 자지도 못하면서 엄청난 노력을 인생에 투입하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조금은 더 행복하게 살아야 될 것 같았다. 나는 나 자신의 선택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불평할 이유 따위는 없겠지. 즐겁게 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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