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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신이 사는 산, 마차푸차레


2007/07/30 23:43 | Travel/티벳.네팔.인도.태국

2007. 1. 5 FRI POKHARA

오전에 일어나 소비타네에 가서 Vegetable Thentuk을 먹었다. 덴뚝은 티벳음식인데, 수제비랑 비슷하다. 티벳에서 먹은 티벳음식들에 대한 안 좋은 기억 때문에 티벳음식은 안 먹으려고 했는데, 소비타네 아주머니가 '수제비'라고 하시길래 그냥 먹었다. 그런데 역시 소비타네선 뭘 먹어도 맛있다 :)

먹고 바로 사랑곳(Sarangkot)으로 향했다. Phewa 호수를 지나서 헤메다가 좀 긴 루트를 겨우 찾았다. 먼 길이라 그런지 관광객들이 그리 많지 않은 길인 듯 했다. (가까운 길은 내려오면서 발견했는데, SADHANA YOGA 표지판 따라 올라가면 됨)

Phewa Tal, Pokhara

Phewa Tal, Pokhara

중간에 나무하러 모인 마을사람들을 만나서 나뭇가지를 타고 놀면서 사진도 찍었다. 외국인을 보는 게 신기한 모양이었다. 나랑 닮았다고 마을사람들이 좋아하던 네팔 친구랑 사진도 찍었다.

사랑곳 가는 길, Pokhara

사랑곳 가는 길, Pokhara

1시간쯤 올라갔을 때 네팔 청년 몇을 만났는데, 하나는 한국에 가서 돈을 벌고 싶어하고, 다른 하나는 이미 한국에 갔다 왔다고 했다. 한국 농촌에서 일했다는데, 돈을 모아오지는 못하고 다시 네팔에 돌아와서 농사를 짓고 있다고 한다.

이 친구는 카타르에서 삼성의 Safe Guard로 일했다는데, 자기는 한달에 USD 200 정도를 받았고, 자기 직속 보스는 USD 2000 정도를 받았다고 한다. 아무리 네팔인이라지만 인건비가 너무 적은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포카라에서 한국 농촌에 가고 싶다는 사람, 곧 가는 사람, 갔다온 사람 등등 코리안 드림을 가지고 있는 많은 네팔인들을 볼 수 있었다. 네팔에 있으면 한달에 보통 우리 돈으로 5~6만원 정도밖에 벌지 못하지만, 한국 농촌에 오면 한달에 8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물론, 2년 계약으로 오는데, 커미션이 거의 800만원에 달해서, 일년 동안 번 것은 고스란히 커미션으로 줘야 한다고. 하지만 1년 정도 추가해서 총 3년 일해서 돌아오면, 네팔에서 작은 가게 등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목돈을 쥘 수 있기 때문에 한국에 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우리 한국인 여행자들과 어떻게든 커넥션을 만들어보려고 노력하던 네팔인들을 보면서, '돈 벌러' 일본에 가고자 했던 우리 아버지 어머니 세대들이 떠올랐다. 그때도 이랬을까.

어쨌든, 네팔 친구들과 한참 놀다가 헤어져서 다시 한 시간쯤 올라가니 사랑곳이 나왔다. 올라가면서 네팔 애들이랑 놀면서 올라갔다. 네팔은 금요일이 half day(반나절 휴일)고, 토요일이 휴일, 일요일은 평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오늘이 금요일이라 학교에서 일찍 끝나서 집에 가는 중이라고 했다. 사랑곳에 사는 애들도 있어서 손 잡고, 사진찍고 놀면서 같이 올라갔다. 개중에서는 호텔집 아이들도 있었다.

사랑곳 가는 길, Pokhara

사랑곳 가는 길, Pokhara

사랑곳 가는 길, Pokhara

사랑곳에 올라가니 정말 마차푸차레(Machhapuchhare, 6997 m), 안나푸르나(Annapurna) I, II, III, IV, Second Annapurna 등이 한눈에 보였다. 오면서 네팔 사람들이 "You're lucky!"라고 하던데, 오늘이 구름과 안개가 걷혀 산이 잘 보이는 날이란다.

마차푸차레는 네팔 사람들이 '신이 사는 산'이라고 믿어서,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입산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고 한다. 아무도 올라본 적이 없는 산. 그 산을 직접 마주해보니 네팔인들이 왜 마차푸차레를 '신이 사는 산'으로 믿었는지 알 것 같았다. 별명은 Fishtail. 정말 물고기 지느러미처럼 생겼다.

Machhapuchhare(6997 m)

Annapurna

Annapurna

Machhapuchhare and Annapurnas

Machhapuchhare(6997 m)

한참을 보다가 산을 내려왔다. 내려올 때는 가까운 길로 내려왔는데, 이쪽은 계단만 계속 있어서 심심하고 더 힘들었다.

사랑곳에서 내려오는 길, Pokhara

겨우 다 내려와서 Lakeside로 왔는데, 라싸에서부터 만난 안경사분을 만났다. 우리랑 랜드크루저 같이 타기로 했다가 도망간 이탈리아인 크리스타앙도 포카라에 있다고 한다. 같이 랜드크루저 타고 온 것 같다던데. 참, 녀석도 끈질기구만. 하긴, 여기서는 루트가 비슷하니 만날 수밖에는 없지만. 그래도 우리를 잘도 피해다니는 것 같다.

여튼, 그 분은 같이 온 일행하고 내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트레킹을 떠나실 거라고 했다. 준비하러 가신다고 해서, 헤어지고 우리는 소비타네 가서 김치볶음밥을 먹었다. 오후 5시가 넘었는데, 아침 먹고 사랑곳 올라갔다와서 처음으로 밥을 먹는 거라 정말 맛있게 먹었다.

밥 먹고 호텔 돌아와서 씻고, 빨래 좀 하고 책 좀 읽다가 9시쯤 나가서 여러 German Bakery 중 한 곳에서 초코 케이크랑 초코렛 브라우니를 간식으로 먹고 들어와 책을 읽었다.

그런데 빵집에서 어떤 소년이 다가와서 뭔가 했더니 자기도 빵을 사달라는 거였다. 그런데 이 녀석, 빌려준 돈을 받으러 온 사람처럼 완전 건방진 태도. 어이가 없었다. 관광객 중에 그런 녀석에게 빵을 사주는 사람도 있을까. 어려서부터 그런 태도에 익숙해져서, 그리고 그런 정신상태로 네팔의 미래를 이끌어 갈 수 있을까. 내가 주제넘은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에게 있어 무엇을 가지고 있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보다 삶을 살아가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다시 깨닫게 되었다.



2007. 1. 6 SAT POKHARA

아침에 느지막히 일어나 소비타네 가서 아침을 먹었다. 오므라이스도 한국과 똑같진 않지만 맛있었다. 맛은 똑같은데 계란으로 밥이 싸여있지 않고 계란이 그냥 밥 위에 덮여있다. 어쨌든 밥 먹고 Phewa Tal에서 1시간 보트를 탔다. 호수 중간에 있는 섬의 힌두 사원에도 들렀다.

Phewa Tal, Pokhara

Phewa Tal에 떠있는 섬의 힌두사원, Pokhara

Phewa Tal에 떠있는 섬의 힌두사원, Pokhara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 정사장님께 빌린 인도 여행기 책을 읽었다. 다 읽을 무렵 서명누님이 쇼핑을 마치고 돌아오셔서 나가서 숙소 앞 Napolis에서 피자를 먹었다. 피자를 먹고, 서명누님은 쇼핑도 좀 하시고, Money Changer 가서 돈도 좀 바꾸고, 이제 서명누님이랑 내일 헤어지기 때문에, 서명누님 론리플래닛 네팔편 복사도 했다. 나는 50달러짜리 지폐를 30달러만 네팔루피로 환전하고, 20달러는 돌려받았는데, 이런 것도 가능한지 처음 알았다.

어쨌든 서명누님은 쇼핑 더 하러 가시고, 나는 호텔 돌아와 좀 놀다가 PC방에 가서 비행기 티켓을 알아봤는데 가격이 참 난감하게 비싸더라. 이러다 집에 못 가는 거 아닌지...

저녁 때가 되어서 PC방에서 서명누님을 다시 만났다. 서명누님은 이제 한국행 비행기를 타러 카트만두로 돌아가시는데, Chitwan에서 같이 다닌 Rajani 부부를 만나 저녁식사를 같이 하기 위해 전화를 걸러 PC방에 들리셨다. 어쨌든 우리는 소비타네 가서 마지막 꽁치 김치찌개를 먹었다.

그 후, 여행사 몇 군데에 들러 카트만두에서 방콕 경유 인천행 비행기를 알아봤는데 휴일(금요일 half day, 토요일 휴일. 일요일 평일)이고 시간이 늦어 컴퓨터로 가격체크가 안 된다. 큰 여행사 한 곳에 갔더니, 가격체크는 안 되고 대략 편도 400 USD 한다고 하더라. TAX 포함하면 약 50만원. 이 정도면 뭐 돌아갈 수 있겠지. 일단 인도에 들어가서 다시 알아봐야겠다.

여행사에서 나와서 소비타네 근처 German Bakery에서 핫초코를 먹고 돌아왔다. 내일은 각자의 길을 가겠구나. 서명누님은 카트만두 돌아가서 1월 8일에 한국행 비행기를 타신다. 그동안 즐거운 여행이었다. 앞으로도 좋은 만남이 있으면 좋겠다.



2007. 1. 7 SUN POKHARA > LUMBINI

아침에 일어나 정사장님 짐은 호텔에 맡기고 8시쯤 체크아웃했다. 우리는 소비타네 가서 서명누님은 전기담요, 나는 깔깔이를 소비타네 아줌마께 드렸다. 우리는 이제 필요 없는 물건이니까 잘 쓰시면 좋겠다고 덧붙이면서. 아주머니께서 고마워하며 받아주셔서 마음이 좋았다.

서명누님은 아침으로 김치 덴뚝(Thentuk, 수제비랑 비슷), 나는 오므라이스를 시켰는데, 먼저 주문한 다른 분들이 많아서 1시간쯤 걸렸다. 맛있게 아침을 먹고, 또 보자며 작별인사를 하고, 시내버스를 타고 Local Bus Station으로 갔다.

서명누님은 카트만두행 버스를 타시고, 나는 소나울리행 버스를 탔다. 버스정류장에서 우리는 간단히 작별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이제 다시 홀로 여행이다. 길 위에서는 늘상 만나고 헤어짐이 있다. 만남과 이별에 익숙해지는 수밖엔 없다.

10시25분쯤 버스를 타고 출발했는데, 인도와의 국경인 소나울리에 조금 못 미친 곳에 있는 BHAIRAWA에 오후 5시40분쯤 도착했다. 근처에서 룸비니 가는 로컬버스를 찾아서 탔는데, 6시쯤에 출발해서 7시쯤에 룸비니 도착. 론리플래닛엔 가격이 25 NRs라고 나왔는데, 30 NRs더라. 뭐, 그래도 싸긴 싸다. (1 USD = 약 70 NRs)

룸비니에 내려서 한국 절을 찾으려고 한참을 헤메었다. 절은 마을에 있는 것이 아니라, World Heritage로 지정된 구역 내에 있었다. 각국의 절들이 모여있었는데, 어두워서 정말 찾기가 힘들었다. 나는 베트남 절에 살고있는 베트남 사람의 도움으로 겨우 한국 절(대성 석가사)을 찾아왔다. 사무실에서 방을 배정받고 들어갔더니 룸메이트가 일본인 친구였다. 이 친구도 장기여행하는 친구. 인도에 갔다가 네팔로 '도망'왔다고 했다.

배가 고팠는데, 이미 공양시간이 끝나 밥이 없어서 미숫가루를 먹고 씻었다. 내일은 룸비니 구경하고 모레는 인도로 간다.

처음엔 룸비니에 들릴 생각이 없었는데, 어차피 지나가는 길이니까 석가모니의 탄생지를 한번 보고 지나가자며 들렀다. 여행이란 정말 알 수 없는 것인지, 룸비니에서의 좋은 기억이 결국 불교 8대성지 중 주요 4대성지인 룸비니(석가모니 출생), 쿠시나가르(석가모니 열반), 사르나트(첫 설법), 보드가야(깨달음)를 들리게 하는 인연으로 이어질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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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진석 at 2007/07/31 01:05  r x
1. 마차푸차레 : 직접 보고 싶네.
2. 룸비니 : 내가 가봐야할 곳이란 생각이 들어.
Commented by 아즈 at 2007/08/01 01:02  r x
진석/ 네팔 한번 가봐라.
길 위에서 많은 것을 얻게 될 거야.
Commented by ibo at 2007/08/01 12:03  r x
여행기를 읽다 보니 문득 며칠 전 카시스에게 들은 얘기가 생각나.
처음엔 누나 블로그를 보면서 "으아악!! 가고싶어가고싶어ㅠㅠㅠ" 하다가
이제는 아예 안간다고....
너무 괴롭다고.... orz orz orz
Commented by 아즈 at 2007/08/02 00:49  r x
ibo/ 그래서 카시스님이 안 보이시는군(..)
나도 요새 꽤나 지루해서, 여행이 그립구나.
여행기나 쓰면서 마음을 달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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