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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9/15: 가을


2007/09/16 00:32 | Life/Life until 2007

1_

뜨거웠던 여름이 가고, 슬슬 가을이다. 학교로 돌아온 나에겐, 돈을 벌 때보다 더욱 힘든 일들이 잔뜩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물리학이 좋고, 인간 지성의 한계에 도전해보고 싶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궁극적인 자연법칙을 알고 싶다.

직장생활 경험이 벌써 누적 5개월이 된 이 시점에, 직장인들이 장기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나는 오히려 학문의 세계에 더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에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대학 졸업 후 한동안은 지원을 해줄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집이 부유했다면 생각이 달라졌을까? 글쎄, 그래도 별 차이는 없었을 것 같지만. 풍족하다고 하진 못하겠지만 별 문제 없이 대학을 보내주시는 것만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 후엔 전부 내 힘으로 살아나가야겠지. 그러기엔 나는 너무 내 멋대로인 것 같긴 하다. 그러니까 열심히라도 살아야지.


2_

어렸을 땐 참 '공감'이란 것을 많이 찾았더랬지. 왜 그랬을까. 조금 우울하다고 세상 다 끝난 것처럼 우울함이 우울함을 재생산하는 사이클을 벗어나지 못하곤 했다. 넓은 세상을 경험하면서 그런 자신이 바뀌기 시작했던 것 같다. 즐거움이 가득 차 있는 세상에서 혼자 세상의 짊을 다 짊어진 척 할 필요도 없고. 여행을 다니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우울할 수 있다는 것도 사치라는 것을. 세상엔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인간 이하의 삶을 사는 사람들도 많다. 만약 자신이 그런 상황에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우울함이란 제대로 먹고, 자고, 씻고, 풍족한 삶을 살아야 찾아오는 것이니까. 투정부리지 말고 행복하게 사는 거야.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면 누구도 대신 해결해주지 않는다. 결과야 어떻든 좋다. 하지만 나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을 경멸한다.


3_

운전면허를 딸 때 '안전교육'이란 것을 받았다. 강사가 몇 시간 동안 교통안전 관련 시청각 자료 등을 보여주면서 교통안전에 대해 교육하는 것이었다. 그 이후인 것 같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남녀를 눈여겨 보게 된 것이.

오토바이를 탄 커플 중 많은  경우에 운전하는 남자만 헬멧을 쓴다는 사실이 참 개념 없어 보인다. 종종 둘다 헬멧을 쓴 착한 커플들도 눈에 띄고, 가뭄에 콩나듯 뒤에 탄 여자애만 헬멧을 쓴 경우도 있지만, 아직도 운전하는 남자만 헬멧을 쓰는 경우가 많다.

사고나면 자기만 살겠다고? 뒤에 태우고 다니려는데 헬멧이 하나라면 차라리 여자애한테 씌워라. 그리고 그런 놈 뒤에 붙어서 모터사이클 타고 다니는 여자애들도 어이 상실이다. 가뜩이나 사고 많이 나는 오토바이에 타고 다니면서, 자동차와 충돌해서 어디 멀리 날아가 얼굴이라도 밀린 후엔 후회해도 늦지 않나. 그런 상황에서 남자애는 헬멧 쓰고 멀쩡하게 살아남겠지.

오늘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이런 개념 상실한 커플 하나도 보고, 건널목 100미터 정도 앞에서 줄기차게 기다리며 무단횡단을 시도하는 개념을 안드로메다로 보낸 아줌마도 목격했다. 세상에 정신 없는 사람들 참 많다.


4_

나는 가을에 태어났다. 그래서인지 항상 가을이 오면 묘한 기분이 된다. 나도 언젠가 죽겠지. 그때까진 최대한 즐겁고 행복하게 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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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진석 at 2007/09/16 19:33  r x
즐겁고 행복하게~ 스텝에 맞추어서~ㅎㅎ
Commented by moonsıx at 2007/09/20 06:42  r x
요새 유럽 날씨가 이상해서 한국보다도 화창하다던데?

그래도 영국은 가을날씨고 지금 여기 터키는 여름날씨고

타임존을 매번 왔다갔다 하고 있으니 계절도 모르겠다 ㅡㅡ

--스 가을 타는구나 ㅎ
Commented by 아즈 at 2007/09/21 10:40  r x
진석/ 댄스 댄스 댄스.

moonsix/ 음, 난 서유럽쪽 한달 있을 때 비 한번 왔었나.. 화창했었는데. 무지 더운 여름이었지; 몸 건강히 여행 잘 하고 있는지. 이제 한달 넘었구나. 앞으론 금방 갈거다. Take care and enjoy your travel :)
Commented by 큐빅 at 2007/09/25 00:45  r x
가을에 태어난 당신, 죽기 직전까지 매해 찾아 올 생일 중 하루에 도장 콱! Congratulations! :)
Commented by 아즈 at 2007/09/27 02:04  r x
큐빅/ Thanks :)
Commented by 아나 at 2007/09/29 03:00  r x
우울함이 사치라.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설에서도 생리적인 욕구가 만족 되어야 그 상위의 욕구들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하고,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해야 다른 고민들도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울이나, 세상 다 짊어진 듯한 고민이 다만 그것에만 그치는 것일까? 가끔은 지는 해를 바라보거나,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둘러보면 다만 불필요한 감정소모에 불과한 것은 많지 않아. 다들 그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너무 감정을 억제하고, 스스로를 다그치지 말았으면 해. 열정과 노력이라는 것은 분명 좋은 것이지만 스스로가 소모되면서까지 행동하면 다그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아.
잘지내니? 벌써 가을바람이 느껴지네. 언제한번 봐.
몸건강히 잘지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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