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학기도 어느새 두 달 반이 훌쩍 가버리고 이제 남은 시간이 고작 한달. 이번 학기엔 과제나 발표, 프로젝트 등으로 평가하는 과목이 많아서 필기시험은 오늘 처음 봤다. 꽤 늦은 통계물리 중간고사. 공부도 거의 안 하고, 오늘 대강 훑어보고 봤는데, 지난 학기에 이어 이번 학기에도 여전히 Grand Canonical Ensemble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그동안 연구참여 과목 후반기가 시작되어, 입자이론 선생님 밑에서 양자장론을 공부하기 위한 전초단계로 특수 상대성이론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사실 특수 상대론은 현대물리, 고전역학 같은 전공 교과서에도 나오지만 심지어 일반물리에도 나오는 기본적인 내용이다. 하지만 그쪽에 나오는 것은 그냥 맛보기일 뿐이고, 제대로된 4차원 구조를 가지고 방정식을 기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음미하기가 어렵다. 특수 상대론에서는 3차원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도 관찰자가 가지고 다니는 변수인데, 현대물리, 고전역학 등에서 설명하는 방식은 3차원 공간 + 시간이라는 고전적 관점을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교과서를 봐도 전자기학에서 접근하는 방식이 가장 '현대(물리)적'이라고 할까. 역사적으로는,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론 논문 제목이 '움직이는 물체의 전기역학에 관하여(On the Electrodynamics of Moving Bodies)'이다. 즉, 전자기학에서 특수 상대론이 처음 태동했다.
어떤 관찰자와 그에 대해 등속 직선운동을 하는 다른 관찰자가 관측하는 물리학 법칙은 동일하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갈릴레이의 상대성 원리에서 온 것이다. 하지만 '물리법칙이 동일하다'는 것은 측정하는 물리량이 동일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즉, 어떤 관찰자에게 속도 v로 움직이는 야구공은, (두 관찰자가 상대속도 V를 가지고 움직인다면) 다른 관찰자에겐 속도 v-V로 움직일 것이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빛의 경우는 어떤 관찰자가 보든 동일한 속도 c로 움직인다고 제안했다. 고전적인 관점에서라면, 어떤 관찰자에게 빛이 c로 움직이고, 다른 관찰자가 상대속도 V로 움직이고 있다면 이 관찰자는 빛이 c-V의 속도로 움직이는 것을 관측해야 한다. 하지만 둘은 모두 빛의 속도를 c로 관측한다. 이것은 이미 실험적으로 증명되었고, 지금은 대부분의 택시에 설치되어 있고, 우리 아이가 어디있나 위치를 부모에게 알려주기도 하는 GPS의 성공적인 동작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원리인 특수 상대론의 기반이 된다(물론, GPS의 경우는 중력의 영향도 고려해주어야 하므로 일반 상대론까지 필요하다).
기존 3차원으로 기술하던 물리량은 스칼라와 벡터로 나눌 수가 있는데, 스칼라는 좌표변환에 대해서 변하지 않는 양이고(사실 스칼라는 1차원이지만), 벡터는 좌표변환에 따라 특정한 변환법을 공유하는 것들의 집합이다. 수학적으로 벡터는 (8가지의 결합/분배법칙 등을 만족하는) 벡터 스페이스 위의 한 점으로 정의되지만, 물리학에서는 대체로 앞의 정의를 사용한다. 이 때, 변환에 대해서 불변인 양을 불변량(invariance)이라고 하는데, 어떤 관찰자가 보든 같기 때문에 유용하다. 3차원에서 생각해보면, 불변량은 벡터의 길이다. 벡터의 요소는 좌표변환에 따라 변하지만, 벡터의 길이는 항상 같다. 물론, 스칼라 역시 불변량이다. 그리고 내적도 불변량이다. 이러한 불변량들을 가지고 있으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유용하다. 예를 들어, 운동량 보존, 에너지 보존 등을 이용하면 물제의 운동방정식을 직접적으로 풀지 않고서도 답을 구할 수 있다.
이처럼 특수 상대론의 4차원 시공간(spacetime)에서도 불변량을 가지고 있으면 물리를 기술하는 것이 편리해진다. 어느 관찰자도 빛의 속도가 c로 일정한 좌표변환으로 우리는 로렌츠 변환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 변환에 대해 변하지 않는 양들을 로렌츠 불변량이라고 한다. 3차원에서의 예와 마찬가지로, 4차원 벡터(four-vector)에도 '길이'와 비슷한 것이 있다. 물론, 시간까지 들어가고 시간과 공간의 부호가 다르니까 3차원의 '길이'하고는 다르지만, 유추가 가능하다. 어쨌든 이러한 로렌츠 불변량들을 찾고, 이것들을 사용해 물리를 새로 구성하면 특수 상대론을 만족하는 '현대적인' 물리학을 구성할 수 있다.
뭐 이런 일들을 하고 있다. 간단한 소개는 별로 어렵지 않지만, 공부할 수록 어려움을 느끼고, 논리적 사고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느낀다. 물리학은 내가 지금까지 해온 일 중에 유일하게 지능의 한계를 느끼게 해준 것이다. 물리학은 철학, 수학, 음악, 천문학 등을 제외한 현대 학문(화학, 지질학, 사회학, 경제학, 정치학, 심리학 등) 중에 가장 역사가 길고, 인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시사지 TIME이 뽑은 20세기의 인물도 다른 이들을 제치고 물리학자인 아인슈타인이 선정되었다. 그만큼 물리학적 발전이 인류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방증이 아닐까.
내가 하는 일들이 과연 역사의 일부가 될까, 인류의 운명을 바꾸는 데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칠까 싶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사실, 직접적으로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어릴 적엔 누구나 꿈이 있다.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좌절하고 '현실적'이 되곤 한다. 대학교에 와서 보는 세상은 또 다르고, 그렇게 세상을 알아가면서 애초에 품었던 큰 꿈은 '현실'이라는 장벽에 부딪혀 사그라들고 만다. 지금 나는 어떤 꿈을 꾸고 있나.
물리학자는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 TIME에서 매년 선정하는 '타임 100인'의 인물들의 분류에 따르면, 과학자는 사상가과 함께 '과학자 및 사상가'로 묶여 있더라. 이에 따르면 아인슈타인은 마르크스와 같은 분류에 속하는 건가? 이것이 물리학자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지에 대한 작은 힌트가 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