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도 그렇지만 그림 쪽도, 옛날 사람들의 작품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소설쪽에선 유일한 예외로 하루키가 동시대 사람이긴 하지만, 이상이나 프란츠 카프카 따위의 사람들은 모두 저 세상 사람들 아닌가. 미술 쪽도 100년 정도는 지나야 볼만한 느낌이 들고(..) 고흐, 모네, 르누와르, 드가, 마네 등 다들 저세상 사람들이다.
그런데, 우연찮게 All That Artistic 클럽에서 발견한 Pino의 Spring Flower를 보고 좋았더랬는데, 이 사람이 요즘 사람인지는 몰랐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검색을 해봤더니, 1939년에 태어난 이탈리아 사람이더라. 지금은 미국으로 이민가서 살고 있다는. 어쨌든, 이 정도 느낌이라면 좋아할만 하다. 내게는 그의 그림들이 봄과 처녀의 결합으로 탄생한 느낌이다. 어쨌든, 마음에 든다 :)
미술 같은 정적인 예술 분야는 그럭저럭 감상을 했었지만, 뮤지컬 같은 공연 예술 쪽은 좀 생소한 편이었다. 연극을 한번 본 적이 있고, 대사가 없으니 뮤지컬이라고 할 수는 없는 '난타'도 봤었다. 최근에는 무용 공연을 하나 본 적도 있긴 한데, 뮤지컬은 최초라고 할 수밖에.
루나틱은 정신병원을 무대로, 환자들이 하나씩 자기 이야기를 에피소드 형식으로 말하는 것을 주된 플롯으로 삼고 있다. 뭐, 각자가 사연이 있는 것이지만, 그런 이야기들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들이 미친 것이 아니라, 세상이 미쳐있기 때문에 이들이 이렇게 되어버린 거다'라는 것 같다. 사실, 이 주제는 꽤 오래된 문제인데, 왜 '세상 사람들이 전부 미쳤으면 정상인 사람이 미친사람 취급을 받는다'는 얘기도 있잖나. 정상인과 미친사람의 구분점은 다수결이 될 수밖에 없는 걸까.
어쨌든, 공연 내내 많은 참여를 유도해주어서 나름 즐거웠고-약간 억지인 느낌도 있긴 했으나-, 배우들도 유쾌했다. 반전이 숨어 있다고 해서 뭔가 했는데, 정말 뜬금없는 사건이 벌어지고 (..) 어쨌든 극장도 규모가 작아서 배우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었다. 역시 음악 쪽 라이브도 마찬가지지만, 소극장이 좋아♡
생각보다 뮤지컬이란 게 재미있는 건지, 루나틱이 그만큼 재미있는 작품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뮤지컬 쪽도 좀더 보고 싶달까. 정말, 알면 알 수록, 경험하면 경험할 수록 세상엔 즐거운 일들도 많고, 다양한 삶의 방법들이 있는 것 같다.
서군 아는 사람이 나온다고 해서 보게 된 '오 필승 꼬레아'. 2006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 마지막 작품이었다. 무용 공연은 분야를 막론하고 처음이었는데, 그럭저럭 괜찮았달까. 일찍 가서 맨 앞에 앉아서 봤다.
1부는 좀 뮤지컬적인 요소가 많았고, 2부 쪽이 좀더 순수무용쪽인 느낌이었는데. 뭐 둘다 즐거웠으니. 왠지 제5원소가 생각나는 구성이었는데. 내가 스토리를 보지 않고 이해한 내용은 외계인이 세상을 구원한다는 느낌? 그런데 스토리라인을 읽어보니 외계인의 출현으로 지구인들이 서로간의 싸움을 멈추고 단합한다는 거였네. 무용이란 게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몸짓만으로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은데, 그런 메시지를 읽어보려고 노력했다. 물론, 몸의 움직임 자체의 아름다움도 느껴보았고.
한번 보기 시작하니까 좀더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나는 뮤지컬적 요소도 좋긴 했지만, 2부의 순수무용 같은 파트가 더 아름다웠으니까, 순수무용쪽에 포인트를 두고 다른 공연도 좀 봐야겠다. 어쨌든 예술은 좋아 :)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세계보도사진전.
World Press Photo 홈페이지 Winners Gallery 2006에서 전작품을 볼 수 있다.
그 중 한 작품.
그것들 중 가장 충격적인 작품이다.
Copyright Chris Hondros(USA), Getty Images
Chris Hondros
US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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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r Hassan cries seconds after US troops shot and killed her parents in an incident in Tal Afar in northern Iraq in January. Soldiers opened fire after the car driven by Samar's father failed to stop as it approached their dusk patrol. A US military statement said troops trying to halt the car used hand signals and fired warning shots before firing directly at the car, killing the driver and front-seat passenger. The town had only days before been the scene of a gun battle between US forces and local insurgents. As a defense against car bombs in many cities in Iraq, it had become standard practice for foot patrols to stop oncoming vehicles, particularly after dark. Five of Samar's siblings were in the car with her. All six survived, although her brother Racan was seriously wounded. US soldiers gave the children first aid before taking them to a nearby hospital.
1월에 북이라크의 탈 아파르(Tal Afar)에서 미군이 그녀의 부모를 사살하고 나서 사마르 하산(Samar Hassan)이 울부짖는다. 도보로 순찰하던 군인들은 사마르의 아버지가 운전하던 차가 다가오던 중, 정지하라는 신호에도 불구하고 멈추는 데 실패하자 발포했다. 미군의 발표에 따르면 군인들은 정지하라는 수신호와 경고사격으로도 차가 멈추지 않자 차를 향해 발포해 앞좌석에 있던 두 사람을 사살했다. 이 마을에서는 불과 며칠 전에 미군과 폭도들(inurgents) 사이에 총격전이 있었다. 이라크의 많은 도시들에서는 차량 폭탄테러에 대한 방위책으로 특히 어두워진 후에는 도보 순찰대가 다가오는 차량을 멈추게 하는 것이 표준적인 관습이 되었다. 사마르의 다섯 형제자매들은 그녀와 함께 차 안에 있었다. 그녀의 남동생(혹은 오빠) Racan이 중상을 입었음에도 그들 여섯은 모두 살아남았다. 미군들은 그를 응급처치 한 후 그들을 가까운 병원으로 후송했다.
(*translated by azured)
최근에 미술 전시회가 많이 열리고 있는데, 그 중에 특별전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굵직한 세 가지 전시를 꼽자면 역시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인상파 거장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위대한 세기 피카소전, 그리고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조르주 루오 특별전을 들 수 있다. 피카소전과 루오전은 둘다 한·불 수교 12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인상파전과 피카소전은 서울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럭저럭 관람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는데, 루오전은 대전에서 열리기 때문에 보기 힘들 것 같았다. 그런데, 대전에 갈 일이 있던 차에 기회가 닿아 루오전을 관람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루오라는 화가는 어떤 사람이냐? 글쎄, 내가 무지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종교화와 판화 작업을 많이 해서인지 그리 익숙한 이름은 아니다. 1871년에 태어나 1958년에 사망했으면, 1881년에 태어나 1973년에 사망한 피카소와 거의 동시대 인물이다. 또한, 1800년대 말에 프랑스에 있었다는 것도 비슷하다. 이 시기의 프랑스는 인상주의가 하나의 조류를 형성하고 있던 시기다. 물론, 인상파 화가들의 경우, 루오나 피카소 같은 사람들의 삼촌뻘이 되는 사람들로, 후에 표현주의, 야수주의, 입체주의와 같은 미술사조들에 영향을 끼쳤다. 어쨌든, 루오는 귀스타브 모로 밑에서 정식으로 미술을 배웠고, 어릴 적엔 스테인드글라스 공방에서 견습생으로 일했다고 한다. 그의 그림에서 항상 나타나는 검은색의 두꺼운 외곽선은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의 영향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뭐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보다는 작품에 대해서 쓰는 편이 좀더 유익할 듯 싶다. 루오전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은 회화가 반, 판화가 반 정도인 느낌이었다. 회화는 유화가 많고, 연필이나 목탄으로 그린 데생이나 수채, 크레용이나 잉크를 사용한 작품들도 종종 보였다. 판화는 동판화, 석판화 등이 있었고, 채색을 한 판화도 상당수가 있었다. 판화 작품들은 대체로 책의 삽화로 제작된 것 같은데, <위비 영감의 재림>, <유성 서커스단>, <수난>, <미제레레> 등이 있었고, 무려 보들레르의 <악의 꽃> 삽화를 찍어내기도 했다.
마음에 쏙 드는 작품은 딱 하나(..) 그러나 이미지는 찾을 수가 없다. Autoportait(1895) [자화상]이라는 작품으로, 연필과 목탄을 이용한 데생이다. 눈이 또렷해서 마음에 들었다. 어쩐지 인물화는 빠져드는 느낌이 있는 것들이 좋다.
이외에는 루오 아저씨의 색감이라든지 그림체가 썩 내 취향은 아니었다. 물론, 좋아하는 분들은 있겠지만 어쨌든 내 취향은 아니었다는 뜻. 사용한 색깔이 초기에는 상당히 묘한 조합이었다. 예를 들어, 청록에 빨강을 배합하고, 거기에 물빠진 파랑과 노랑 따위를 마구 배치하고 있었다. 또는 검은색과 아주 검은빛이 감도는 초록색을 섞어놓거나 했다. 아저씨의 색깔 센스는 대체; 별로 내 취향은 아니었으나 간혹 멀리서 보면 그나마 어느 정도 예쁜 색이 감도는 작품들도 있어서 대강 넘어가 주었다.
그러나, 문제는 판화에서 시작되었으니. 다음의 <미제레레> 시리즈를 보자.
(이미지 출처는 <미제레레> 링크를 따라가면 됩니다.)
제목: Qui ne se grime pas? (분장하지 않는 자 그 누구인가?) (1923)
제목: ... son avocat, en phrases creuses, clame sa totale inconscience ... (... 그의 변호사는, 공허한 문장들로 그의 전적인 무죄를 주장한다) (1922)
제목: Dame du Haut - Quartier croit prendre pour, le ciel place reservée. (부촌의 마님은 천국을 마치 예약된 자리처럼 믿는다) (1922)
맙소사! 이 아저씨, 세계관이 참 무섭다 (..) 색 취향이나, 그림체도 그렇지만 말이다. 말년에는 유화물감을 마구 덧칠해서 그림을 부조처럼 만들어버렸다. 칠이 두꺼운 정도가 아니라 '부조'다. 분명히 그림이 '입체적'이다. 다음은 그의 후기작 중 유명하다는 Sarah.
Sarah, Georges Rouault(1956)
글쎄, 확실히 내 취향은 아니라고밖에 말할 수 없겠다. 루오 아저씨의 그림 중 많은 부분이 예수 그리스도 등을 그린 종교화였는데, 어째서 (어떤 의미로든) 염세적 세계관을 그림에 투영했는지 알 수 없다. 현실의 삶은 그렇게 죄악으로 점철되어 있으니 종교를 통해 구원을 얻으라는 의미였을까? 그의 서커스 판화/회화 시리즈도 광대들의 어두운 모습을 주로 포착하고 있었다. 글쎄, 확실히 남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이들이 뒷편에서는 어두운 모습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런 소소한 '어두움'들이 그의 작품에서 일관적으로 느껴지는 염세적인 듯한 세계관과 어우러져 묘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 이름도 유명한 <괴물>, 드디어 봤다.
안 보신 분들을 위해 내용은 접습니다. 혹시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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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영화 보러 가자길래 별 생각 없이 따라나섰다. 새로 건축했다는 단성사에 갔었는데, 꽤 괜찮다는 느낌.
예전에 쓰던 8mm 영사기도 전시되어 있다.
어쨌든,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고. <괴물>을 보았다는 사실이 중요하겠지.
일찌감치 자리를 찾아 상영이 시작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솔직히 나는 봉준호 감독도, 송강호나 박해일도 그다지 관심 없었다. 무슨무슨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더라 하는 얘기도 흘려들었고. 내가 이 영화를 본 이유는 단지 배두나 씨가 출연했기 때문. 너무 단순하지만, 내게 배두나라는 배우는 그만큼 존재감이 있다.
어쨌건, 영화가 시작하면, 주한미군 기지에서 포름알데히드를 하수도에 버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마도 이것이 괴물이 만들어진 원인이라는 암시를 주는 듯 하다. 그런데 포름알데히드라면 사체를 보관할 때 쓰는 액체로 알고 있는데, 괴물이랑은 무슨 관련일까 하는 의문도 들고.
나는 이 영화에서 배두나 씨를 제외한다면, 세 가지 포인트를 짚어보고 싶다.
첫째, 인간 세상에서 정상과 비정상은 무엇에 의해 구분되는가. 모든 이들이 미친 나라에서는 정상인이 미친사람이 된다. 정상이라는 것, 미치지 않았다는 것은 단지 평균적인 인간상을 나타내는 것일까? 그런 거라면 정상이란 것이 옳은 것이라고 말할 수 없겠지. 인간은 자신이 보고 싶어하는 현실만을 본다.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은 피하고,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을 미쳤다고 치부해버린다. 무엇이 진실인지, 무엇이 거짓인지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영화를 보는 내내 정말 답답했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도 터미네이터를 보았고, 미래에는 핵전쟁이 일어나 인류가 멸망 위기에 처한다는 것을 말하는 새러 코너를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결국, 그녀는 정신병원에 갇힌다. 과연 누가 미쳤는가. 진실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을 만큼 강한 인간, 선입견에 사로잡히지 않은 인간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런 인간이 많아져야 세상이 좀더 나아질텐데.
둘째, 가족이란 무엇인가. 괴물에게 잡혀 사라진 현서를 찾기 위해 온 가족이 모여 힘을 합친다. 그 과정에서, 할아버지는 괴물에게 죽고, 아버지는 두개골에 구멍까지 뚫리고, 삼촌과 고모는 온갖 고생을 다한다. 가족이란 그런 의미일까. 아버지가 현서에게 전화를 받은 사실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때, 가족들은 모두 그 말을 믿고 현서 찾기에 나선다. 인간관계의 기본은 믿음이란 걸까. 사소해 보이지만, 그건 매우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셋째, 사실 '괴물'은 우리 마음속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서울 같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도시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대하고 사는 걸까. 인구 천만의 도시에서, 세상은 두렵고 무서운 곳으로 변해간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익명의 인간들. 나 역시 그런 인간들 중 하나가 되어가면서 사람들 사이에 괴물을 키워가고 있는지도.
어쨌든.
- 괴물이 출현할 때에는 박진감 넘쳤다. 깜짝깜짝 놀래는 경우도 있었고-.
- 두나짱 최고! 마지막에 괴물에게 불화살을 날릴 때도 멋졌고. +_+
- 영화에 대해 잘 모르지만, 확실히 톱클래스 영화라는 느낌. 문외한이 이 정도 느낌이 들 정도라면 확실히 대단한 작품이겠지.
동생이 <린다 린다 린다>를 보여주기로 해서 명동 CQN에 갔더랬다. 누군가 이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일본판 <고양이를 부탁해> 같다고 했던 걸 보았는데, 그렇게도 볼 수 있겠다 싶었다. 다만, <고양이를 부탁해>에서는 고교를 졸업한 여자아이들이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에 주로 초점을 두었다면, <린다 린다 린다>는 고등학생들의 일상에 초점을 둔다.
시바자키 고교의 문화제 기간이 다가왔다. 고등학생으로서 마지막으로 치루는 문화제에서 밴드 공연을 하기로 한 케이, 교코, 노조미는 곤란을 겪고 있다. 같은 밴드에서 기타를 맡은 모에가 손가락 골절로 공연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자, 보컬인 린코와 케이가 싸워 밴드가 와해위기에 놓인다. 결국 원래의 포지션이 키보드였던 케이가 기타를 치기로 하고 새로 보컬을 섭외하게 된다. 영입된 새 보컬이 바로 한국인 유학생 손(배두나).
사실, 영화 내내 큰 사건은 없다. 이렇게 모인 네명의 여학생이 문화제 공연을 위해 준비를 하고, 결국 공연을 한다는 내용. 하지만 영화는 이렇다할 이벤트가 없이 시간을 채우고 있는 일상적인 것들을 섬세하게 잘 표현해내고 있다. 여자아이들이 밤중에 학교에서 연습하다 잠들어버리는 모습도 재미있고, 손에게 마음이 있어 고백하는 남자아이의 모습도 안쓰럽고. 손을 보러 소각장(소가쿠장-)에도 가고, 손을 보러 학교에 온다는 남자아이. '사랑한다'는 말에 '친구들이 기다려서'라고 한국어로 대답하고 도망치는 손. 어쩐지 고등학생들의 세심한 연애사들이 마음을 울린다. 이것 말고도 교코와 케이의 연애사도 나오는데, 어려서 예쁘달까, 하는 느낌. 그 시절엔 그리도 소통이 어려운 걸까. 서로 마음이 있는 게 분명한데도 말 한마디의 계기가 없어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어쩐지 미소가 지어졌다.
케이의 '보컬을 할 거냐'는 질문을 제대로 못 들어, 대충 '한다'고 대답해버린 손. 문화제에서 하기로 한 브루하츠(The Blue Heart)의 곡을 듣고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동하지만, 처음에 노래는 정말 못 한다. 노래만이 문제가 아니라 일본어를 잘 하지 못해 더듬거리는 가사. 그렇지만 연습을 해갈수록 놀랍도록 향상되는 실력!
그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것이 정말 즐거웠다. 대부분의 시간들은 무엇을 준비하기 위해, 일상생활을 하기 위해, 웃고 떠들고 연습하는 사이에 흘러간다. 이벤트라는 것은 어떤 계기일 뿐이지 일상은 '일상적인' 것들로 채워져 있다. 여고생들의 그런 소소한 삶.
음악은 정말로 좋다. 내가 사랑해 마지 않았던 Smashing Pumpkins에서 기타를 쳤던 James Iha가 음악을 맡았다. 내가 좋아하는 제임스 이하와 배두나가 이런 식으로 만나다니. 묘한 기분. 음악은 역시, 감각 있달까. <고양이를 부탁해>의 음악은 우리나라 밴드 '별'이 맡았었는데, <린다 린다 린다>를 보면서 계속해서 떠올랐다. 물론, <린다 린다 린다> 쪽이 좀더 록의 느낌이 강하지만, 기본적으로 두 영화 다 음악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블루하트의 곡들도 정말 좋았고. 나도 모르게 '린다 린다~ 린다 린다 린다~' 하고 따라 부르게 되어 버린다.
영화에서 제일 좋았던 부분은, 문화제 당일, Studio Q에서 연습하던 중, 케이의 꿈 속에 나오는 부분이랄까. 케이가 화장실에 가서 세면대 앞에 서고, 곧 손이 따라 들어가 케이의 옆에 선다. 케이는 '밴드에 들어와 주어서 고마워'라고 일본어로, 손은 '밴드에 넣어 주어서 고마워'라고 한국어로 말한다. 다른 언어로 소통하는 그들을 보면서, 마음이 닿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장면으로 영화는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소통한다는 거, 정말로 어떤 걸까. 그런 느낌, 정말로 좋았다.
음악은 시종일관 훌륭하다. BGM도, 밴드 파란마음(from The Blue Heart)이 연주하는 음악도 모조리 좋다. 가끔씩 공연장에 온 것처럼 몸이 들썩이고,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게 된다. 결국, OST를 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여름에, 시간을 투자해서 일본어를 좀더 익혀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앨범의 속지를, 가사를 읽고 이해하고 싶다. 소통.
그 때까지는 일단, 앨범에 동봉되어 있는 번역된 가사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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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da Linda by 파란 마음
시궁쥐처럼 아름답게 되고 싶어
사진에는 찍히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으니깐
만약 내가 언젠가 너와 만나 서로 얘기한다면
그럴 때는 부디 사랑의 의미를 알게 해주세요
시궁쥐처럼 누구보다 더 상냥하게
시궁쥐처럼 무엇보다 더 따뜻하게
사랑이 아니라고 해도 연애가 아니라고 해도 너를 놓지는 않아
결코 지지 않는 강한 힘을 나는 한 개만 갖고 있어
나의 오른손 by 파란 마음
나의 오른손을 알지 못합니까?
행방불명 되었습니다
지명수배의 몽타주 거리에서 나눠줘요
지금 바로 찾으러 가지 않으면
어서 빨리 찾지 않으면
꿈에 나타났던 굶주렸던 들개 오늘 밤 짖고 있어요
본 적도 없는 것 같은 기타 치는 식으로
들은 적도 없는 것 같은 스타일로 노래 하고 싶어 그렇기 때문에
나의 오른손을 알지 못합니까?
인간은 모두 약해도
꿈은 꼭 이뤄지는 거여요
눈동자 속에 잠들다 만 마음 꺾이지 않은 마음
지금이라도 눈에서 흘러내릴 것 같은
눈물의 이유를 말할 수 없습니다.
오늘도 내일도 낼 모레도 무언가를 찾겠죠
본 적도 없는 것 같은 마이크를 잡는 식으로
들은 적도 없는 것 같은 스타일로 노래해요 그렇기 때문에
나의 오른손을 알지 못합니까?
끝나지 않는 노래 by 파란 마음
끝나지 않는 노래를 부르자 뭣 같은 세계를 위해
끝나지 않는 노래를 부르자 모든 쓰레기들을 위해서
세상에 냉대 받아 홀로 울었던 밤
이제 안될 거야 라고 생각한 적은 지금까지 여러 번 있었어
진실의 순간은 항상 죽을 정도로 무서운 일이니깐
도망치고 싶어졌던 적은 지금까지 여러 번 있었어
끝나지 않는 노래를 부르자 나와 너와 그를 위해
끝나지 않는 노래를 부르자 내일에는 웃을 수 있도록
끝나지 않는 노래를 부르자 홀로 울었던 밤
끝나지 않는 노래를 부르자 ……취급 당했던 날들
끝나지 않는 노래를 부르자 뭣 같은 세계를 위해
끝나지 않는 노래를 부르자 모든 쓰레기들을 위해서
끝나지 않는 노래를 부르자 나와 너와 그를 위해
끝나지 않는 노래를 부르자 내일에는 웃을 수 있도록
다시 보고 싶다, 고 생각했다. 기회가 있다면 정말로 다시 보고 싶다. 사랑스러운 영화.
영화가 끝나고 동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조금씩 균형이 잡히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이런 생각들을 했다.
정말로 열심히 살아야 겠다.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삶이란 건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구나. <린다 린다 린다> 덕에 조금은 감이 생기지 않았을까. 사랑스러운 친구들 ;)
유럽 여행이 미술관 기행이 되어버린 이후, 내 취향은 확실하게 인상주의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고대의 종교화나 프레스코부터 현대의 추상미술까지를 원없이 보고난 후, 인상주의가 가장 마음에 와닿았달까. 인상주의는 이후에 표현주의(Expressionism)나 야수주의(Animalism), 입체주의(Cubism) 등에 영향을 끼쳤다. 그 중, 입체파를 대표하는 화가이자 작품 상인(!)인 파블로 피카소를 빼놓을 수가 없다. 성급한 평가인지는 몰라도 피카소가 유명한 것은 그 난해함과 그의 탁월한 세일즈 능력, 많은 작품이 결합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사실 현대 미술에서 사용하는 극도의 추상성은 미술과 대중간의 소통을 가로막지는 않는가 하는 느낌이 든다. 역시, 인상주의까지가 좋달까. (笑)
어쨌든,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위대한 세기 피카소전에 갔었다. 미술관으로 올라가는 길과, 매표소가 예뻤다.
전시되어 있는 작품은 꽤 다양했는데, 유화를 비롯해 스케치나 판화, 심지어는 도자기까지 있었다. 그가 초기에 미술을 공부할 때가 인상주의가 프랑스를 휩쓸던 때였는데, 그도 역시 이 시기에 프랑스에 있었다. 초기 작품들은 피카소 특유의 어두움이 깃들여 있지만, 인상주의적 터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어쩐지 이토 준지가 피카소 작품에 영향을 받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는)
그 이후에, 삼촌, 아저씨뻘인 화가들이 하던 인상주의가 지겨워졌는지 피카소는 입체적이고 추상적인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정성을 들인 작품도 있지만, 특별할 것 없는 낙서 같은 작품도 있었다. 어쩐지 낙서를 열심히 감상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야릇한 미소를 흘릴 듯한 피카소-. 백남준 씨가 '예술은 사기다'라고 했던 것이 떠오른다. 들키지 않고 거대한 사기를 치면 된다고. 피카소도 위대한 사기꾼이었을까?
전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 두 가지를 꼽으라면 1946년작 회색빛 꽃 여인(Femme Fleurs en Gris)과 사망 1년 전인 1972년에 그린 모자를 쓰고 앉아 있는 사람(원제는 못 찾음-). 먼저 회색빛 꽃 여인.
Femme Fleurs en Gris, Pablo Picasso (1946)
실제로 보면 약간 초록빛이 도는데, 피카소전 홈페이지에서 찾아보니 전시장 내부 사진이 있길래 해당 그림이 들어있는 사진을 퍼왔다.
출처: www.picassokorea.com
그리고 큰 이미지를 찾지 못해 아쉬운 모자를 쓰고 앉아 있는 사람.
출처: www.picassokorea.com
이 작품은 보면 볼 수록 세밀한 묘사와 색의 배치와 조화에 감동하게 된다. 모자챙과 바지 부분에 쓰인 분홍색이 그라데이션처럼 금색으로 변하는 부분이 있는데, 무엇을 사용했는지 몰라도 무늬가 새겨져 있다. 또한 그다지 조화를 이루지 않을 것 같은 색들을 배치하고, 중간단계에 배치한 색들을 통해 높은 수준에서의 조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림들을 차례로 보아 나가다 보면, 특히 눈길을 끄는 작품이 있다. 어쩌다 보니 우연찮게도 인상주의 작품 하나와 고전주의 작품 하나.
Jeunes filles au piano, Pierre Renoir (1892)
르누와르의 피아노를 치는 소녀.
내 경우엔, 별로 내 취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고전주의 작품에서 이런 경험이 있었다. 루브르에서 너무 많은 예술작품들에 압도당해 오직 Painting만 보고 있을 때였다. 한번 눈길을 주니 눈을 뗄 수 없었다.
Madame Recamier, Jacques-Louis David (1800)
레까미에 부인의 눈을 보고 말았다. 나도 20분 정도는 족히 멍하니 서있었던 것 같다. 거대한 캔버스 위에 실제 크기 정도로 그려진 신비한 모습.
흐린 날이었지만 비가 올 줄은 몰랐는데. 저녁 무렵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해 조금 젖어버렸다. 뭐 이정도 비는 맞아도 별로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다. 오히려 조금씩 젖어드는 느낌이 좋달까. 비가 오는 건 좋지만, 비가 오는 날 돌아다니는 것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이 정도의 비는 오히려 기분이 좋아진다. 바닥도 예쁘게 젖어들고, 세상이 예쁘게 변한다.
예술의 전당으로 가는 길에는 육교가 하나 있는데, 다른 육교와는 달리 예쁜 모습을 하고 있다. 육교 위는 나무로 되어 있고, 한쪽 끝에는 원판 모양의 거대한 유리판이 설치되어 있는데, 약간 비스듬하게 되어 있어 그 아래서 비를 피할 수가 있다. 또, 음악까지 흘러 나오고 있다. 벤치도 설치되어 있었는데, 연인 한 쌍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비오는 날 육교 위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꽤 낭만적이지 않은가.
예술의 전당에 도착해서 한가람 미술관으로 향했다. 한가람 미술관은 건물 외벽이 유리로 되어 있어 꽤 투명한 느낌을 준다. 미술관 앞 벤치에 앉아서 비오는 풍경을 바라본다.
평일 저녁에 비까지 내려서 그런지 관람객이 별로 없어 편안하게 전시를 볼 수 있었다.
인상주의(Impressionism)는 프랑스에서 시작된 미술사조이다. 기존의 미술에서는 주로 역사화를 사실적으로 그리는 데에 가치를 두었기 때문에 풍경이나 일상생활 모습엔 가치를 낮게 두는 경향이 있었다. 미술 교육은 주로 정물이나 인물화를 세밀하게 그리는 것이었고, 이 시대에 미술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인상주의 화가들도 마찬가지로) 이런 방식의 그림을 그리는 것에 익숙해져야 했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이러한 미술사조에 반발해 순간의 '인상(impression)'이 사실보다 중요하다며 사실보다 이미지에 기반한 그림을 그리게 된다. 그 결과, 인상주의 화가들은 강렬한 붓터치와 실제 물체와는 다른 색깔들을 사용하여 순간의 이미지를 포착한다. 잘 알려진 인상주의 화가들은 대부분 프랑스에서 활동했는데, 모네(Monet), 마네(Manet), 반 고흐(van Gogh), 르누와르(Renoir), 드가(Degas), 시슬리(Sisley)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프랑스 출신이거나 아니면 프랑스가 아닌 유럽 출신으로, 인상주의의 태동기에 프랑스에서 활동하던 화가들이다.
그런데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품들은 뉴욕의 브룩클린 미술관(Brooklyn Musuem of Art)에서 가져온 것이라 미국 작품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 미국은 인상주의에 있어서, 혹은 인상주의가 태동한 19세기 후반에는 미술의 중심지라고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미국 인상주의자들은 유럽에서 미술 공부를 했거나, 캐사트(Cassatt) 처럼 프랑스에서 거주하거나 했다. 이들이 프랑스의 전설적인 인상주의 화가들보다 유명하지 않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미국 인상주의자들의 작품이 전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미국 인상주의자들 중에 이름 정도를 들어본 사람은 캐사트(Cassatt)나 테오도어 로빈슨(Theodore Robinson), 윌리엄 메릿 체이스(William Merritt Chase) 정도였는데, 이 전시에는 꽤 많은 작가들의 작품이 소개되어 있었다.
Palazzo Ducale, Claude Monet (1908)
전시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이라면 전시회 테마 그림으로 쓰이는 모네의 Palazzo Ducale이다. 전시회의 부제가 '빛을 그린 화가들'인데, 인상주의 화가들은 그 말 그대로 빛을 캔버스에 남겼다. 모네의 풍경에는 특히 강이나 연못이 많이 나오곤 하는데, 수면에 비친 물체의 모습은 숨이 멎을 정도다. 인상주의 그림들을 실제로 볼 때 가장 좋은 점은 붓의 터치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사진으로 봐서는 분명히 평면인데도, 실제로 보면 하나하나의 색깔이 입체적으로 칠해져있다. 백년도 더 지난 그림인데도 방금 화가가 화실에서 작품을 완성한 듯한 느낌. 특히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은 이런 경향이 심해서, 이미지로 보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의 느낌이 판이하게 달라진다.
Starry Night over the Rhone, Vincent van Gogh (1888)
이 그림은 고흐의 Starry Night over the Rhone인데, 이미지로 볼 때는 색감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오르셰에서 이걸 실제로 본 후엔, 그의 터치에 압도되어 버렸다. 클릭하면 큰 이미지가 나오도록 해놓았으니 대강 살펴보아도 될 듯. 고흐의 인상주의적 작품들은 대개 이런 강렬한 붓터치를 가지고 있고, 다른 어떤 인상주의자들 보다 훨씬 강력하다. 그의 그림들은 그렇게 에너지가 넘쳐서 좋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 전시에는 고흐의 작품이 하나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번 전시에서 새로 발견한 화가라면 미국의 William Glackens를 꼽을 수 있는데, 바다 풍경을 그린 한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 바다 색깔과 하늘 색깔에 분홍빛이 도는데, 미묘하게 포근한 느낌을 준다. 검색을 해봤지만 도저히 같은 그림은 못 찾는 것 같고, 느낌대로라면 그나마 비슷한 작품을 소개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작품명을 적어오는 건데;
Beach Side, William Glackens (1913)
이 작품 역시 바다 색깔이 정말 아름답다. 이런 곳이라면 피크닉을 한번쯤 가보고 싶은.
유럽에 갔을 때, 이곳 저곳의 미술관을 많이 다녔더랬다. 그 중에서 (유명한) 인상주의 작품들이 가장 많았던 곳은 역시 오르셰 미술관(Musee d'Orsay)의 인상주의(Impressionism) 관이었다. 고흐의 작품들도 상당수 있었고. 사실 고흐의 작품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반 고흐 미술관이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오후 내내 돌아다녀서 피곤하긴 했지만, 확실히 즐거운 관람이었달까. 예술의 전당 내에 있는 카페 Mozart도 예뻤고, 촉촉히 젖어있는 바닥에 반사되는 빛은 조금 전의 모네를 떠올리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