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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카트만두 탐방기


2007/07/15 03:35 | Travel/티벳.네팔.인도.태국

2006. 12. 27 WED KATHMANDU

아침에 Kathmandu Guest House에서 싼 방으로 옮기려고 했는데 빈 방이 없었다. 체크아웃 시간까지 기다리기도 힘들어, 그냥 밖으로 나와 Hotel Horizon의 트리플룸으로 옮겼다. 450 NRs(네팔루피)니까 1인당 150 NRs. (1 USD는 약 70 NRs)

첫 날이고, 히말라야 넘어오느라 고생을 해서 일단 머무르는 지역이던 Thamel 주변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먼저, 방에 짐을 놓고 나와서 일단 아침을 먹었다. 그냥 Continental Breakfast 먹었던 것 같은데. 그냥 주변 지역을 돌아다니다가 UV필터를 하나 샀다. 에베레스트 가는 길에 카메라를 한번 떨어뜨려서 UV필터가 깨져버렸기 때문. 일본 Marumi라는 회사의 제품을 샀는데, 아무리 살펴봐도 UV필터가 정품 같지가 않더라. 다시 가서 따졌다. 한국인의 근성; 환불 해달라고 했는데, 실랑이를 좀 벌이다가 결국 정품으로 바꿔주긴 했다. 서명누님은 가짜인 걸 찾아낸 게 더 신기하다고 하셨음; 뭔가 렌즈 유리의 마감처리가 깔끔하지 못했는데, 역시 오리지널은 아니었달까. 이런 물건 살 때는 확실히 주의해야 하는 것 같다. 그런데 UV필터가 아니라 1A라고 적혀있어서 뭔가 했더니, 나중에 인터넷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스카이 필터'였다. 뭐, 어쨌든 렌즈보호용이란 목적이 강하니까 패스.

Chitwan National Park 패키지 관광 상품 좀 알아보다가 밥도 먹고. 오후엔 개인행동. 나는 인터넷도 하고, 이메일도 쓰고. 동네 돌아다니며 Thamel 지역의 지리를 익혔다. 여기 정말 헷갈리는 구조. 길 한번 잃어버리면 찾기 힘들 듯 싶더라.

그러다가 숙소 근처에 있는 J.P. High School인가, 그곳에서 시장이 서길래 구경을 했다. 이 학교 꽤 명문인 것 같던데, 심지어 조회도 영어로 하고, 학생 대표가 나와서도 영어로 말한다. 네팔 사람들 정말 교육 수준도 높고, 여러 가지로 많이 놀랐다. 어쨌든, 시장에 사람을 끌어모으려는지 밴드가 록큰롤 공연을 하고 있었다. 물론, 관객은 정말 없고(..) 옛날 노래들을 많이 불렀는데, 제대로 된 전자기타에, 드럼까지. 실력도 좋았고. 여러 가지로 놀란다 정말. 공연이 끝나고 거기서 장사하는 상인들이랑 좀 놀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2006. 12. 28 THU KATHMANDU

아침에 일찍 일어나 슈퍼마켓에서 간단히 빵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택시를 타고 Pashupatinath에 갔다. 힌두사원과 화장터가 있었는데, 힌두사원은 힌두교도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해서 화장터만 들어갈 수 있었다. 많은 시신들을 화장시키고 있었다. 우리는 정말 오랫동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다리를 경계로 상류 쪽은 왕족이나 귀족들 등 상류층을 위한 화장터였고, 다리 아래 하류 쪽은 보통사람들의 화장터였다.

Pashupatinath, Kathmandu

일반인 화장터, Pashupatinath

일반인 화장터, Pashupatinath

일반인 화장터, Pashupatinath

힌두교에서는 불교에서처럼 윤회를 믿는다. 사람이 죽으면 업(Karma)에 따라 좋게, 혹은 나쁘게 다시 태어난다. 하지만 어떻든 인생은 본질적으로 고통이고, 윤회에 따라 이러한 인생을 무한히 반복하게 된다. 그렇다면 윤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불교에서는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면 윤회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인도의 힌두교도들은 강가(갠지스 강)가 있는 바라나시에서 화장을 하면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고 믿는다. Pashupatinath는 네팔의 바라나시라고 불리는 곳이다. 네팔의 힌두교도들은 Pashupatinath에서 화장을 하면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산소호흡기를 달고 실려와서는, 얼마 후에 시신이 되어 화장터로 나온 사람을 목격하기도 했다.

Pashupatinath

Pashupatinath

Pashupatinath

Pashupatinath

네팔에서는 아버지가 죽으면 아들들이 머리를 삭발한다. 정수리에 작은 원 정도의 머리만 남기고 모조리 밀어버린다. 그 후에 진행되는 본격적인 화장의식은, 먼저 시신에게 축복하는 꽃 등을 뿌리고, 시신의 입에 물을 넣는다. 그리고 아들들이 시신을 들고 장작더미를 세 바퀴 정도 돈 후, 시신을 장작에 올리고 불을 붙인다. 중간에 화력이 약해지면 설탕을 뿌린다. 시신이 다 타고나면 장작을 물가에 버리고 물을 부어 식힌다.

Pashupatinath

Pashupatinath

Pashupatinath

Pashupatinath

Pashupatinath

Pashupatinath

Pashupatinath

Pashupatinath

시신을 태우면 정말 재밖에 남지 않았다. 시신이 뼈조차 남지 않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더라. 한참이나 화장의식을 지켜보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누구든 언젠가는 죽어서 이렇게 세상에서 사라진다. 한때 인간이었던 물체가, 한두 시간의 화장 후에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없어져 버린다. 나 역시 그렇게 될 운명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돈? 명예? 무엇을 추구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후에 바라나시에서 화장을 하는 가트도 가보았지만, Pashupatinath에 비해서 여러모로 떨어졌다. 규모가 크다는 점을 빼고는, 화장의식도 부족한 것 같고, 시신을 깔끔하게 태우는 화장술도 부족했고(바라나시에선 꼭 팔이나 다리가 남아서 나중에 불길 속에 다시 넣어주어야 하더라), 사진도 자유롭게 찍을 수 없었다. 힌두문화의 화장의식을 제대로 보고 기록에 남기고 싶다면, Pashupatinath가 더 낫지 않나 하는 생각.

오후엔 점심을 먹고 Durbar Square에 가서 어린 여신 쿠마리(Kumari)가 행차하는 모습을 보았다. 네팔에선 (선정방법은 모르겠지만) 어린 여자아이를 여신으로 모신다. 여자아이는 신으로 떠받들어지면서, 신전(?)에서 살게 된다. 하지만 아이가 초경을 시작하면 바로 여신의 지위를 박탈당하고 쫓겨난다. 그녀는 한때 여신 쿠마리였기 때문에, 제대로 교육을 받지도 못했고, 다른 이들과 일반적인 인간관계를 맺지 못해 생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대부분 몸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면서 망가져간다고 들은 것 같다. 마지막이 썩 좋지 않다.

쿠마리의 행차를 기다리며

쿠마리

Durbar Square, Kathmandu

Durbar Square, Kathmandu

Durbar Square에는 왕이 다스릴 때 쓰던 건물들이 많았고, 이런저런 사원들도 있었다. 적당히 둘러보다가 Thamel로 돌아왔다.



2006. 12. 29 FRI KATHMANDU

아침에는 어제 산 전기 물끓이개(돼지꼬리)로 너구리 라면 뽀글이를 만들었다. 꽤 맛있게 되어서 맛있게 먹고 출발. 서명누님과 하나씩 먹었는데, 정사장님은 아침을 못 드셔서 라멘(라면)을 먹으러 일식집 모모타로에 갔다. 그런데 라멘은 11시부터 된다고 해서 그냥 오야꼬동(치킨덮밥)을 드시고, 나는 간단히 계란말이를 먹었다.

그 후엔 택시를 타고 Swayambhunath Temple에 갔다. 그냥 슬그머니 공짜로 들어감(..) 산 꼭대기에 있어서 날씨가 맑으면 카트만두 시내가 다 보일 것 같다.

Swayambhunath Temple

Swayambhunath Temple

Swayambhunath Temple

Swayambhunath Temple

Swayambhunath Temple

Swayambhunath Temple

Swayambhunath Temple

그리고나서는 Boudhanath Stupa를 보러 갔다. 택시비 협상이 제대로 안 되어서 그냥 대로로 나가서 미니버스를 타고 갔다. 이번에도 샛길로 돌아 들어가서(..) 무료로 입장. 스투파가 엄청나게 컸다. Swayambhunath 랑 Boudhanath 둘 다 티벳불교 사원인 것 같던데.

Boudhanath Stupa

Boudhanath Stupa

어김없이 오체투지, Boudhanath Stupa

이거 보고 택시 타고 Thamel로 돌아오려는데, 비싸서 포기하고 물어서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Thamel 근처 Ratna Park까지 와서 Thamel로 걸어가는데, 지리를 잘 모르겠어서 어떤 여자애들한테 길을 물어봤더니 자기네도 타멜 간다고 따라오라고 한다. 고등학생인 줄 알았더니 대학생이었다. (만)19살 1학년생이더라. 네팔 대학은 Diploma 학위를 주는 3년제와 Bachelor 학위를 주는 4년제로 나뉘는 듯했다. 이 친구들은 Business Management(3년제) 전공. 4년제는 Business Administration이란다. 학기는 서구식으로 가을학기에 시작된다고 했다.

타멜에 도착해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점심으로는 탄두리 치킨을 먹고, 한참 걸어서 Kathmandu Mall이라는 쇼핑몰에 놀러갔다. 기대를 했었는데, 생각보다 별 게 없더라. 다시 타멜로 돌아와서, 라싸 야크호텔 룸메이트였던 일본 친구들(야스 상, 카이 상)이랑 철웅형님, 그리고 다른 일본인 둘이랑 '카트만두 짱'이라는 한국인 게스트하우스+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음식이 정말 맛있었다. 한국에 있는 식당들과 비교해도 수준급. 가격은 조금 비쌌지만 만족.

내일은 Chitwan National Park로 향하기로 어제 55 USD 내고 여행사에서 계약했다. 2박3일에 교통편, 숙박, 코끼리 타기, 카누, 식사 등등 전부 포함된 가격.

카트만두에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름 즐거웠던 것 같다. 하지만 새해를 정글에서 맞기 위해 살짝 서둘러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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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ibo at 2007/07/15 10:22  r x
몰래몰래 읽고 가려고 했는데, 꼬맹이와 누나의 사진을 보니 댓글을 안 달 수가 없구나.
아... 이쁘다.

우리 친할머니 돌아가셨을 때도 화장을 했지..
11~12살쯤이었어. 내가 잿가루 담긴 상자를 들고 갔는데
그 때 느낌이.. '아, 할머니가 이렇게 가시는구나.' 싶어 감상적이
되고 슬펐지만 가슴이 찢어지게 아픈 느낌은 아니었어.
오히려 '슬플 일 없다'고 담담한 마음이었던 걸로 기억해.
'내가 할머니를 별로 안 사랑하나..'하고 좀 자책도 했지만;
이제와 돌이켜 보니, 그 때 잘 본 것일수도.
죽음은 삶과 다르지 않으니까..

어쩌면 입관 전 할머니의 표정이 무척 평안해서, 필요 이상 괴롭지 않을 수 있었던 걸지도...
8살 때 외삼촌이 오토바이 사고로 돌아가셨을 땐 미칠 듯이 울었는데.
Commented by 진석 at 2007/07/15 23:55  r x
오늘 학교에 올라오면서 든 생각이... --이의 여행은 뭔가 자기를 찾는 그런 게 있는지도.. 그냥 막연히 들더라.. 하루키의 소설처럼...
Commented by ㅋ at 2007/07/15 23:57  r x
사람이 체질인가 봐요
카트만두를 즐겁게 누비셨네요
즐기는 자가 챔피온이라는 싸군의 말이 떠오르는군요 ㅎㅎ
Commented by 아즈 at 2007/07/16 17:52  r x
ibo/ 꼬맹이 참 귀여웠지:) 녀석에게 제 3의 눈을 받았다.

현대사회는 죽음을 삶과 분리시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었지만, 실상 죽음은 삶 안에 존재하는 것이니까. 인간은 누구나 언젠가는 죽을 운명이고. 나도 죽으면 화장을 하고 싶다. 이 세상에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지는 거야. 그게 자연의 순리가 아닌가 싶다. 그 때까지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곰곰이 생각해봐야지:)


진석/ 나를 찾는 여행이라 ... 나를 알게 되면 세상도 알게 되지 않을까.


ㅋ/ 사랑해요 네팔:) 세상은 참 넓고, 다양한 사람들이 있잖아요. 어제 우연히 하게 된 말인데, 전 여행이 좋고,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이 좋고, 여행에서의 추억들이 좋아요.
Commented by 꽃경내 at 2007/07/18 23:06  r x
쿠마리 위, 아래 사진 둘 다 참 좋아요.
번잡한 듯 정돈되고, 흔들린 듯 정체된 느낌이 맘에 들어요.
아즈씨는 이마에 빈디 붙였네요, 헤헤.
Commented by 아즈 at 2007/07/22 16:05  r x
꽃경내/ 이름이 '빈디'였군요.
제 3의 눈을 달았다고 좋아했던 기억밖에(..)
이마가 가려워 무심코 문지르기를 두어 번.. 그렇게 떨여져버렸다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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