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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세계


2006/12/01 22:53 | Life/Life until 2007

요즘에 재래시장을 가면 흠칫 놀라곤 한다. 15년 전쯤에나 어렴풋이 가본 기억이 있을 뿐이라,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 내가 시장에 갈 기회가 그렇게나 없었던가 싶을 정도로.

세련된 학교 건물에, 깔끔한 쇼핑몰, 단정한 사무실, 우아한 바. 그런 '현대적인' 것들에 익숙해진 나머지 시장조차 잊을 정도가 되었다니. 꽤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 회, 순대, 고기 같은 걸 먹으며 술도 한잔씩 걸치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 술을 마셔본 적이 있었던가. 글쎄, 아무래도 잘 생각나지 않는걸.

그곳에도 어김없이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다. 대리석 바닥이 깔려있는 건물에서 생활하며,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고, 스시 캘리포니아 같은 곳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들은 절대로 상상할 수 없는 곳. 하다못해 이런 세계 바로 옆에 존재하는 다른 세상조차 모르고 있는데, 티벳이나 인도 같은 곳은 얼마나 신선하게 다가올까.

서울에도 이렇게 물가가 싼 곳이 있나, 하며 새삼 놀라게 되는 곳. 천원이면 풍족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인도 물가에 적응해 가면서, 3천원이라고 적혀 있는 커피값이 왜 이렇게 비싸보이는지.

문득, 어릴 적에 읽었던 웰스의 소설 <타임머신>이 생각났다. 소설에서 미래의 인류는 지상에 살며 아름다운 외모와 높은 지성을 갖춘, 그러나 연약한 엘로이와 지하에 살며 온갖 노동을 하며 살아가고, 추한 외모에 낮은 지능을 가진 머록으로 나뉜다. 그들은 같은 조상을 가졌음에도 왜 그렇게 달라진 걸까.

어느 쪽이 좋다 나쁘다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몇 만원 짜리 코스요리를 먹어도 기쁘고, 몇 천원 짜리 국밥을 먹어도 좋다. 다만, '당신이 사는 곳을 모두 부러워한다'는 아파트 광고를 보며, 그곳에서 살지 못하게 되었을 때 당신의 존재이유 - 레종 데트르 Raison d'etre - 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궁금할 뿐이다.

A는 치과의사, B는 부잣집 딸, C는 수학도, D는 연예인. 하지만 자신이 더이상 그 '무엇'이 아니게 되었을 때, 스스로에게 어떤 아이덴티티를 부여할 수 있고, 어떤 이유로 존재할 수 있을까.

내가 가지고 있는 서울의 이미지는 덕수궁 돌담길과 그 위로 올려다보이는 고층빌딩의 조화이다. 하지만 서울은 참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사진 속의 모습은 유흥가가 잔뜩 밀집되어 있는 종로1가~3가를 지나 종로 5가 즈음에 있는 광장시장이다. 나도 참, 시장에 한번 다녀온 것뿐인데 별별 생각을 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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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카시스 at 2006/12/03 18:12  r x
재래시장.. 참 좋지요.^^ 저는 집근처(..라고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어쨌든..)에서 풍물시장이라고 2일과 7일에 장이 열리는데 가면 참 재미있어요'ㅅ' 젊은새댁 같은 사람은 거의 안오고 할머니 할아버지 아주머니들이 오시는데 덤도 많이 주고 좋아요.^^ 역시 저는 마트보다는 시장이 좋은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아즈 at 2006/12/04 20:38  r x
한달에 두 번 열리는 건가요? 주기가 참 기네요^^
대도시에서는 그렇게 주기가 긴 시장은 없어졌지만, 대형 마트들이 들어선 상태에도 곳곳에 시장들이 남아있는 것이 참 신기하달까. 다양성이란 좋은 거니까, 아무래도 이런저런 것들이 공존하는 것이 더 좋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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