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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르네상스를 지나 바로크, 로코코를 거쳐 현대미술로 접어들며 수업이 현재에 가까워지고 있다. 중간고사는 다들 잘 봐서, 기말고사에서는 좀 편차를 만들 것 같다. 나는 수업에 맞추어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읽고 있는데, 르네상스까지 겨우 읽고 진도를 놓쳐버렸다. 앞으로도 읽어야 할 양이 상당하다.
선생님께선 곰브리치 책을 일반적인 서양미술사 교과서에서 좀 벗어나 있다고 평하셨다. 저자 자신의 취향 쪽으로 많이 기울어졌다는 말씀. 정말 유명한 작품들은 수업에서 다룬 작품과 겹치긴 하지만 뭐. 선생님은 젠슨 책을 기초로 해서 자신의 취향대로 편집해서 수업을 하신다고. 어쨌든 부지런히 읽고 미술사조를 좀더 숙지하고, 시험에 대비해야겠다.
시험보다 더 걱정이 되는 것은 에세이 과제인데, 미술작품을 실제로 본 후, 나름대로 시각적 요소를 분석하고, 작품의 배경도 조사해보고, 그 시대의 미술사조와도 비교해서 작성해야 한다. 일단 적당한 작품을 선정하는 것부터가 힘들게 느껴진다.
선생님께서 웬만하면 현대미술작품을 주제로 작성하라고 하셨는데, 20세기 초반의 큐비즘이나 이후의 팝아트 정도를 제외하고는 거의 아는 바가 없어서 책도 추천 받았다. 곰브리치부터 부지런히 읽어야 할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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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오전에 직장에서 좀 높으신 분이 일손이 필요하다고 실장님에게 연락이 왔다. 인턴 중에 사람 좀 보내달라는 말씀. 개인적인 일 같다면서 나에게 좀 가달라고 부탁을 하셔서 그쪽으로 갔다. 일은 역시 개인적인 단순노동. 자제분이 결혼해서 청첩장을 보내야 되는데, 봉투 앞에 주소 스티커를 붙이고, 모자라는 청첩장은 조립(..)해서 체크 해놓은 모든 주소 스티커를 붙이는 일이었다. 뭐, 사실 이런 류의 작업은 처음에 조금만 생각해서 전체 작업을 최대한 같은 동작을 반복하도록 구성한 다음에 무한 반복을 하면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다.
어쨌든 이런 잡일도 그럭저럭 빨리 끝낼 수 있으니깐, 점심 먹기 전에 빨리 끝내고 가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무한 반복. 그리고 생각보다 일찍 끝냈다. 뭐, 일 시키신 분이 처음에 공손하게 부탁하시기도 했고, 빈말이겠지만 중간에 '고급인력에게 이런 일을 시켜서 미안하다'는 식의 말씀도 하셨다. 하지만 사실 나는 잡일을 하는 것에 대해서 크게 불만은 없었다. 이 조직에서 내가 제일 말단이고, 이 조직이 돌아가기 위한 것이라면, 어떠한 잡일도 결국 시스템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대신, 이 일을 부탁하신 분은 나에게 미안하다고 할 일이 아니라, 나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국가에 미안함을 느껴야 한다. 사실 나는 업무 시간에 상응하는 급여를 받고 있기 때문에, 어차피 그 시간엔 어떤 일이든 해야 한다. 그게 누구의 일이든 별로 상관은 없다. 하지만 이 기관의 입장에서 보자면, 급여를 지급하고 어떤 인력을 쓰고 있는데, 해당 기관에 관련된 일이 아닌,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분명히 문제가 된다. 즉, 나에게 일을 시킨 그분은 나에게 급여를 제공하는 조직의 재화를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다.
직장에서 상하관계를 이용해 사적인 일을 시키는 경우, 직위 때문에 쉽게 거부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사실 업무 시간 외에 시키는 것이 아니라, 업무 시간에 사적인 일을 시키는 것은 일을 받는 처지에서는 별로 손해 보는 것도 없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어차피 급여를 받는 업무 시간이기 때문) 하지만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조직의 입장에서는 분명히 문제이고, 조직의 자원을 무단으로 낭비하는 '사적인 일을 시키는 사람'을 징계하는 게 당연하다.
권력을 이용해서 자신의 소유도 아닌 것을 무단 사용하는 것은 공금 횡령과 마찬가지로 잘못된 행위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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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에 갑자기 특강 강사분을 모시는 일을 맡게 되어 실장님 정장 상의를 빌려서 걸치고 방글라데시에서 오신 연사를 기다렸다. 호텔의 의전용 차량을 타고 오신 연사를 모셨는데, 시험이 코앞이라 그런지 참여한 학생들이 별로 없어 인턴들이 대거 투입. 물론, 나도 그 중의 하나. 방글라데시의 통치 상황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예전에 읽었던 무하마드 유누스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에서 얻은 방글라데시에 대한 지식이 도움이 되었다.
오후엔 우연히 입시관련 서류를 보게 되었는데, 이름이 낯익어서 살펴보니 고등학교 때 같이 골든벨에 나갔던 선배로 추정되었다. 지금은 이쪽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할 예정인 듯 했다. 나중에 조교 관련해서도 연락을 하게 되었는데 사실 긴가민가 했다. 밤에 다시 전화를 걸어보니 선배가 맞는 듯했다. 아니 이 선배는 분명히 이과였는데, 이쪽으로 오다니 꽤 의외였다. 학교에서 만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느지막한 귀갓길에 뒷자리에 앉은 학생들이 익숙한 단어들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고전역학, 파동역학, 양자역학, 유체역학 등등... 물리학과와 기계과 후배들로 추정되는 그들. 스티븐 호킹과 같이 일한 적이 있다는 양자역학 교수님을 언급할 때, 이 녀석이 물리학과라는 것이 확실해졌다. 예전에 그 교수님 수업을 두 개 들었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났다.
이래저래 우연의 연속... anomaly는 흥미롭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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