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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는 생활
2010/03/22 22:18 | Life/Life in 2010
매일같이 이어지는 수업, 해부학 실습, 쪽지시험, 정규시험... 피곤한 몸을 이끌고 정신없이 이리저리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하루하루가 지나간다. 학부 때 성적은 꽤 좋은 편이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뭐가 남은 것은 없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인지, 아니면 학부 때 공부하던 전공과는 공부하는 방법이 상당히 달라서인지, 여기서 아주 좋은 성적을 얻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최고가 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나는 이곳에서 무엇인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싶다. 이미 만들어진 분야에서 1등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새로운 분야를 창조해내고 싶다.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환경을 만들어내고 싶다. 세상에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어내고, 내가 꿈꾸는 더 나은 세상을 실현하고 싶다.

그런 거창한 꿈을 마음 속에 품고, 어떤 과목에서도 과락을 하지 않고 무사히 진급하는 것을 목표로 삼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꿈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이루어지니까. 한 동기의 자기소개에 적혀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이곳에선 그 말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Commented by Pierrot at 2010/03/22 23:53  r x
화이팅~
Replied by 아즈 at 2010/03/25 00:15 x
thanks~!

     
 


인간의 향기
2010/03/12 01:39 | Life/Life in 2010
병원 지하에 있는 해부학 실습실 앞에 다다르자 포르말린 냄새가 풍겼다. 클라스메이트들과 학기가 끝나면 버릴 낡은 옷으로 갈아입고 수술복을 착용했다. 실습실에 들어가자 스텐인리스 스틸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검은 것으로 싸여 있는 카데바가 있었다. 우리는 마스크를 쓰고, 장갑을 착용하고 카데바 주위에 둘러앉았다.

시신을 기증해주신 분에 대한 감사의 의식을 한 후, 실습이 시작되었다. 덮개를 걷어내고, 비닐을 벗겨내자 카데바가 보였다. 그 때까지의 나는 어떤 하나의 비인격적 개체를 만지며 해부해서 공부한다고 생각하려고 노력했고, 그래도 그런 생각으로 어느 정도는 담담한 느낌으로 실습에 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등의 피부를 벗겨내고, 피부 아래의 노란 지방조직이 드러날 수록, '카데바의 철저한 비인격화'와 실습실 곳곳에 붙어 있는 '시신을 기증한 분에 대한 감사함' 같은 글귀에서 인식되는 '인격으로서의 카데바'의 개념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숨쉬고 있었을 카데바가 인격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마음 속에 자리 잡을 수록 담담하게 실습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살아있는 인간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인체에 대해 자세히 알 필요가 있고, 실제 조직을 살아있는 사람에서 보거나 만져볼 수 없으니 카데바를 통한 실습이 필수적인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시신에 대한 존중'과 '해부학 실습을 담담하게 잘 할 수 있는 것'은 양립하기가 무척 어려운 것 같다. 카데바를 철저하게 비인격적 존재로 생각해야만 날카로운 메스를 들고 카데바의 피부와 근육을 열어가며 구조를 관찰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메스꺼움을 느끼면서도 날 선 메스로 카데바의 피부를 무사히 벗겨냈지만, 한 학기 동안 계속해서 함께할 카데바를 어떤 존재로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심해졌다.

인간 지방조직의 냄새와 방부액이 섞인 역한 냄새를 맡아가며 앞으로 해야할 수많은 해부학 실습들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 지 걱정이 된다. 카데바를 인간이 아니라 물건이라고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나을텐데, 과연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 ET를 해부한다고 하면 기분이 좀 나을까?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어떻게 해부학을 연구했을지 궁금해진다.
Commented by liyukw at 2010/03/12 16:31  r x
음
이런걸 느끼고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셨군요 az씨가..
Replied by 아즈 at 2010/03/14 23:02 x
예전에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하네요.
선배 하나는 제 생각을 듣더니,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더 열심히 실습하라, 라고 하던데...
Commented by Jamie at 2010/03/14 23:43  r x
지금 이 고민이 앞으로 어떻게 될 지 궁금하네요. 시간만 된다면 계속 포스팅 부탁드려요. :) 파이팅!
Replied by 아즈 at 2010/03/22 22:10 x
시간을 내서 글도 써야 이 정신없는 생활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제너럴 닥터 /김승범·정혜진
2010/03/09 20:49 | Thoughts/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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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은 구절:


- "A dream you dream alone is only a dream, but a dream you dream together is reality." (혼자 꾸는 꿈은 단지 꿈일 뿐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by 오노 요코, 재인용)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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