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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이야기


2007/06/10 00:02 | Thoughts/Essay & Article

나는 그다지 multilingual이 아니라서 이런 이야기 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가 그나마 어느 정도 수준 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언어는 두 가지뿐이다. 한국어와 영어. 다른 언어도 조금은 알고 있으나, 해당 언어로 된 문헌을 읽거나, 해당 언어로 무언가를 쓴다는 것이 불가능하니까 제외하자.

나는 책을 읽을 때, 많지는 않지만 일정 비율은 영어 원서로 읽고 있다. 물론, 전공서의 경우 99% 영어이기 때문에 제쳐두자. 영어 원서를 읽는 목적은 어학능력 유지 혹은 향상 차원에서 읽는 것이 대부분이고, 간혹 원문으로 읽어보고 싶어서 원서를 보는 경우도 있다. 내 경우는 번역본에 대부분 만족하는 편이고, 원서로 읽더라도 대부분의 경우는 번역본 이상의 이해도를 얻는 것이 힘들다. 그래서 가끔 '번역본이 마음에 안 들어서(수준이 낮아서) 원서로 읽어버린다'는 말을 들을 때 이해하기가 힘들다. 물론, 번역본 중에 정말로 질이 낮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또한, 소설 같은 것을 읽을 때 '원문의 맛을 살리지 못한다'는 이유도 공감하기 힘들다. 내가 주로 소설을 스토리텔링이라고 생각하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받아들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경우는 어떤 언어로 읽어도 소설의 전체적인 느낌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예를 들어, 나는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한국어 번역본과 영어 번역본으로 읽어보았다. 내겐 별다는 느낌의 차이가 없었다. 물론, 둘 다 번역본이라는 한계는 있겠지만, 어떤 언어든 작품이 주는 느낌은 그다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간혹, 언어유희 같은 것은 번역으로 나타내기 힘들겠지만, 그런 것이 주를 이루고 있는 작품이 아니라면 전체적인 느낌이 크게 차이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또한, 나는 책을 통한 문화의 발전에 번역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번역이라는 작업을 폄하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수준낮은 번역은 지탄받고, 향상되어야 한다. 하지만 수준낮은 번역을 지탄하는 것으로 가장해서 번역 작업 자체를 깎아내리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에 '모름지기 책은 원어로 읽는 것이 좋다'는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 힘들다. 번역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해당 분야의 전문가이고, 그만한 식견을 가지게 되기 까지는 상당한 노력을 투입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이 다른 이들을 대신해서 좋은 책을 일정한 수준의 질을 유지하며 번역을 해준다면, 그 책을 읽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생각했을 때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 물론, 저자가 쓴 원문을 직접 읽어보겠다거나, 해당 언어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면 원어로 읽어도 좋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번역서를 폄하하는 것은 일종의 우월의식이 아닐까?

'번역서보다는 원서'를 고집하는 사람들을 보면 '영어공용론자'들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영어공용론자들은 일상생활에서 영어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에까지 영어를 도입하자고 한다. 여기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논의가 있을 수 있지만, 나는 한 가지 점에 주목하고 싶다. 영어가 공용어가 된다면,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일종의 '계급'이 형성될 것이다. '공용어'라는 것은 일종의 자격기준, 혹은 Standard이기 때문에, 이것을 갖추지 못한 사람과 이것을 갖춘 사람 사이에는 필연적으로 계급이 분화된다. 그런데 현재 국내 영어교육 현실상 상당한 수준으로, 특히 높은 수준으로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기득권층이다. English Native 수준으로 범위를 한정하면 더욱 그렇다. 이 정도 수준으로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대부분 영어권 체류 경력이 있고,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일정수준 이상의 재력이 있다. 현재에도 영어를 기준으로 사실상 '계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갈리고 있는데, 영어공용화를 공식적으로 시행해 그것을 부추길 이유가 있는 것일까?

그래서 나는 원서를 보는 것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을 볼 때 영어공용론자가 생각난다. 원서로 읽을 수 있는 능력이 된다면 원서로 읽는 것에 상당한 장점이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나는 번역서를 읽는 것이 해당 텍스트를 이해하는 데에 있어 그다지 수준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국내에 번역된 텍스트가 '정말로 질이 떨어진다면', 그것을 향상시키기 위해 약간의 노력을 해주길 부탁드린다. 모든 사람이 원서를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번역서가 많이 나오는 것이 우리의 전반적인 지적 수준을 향상시키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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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희진 at 2007/06/11 07:37  r x
동감합니다~ 주위에 친구 중에 보면 외국에서 좀 살다 온(약 3년 안팎) 친구들이 영어 원서로 읽는 것이 무조건 더 재밌고 느낌이 산다고 하는 경우를 봤는데, 물론 3년의 체류 경력이라는 것은 언어에 있어서 굉장히 도움이 되는 것이겠지만.. 사실상 그네들도 저만큼이나 그 책에 모르는 단어가 많더라는 걸 알고는 어느 정도는 그들의 우월 의식이 아닌가 싶기도 하더라구요. 일단 무언가를 묘사하는 문장에 모르는 단어가 상당히 끼어 있는데 번역서를 보는 것보다 그렇게나 더 이해도가 높고 재미가 있을 리가 있나 싶구요 -_-;
저도 아주 몇 안되는 책을 -_- 영어로 봤습니다만, 번역서로 보는 것이 언어의 뉘앙스 등을 이해하는 데 약하더라도 번역서가 원서보다 n배 빨리 볼수 있다는 점에서 그 뉘앙스 정도의 단점은 충분히 극복되고도 남는 거 같습니다 -_-; 영어공부 하려면 원서를 읽긴 읽어야겠지만요. orz

영어가 계급이란 말, 확실히 맞는 거 같습니다. 주위에 외국서 적당히 살다 온 친구들이 좀 많은 편인데; 그들의 우월감이랄까. 이런 것도 상당하더라구요. ;; 영어 쓸 필요가 없는 문장에 영어를 쓴다든지, 그냥 한국사람끼리 말할 때 영어 단어가 들어가는 데 필요 이상으로 굴린다든지 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_-
Commented by 아즈 at 2007/06/12 01:09  r x
희진/ '번역서가 원서보다 n배 빨리 볼 수 있다' 역시, 멋진 표현이군요ㅎ

여튼, 저도 희진님 말씀에 참 동의하는 게, 번역서를 폄하하는 사람 치고 타인의 지적생활을 향상 시켜 주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은 거의 못 봤습니다. 대부분이 자신의 언어능력을 과시하는 데에서 그치기 때문에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간혹 있긴 합니다. 각종 번역서 비교분석해서 읽을만한 번역서 꼽아주시는 분도 봤습니다.)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면, 해당 번역이 어떤 점이 문제이고, 어떻게 개선해야 더 좋은 번역이 되어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가를 고민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번역작업을 폄하하고, 자신의 언어능력만을 과시하는 데에서 그친다면 세상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것 아닙니까? 게다가 해당 언어를 사용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해당 번역서가 '무엇이 왜 문제인지'조차 모르고, 3급 텍스트를 읽는 사람 취급을 당하니 허탈할 수밖에 없지요. 이런 식으로 나가서는 한국어로 된 서적을 통해 한국어 문화권의 지적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에 한계가 있을 것이고, 따라서 번역 작업을 폄하하는 사람의 지적 생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점점 갈수록 영어에 의한 계급화가 심화되는 느낌입니다. 요즘 인문사회계열 전공하신 분들을 많은 수가 영어는 필수고 기타 외국어 한두 개 정도를 옵션으로 하시더군요. 자연계열에서도 영어는 필수가 되었지요. 국제어로서 영어의 필요성은 분명히 존재합니다만, 이것이 국민 모두가 가져야할 기본소양이 되어야 하는가의 여부는 고민해보아야 할 사항입니다. 현재는 영어가 '모든' 국민의 기본소양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영어로 인한 계급화가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많은 일본 친구들이, 그것도 몇 년씩 장기여행을 하는 여행자들까지도 영어를 그렇게나 못 하는 것을 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Commented by ibo at 2007/06/12 08:41  r x
으아...동감합니다. 사실 (내가 읽을 수 있는 한도내에서) 원서 읽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살짝 찔리는 구석도 있지만; 내가 번역서를 비판한 건, 실제로 일어를 몰라도 문장이 이상하다고 계속 짜증내는 사람들이 많은 일부 만화나 소설 등에 국한됐으니 덜 찔려도 되겠지요...^.^;; 그래도 언어에 대해 '아는' 만큼, 유려한 번역을 볼 때면 원저자 못지 않게 번역자 정보도 다시 보고 무척 감탄하게 되던데. 그런 의미에서라도 '난 원서만 보겠다!'는 이들은 '좋은 번역서를 추천하려는' 등의 노력을 하는 게 맞겠지..
그러고보면 '번역본보단 원서를 봐라'란 주장을 특히 보수언론매체 사설이나 기고 칼럼 같은 데서 자주 본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언어 공부에 대한 동기유발을 위해 읽는 건 상관없지만 그 방식을 전국민에게 강요하는 건 암만 봐도 오만 같아. 각종 영어 관련 전공하는 사람 중에 유달리 '난 너희보다 잘났다'는 뽀스를 풀풀 풍기는 사람들을 많이 본 것도 생각나고... 특히 우리 수학교육과처럼 영어 싫어하는 사람들로 똘똘 뭉친 과 사람들을 깔보듯하는 게 아주..=.= 막상 얘기해보면 영어 '말고' 다른 소양은 별로 안 갖추고 있는 사람들도 있더만..

여담이지만 그래도 김난주씨의 몇몇 번역본은 좀 참기 힘듭니다. 확실히 일어 아는 사람들이 유명한 번역가들을 깎아내리는 것은 일어를 그 정도로 모르는 사람들에겐 충분히 '유세하는' 걸로 보일 수 있지만, 그게...개인적으로 짜증이 치미는 건 어쩔 수 없어;; '좋은 번역가라면 이런 표현을 이렇게는 바꾸지 말아야 한다' 싶은 게 너무 많이 보이는 게- 심지어 어떤 소설에서는 김난주씨가, 남자주인공 이름이 한자로만 나와 있어서 '음, ㅇㅇ라고 읽겠군'이라고 생각하고 읽었는데 소설 맨 끝쯤에서 자기가 잘못 생각한 걸 깨달았다는 거야. 원래는 ㅁㅁ이었다고. 그런데 그 이름으로 바꿔 번역하면 자기가 형성해 온 이미지가 깨진다고, 잘못 생각한 이름으로 그냥 썼다는 거야. 이런 건 충분히 독자를 기만하는 처사 아닐까?
요런 이유로 개인 블로그 같은 데서 '번역이 이게 뭐야~ 크릉크릉' 요러는 사람들 보면 그저... 긍휼히 보아 넘겨주십사...^.^; '번역된 텍스트의 질을 향상시킬' 의지도 의지지만, 그럴 '힘'이 없어서 개인 블로그에라도 끄적대고 있는 것이니...;
Commented by 으악 at 2007/06/12 23:52  r x
이보시게님께// 김난X 번역 뭐같다는데 마구 동의해요. 이 사람 때문에 보고 싶은 책도 안 볼 정도예요. 일문학 박사 진짜 맞대요?? 근데 왜 이렇게 번역을 많이 한대요? 이 사람 번역한 책 읽다가 다른 사람이 번역한 거 읽으면 아우 안구가 정화되는 느낌이에요. 제발 번역 안했음 좋겠어요 제발 제발 제발 부탁이니까
Commented by 아즈 at 2007/06/13 23:38  r x
ibo/ 나는 과학분야 관련 번역작업을 해본 경험이 있는데, 번역이란 것은 스토리라인을 제대로 옮기는 것이 90%이고, 그외의 것들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10%라는 느낌이 강해. 왜냐하면, 언어 시스템이 다른 상황에서는 문장과 문장, 단어와 단어 사이에 1:1 대응이란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지. 경험 상, 가장 좋은 번역은 스토리를 완전히 이해한 후, 원작의 스토리라인에 페이스를 맞추어 새로운 원고를 써내려갈 때 나왔던 것 같아. 아무래도 직역 수준으로 가면 문장이 매끄럽지도 않고,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들거든. 그래서 번역가의 스타일이 번역문에 많이 들어가게 되는 것 같고. 김난주 씨의 경우는, 말이 나와서 네이버랑 구글에서 검색해보니 반응이 극과 극이더군. 엄청 팬인 사람과 싫다는 사람. 주인공 이름 관련한 것은 '낙하하는 저녁'인 것 같던데. 이렇게 명백하게 '의도적'으로 오역하는 경우는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신용카드'로 번역할 것을 '크레디트 카드'라고 썼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던데, 이런 것은 취향 문제인 것 같고. 크레디트 카드라고 쓴다고 뜻이 통하지 않는 것도 아니니까. 오히려 일본어 느낌상 저렇게 번역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고. 여튼, 김난주 씨 팬들도 상당해서 나는 꽤 놀랐음. 아무래도 번역작품이 많아서 그런 걸까, 싶기도 하고.

뭐, 번역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정말로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혹시라도 비판한다면 '무엇이 왜 문제인지' 언급해준다면 번역서를 읽는 사람이 그 점을 고려해서 읽을 수 있겠지. 번역하는 사람들이 참고하고 좀더 좋은 번역으로 개정판을 내줄 가능성도 있겠고. 그냥 '번역이 이게 뭐야'라고만 하고, 무엇이 문제인지 언급하지 않는다면, 그저 개인 취향에 맞지 않아서 싫다고 비난하는 것으로밖엔 생각되지 않는 듯.


으악/ 그 정도인가(..) 난 뭐 딱히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하지 않아서 모르겠네. 난 김난주 씨 번역서 중 하루키의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이랑 바나나 작품들 좀 읽어본 것 같음. 번역서만 읽었을 때는 '중대한' 문제점은 딱히 발견할 수 없었던 기억이 ..
Commented by ibo at 2007/06/14 08:26  r x
앗 혜은님 오랜만이어요u//u 사실 저도 누나의 심각한 포스팅에 댓글을 달다 보니 표현을 많이 순화한 것이 아니겠습니까..........진짜 '아, 번역계는 90%가 연줄이구나?????^^'
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수많은 번역가 중 한 분이죠; >으악

ㅇㅇㅇ! 번역작업에 대한 코멘트 아주아주 동감. 1:1은커녕 "절대로 다른 언어로 옮길 수 없는 표현"이 산재하는데, 내가 김난주씨 등 요즘 만연하는 번역가들의 번역서에서 자주 발견하고 눈쌀을 찌푸리는 게 바로 "우리나라 맥락에 맞지 않는 직역체를 그대로 쓰는 것". 크레딧 카드도 그 예겠지. 김난주씨의 그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건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그 사람들이 일어를 익히고 원문으로 보면, "아니 뭐야, 우리나라판으론 그렇게 유난떠는 표현 같더니 사실 이렇게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말들이었던 거야?" 하고 놀랄 거야;; 번역가는 모국어를 정말 잘 해야 한다고, 그래서 외국어 표현의 미세한 느낌들을 최대한 살리는 동시에 모국어에 없는 표현을 모국어 표현상의 맥락에 맞게 할 줄 알아야 한다고(적어도 노력은 해야 한다고) 굳게 믿기 때문에.
쓰다 보니 생각난 예; 『반짝반짝 빛나는』에서 "코안트로 맛 슈크림". 코안트로가 뭘까 진짜 궁금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cointreau / 우리나라 표기로는 쿠앵트로... 오렌지맛 리큐르...ㄱ- '쿠앵트로'를 가타가나 표기로 쓰다 보니 발음이 저렇게 된 거지만서도... 아무래도 자기도 모르는 단어니까 대충 바꾼 거라는 의심이 강력히 드는 게 아주 -_-;; >누나
Commented by 으악 at 2007/06/14 14:12  r x
넹 반가워용~~ 처음엔 전 제가 꼴에 일어 쫌 안다고 까다롭게 구는 거겠거니 해서 잠자코 있었는데 번역이 참 깔끔하게 된 다른 일본소설을 읽어보고 그게 아니구나 하며 허벅지를 쳤어요. 단언하는데 번역 미칠듯이(이런 극단적인 표현 참 거시기하긴 한데 그 사람이 지금 일본소설 번역계를 잠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별로 죄책감도 안 들어요. 게다가 박사학위까지 받으셨고) 거지같잖아요. 읽는데 흐름 뚝뚝 끊기게 하는 문장이며 어색한 단어 사용이며 오역도 가끔 눈에 띄고. 특히 직역이 문제인데, 제가 소설류의 경우에 읽기 편한 번역을 선호하는 편이라 그런 건진 몰라도, 한 번에 쭉 읽어내릴 수가 없게 해요. 말 쓰임새가 어색해서 두 번 세 번 다시 읽어야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있게 하잖아요. 무슨 깊은 의미를 담고 있어서 곱씹게 하는 게 아니라 --; 아악 열받아 열받아 열받아!!!!!

크레딧카드 말고 텔레폰카드도 있죠 ㅋㅋ 술집 주인이란 뜻의 마마를 엄마라고 해놓질 않나 ㅋㅋ (제가 바나나의 '키친'을 무지 좋아해서 이렇게 열을 내는 거예요 --;;;;)

--에게, 중대한 문제가 없어 보이는건 원래 일본소설은 이렇겠거니...하고 접해서 그런걸지도 모름...
Commented by 아즈 at 2007/06/14 23:33  r x
ibo/ 난 '크레디트 카드' 같은 것은 별 문제 없는 것 같은데. 일본애들은 외국어 그대로 가져다 쓰는 일이 우리보다 더 많은 느낌인데, 네이티브들이 느끼기에도 그런 단어들이 일상적이긴 하지만 여전히 외국어의 느낌이 조금은 남아있지 않을까 싶다는. 예를 들어, 우리도 '컴퓨터', '(핸드)폰', '카드' 등등의 단어를 쓰는데, 이게 외국의 것이란 느낌이 남아 있으니까. 뭐, 내 느낌으론 '크레디트 카드' 정도는 크게 문제가 없는 것 같고. 아, 그리고 '크레딧'이라고 안 쓰고 '크레디트'라고 쓴 것은, 검색하다가 '크레딧'이 아니라 '크레디트'라고 번역했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보았기 때문이지; 여튼;

하지만 cointreau 같은 것은 확실히 문제네. 프랑스어 조금 공부해본 입장에서 말해보자면, 대강 발음은 '꼬앙뜨로'가 비슷할 것 같음. 근데 프랑스어는 r발음이 무지무지 이상해서 -_- 그것 빼고는 뭐. cointreau도 검색해보니 '코안트로'를 포함해서 '쿠앵트로', '코앙트로' 등 다양하게 나오네. 하지만 국어사전 찾아보면 '쿠앵트로'라고 나오니까, 여기에 맞춰서 쓰는 것이 타당하겠지. 이런 것은 사전 좀 찾아보고 표기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나도 이렇게 국어사전에 나온 외래어/외국어까지 자기 맘대로 표기하는 것은 별로 좋지 않은 태도라고 생각하고. 이런 경우 발견하면 '사전도 안 찾아보고 번역하나'라는 생각이 드니까.

근데 김난주 씨는 학부 국문과 출신인 것 같던데 왜 그럴까나..


으악/ 확실히 김난주 씨가 엄청나게 많이 번역하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런 면에서 건전한 비판은 필수적인 것 같고. 근데 '키친' 좋아한다니.. 으음(..) 김난주 씨 번역서들은 확실히 네가 말한 대로 '일본소설은 이렇겠거니' 생각하고 넘어간 탓도 있는 것 같아. 하지만 김난주 씨가 번역한 하루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은 몇 번이나 읽었는데, 이건 딱히 문제 없었던 느낌. 문학사상사에서 안 나온 몇 안 되는 하루키 작품이라 김난주 씨 번역본으로 읽었는데 말이야. 뭐, 하루키는 개성이 강해서 누가 번역하든 그렇게 많이 달라지지 않는다, 라는 의견도 보긴 했는데.

'텔레폰 카드'는 조금 심한 느낌이고, '마마'는 확실히 문제인 것 같구만. 유익한 정보 고마워~ 뭐가 문제인지 알아야지 일차적으로 비판에도 동의할 수 있고, 더 나아가 해당 작품 읽을 때 지적한 점을 고려하고 읽을 수 있어서 더 나은 이해를 할 수 있는 것 같아. '키친' 읽을 때 지금처럼 '마마=술집주인'인데 '엄마'로 오역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 한결 낫겠지.


ibo&으악/
댓글에 문제의 소지가 있는 번역 사례를 들어준 것, 정말 유익한 듯:) '이런 표현이 문제가 될 수 있구나'도 알 수 있고, 완전히 오역한 것은 그 사실을 알게 되어서 해당 텍스트 읽을 때 참고할 수도 있고.. 다들 이렇게만 비판해주면 얼마나 좋아!
Commented by 으악 at 2007/06/15 00:15  r x
왜!! 키친이 뭐가 어때서!!! 어때서!!! 흥흥 >.< >.< ㅠㅠ
일어는 특히 영어보다도 어설프게 공부한 오타쿠들이 많아서 쓰잘데기없는 걸로 걸고 넘어지는게 많은거 같음. 머 나 역시 어설프게 공부한 오타쿠 중 하나지만.
Commented by ibo at 2007/06/15 00:32  r x
마마 엄마.....ㄱ- ㄱ- ㄱ- ㄱ- ㄱ- ㄱ- ㄱ- ㄱ- 심하군요 진짜........... 김난주씨 사실은 오역가다!!!! 성토위원회 이런 거라도 만들어서 홍보책자 뿌려야 하나.... 고등학교 땐가 선생님께서 "외국책 번역된 거 읽으면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고 몇 번을 봐도 안 들어오고 그러지? 그게... 너네가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고 번역을 잘못해서 그런 거야 번역을..." 이라고 하셔서 '앗, 내 잘못이 아니었구나!' 하고 깨달았던 기억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가운데

긍정적인 피드백 감사합니당ㅎㅎ 누나의 "다들 이렇게만 비판해주면 얼마나 좋아!"란 마지막 말이 왜 이리 깜찍하게 들리는가~*
Commented by 아즈 at 2007/06/16 01:14  r x
으악/ 뭐 어떤 건 아니지만; 으악이 키친이라니 뭔가 너무 풋풋한걸(..) 후훗. 너 시험 끝나고 가츠동이나 한번 먹으러 가자구.

ibo/ 번역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독자로서 노력합시다~ 한국어 문화권의 수준이 더욱 높아지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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