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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근처에 있는 삼성미술관 리움에 다녀왔다. 소문대로 '세계일류'라는 삼성의 느낌이 물씬 배어나왔다. 그러나 어쩐지 차가운 느낌. 미술관의 이름은 Lee + Museum이라서 Leeum이라는 것 같다.
특별전은 그럭저럭 끝난 상태고, 특별히 관심이 있었던 것들도 아니어서 상설전만 관람을 했는데, 상설전시는 두 관에 나누어서 하고 있다. 하나는 고미술전시고, 다른 하나는 현대미술. 로비가 별도의 두 전시관을 이어주고 있다.
리움은 철저히 예약제로 운영되고, 예약을 하지 않으면 미술관에 입장할 수 없다. 30분 단위로 끊어 50명 이상은 예약을 받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예약을 하고 예매까지 한 경우에는 20%의 할인혜택과 똑또기(PDA)라는 디지털 가이드를 무료로 대여해준다. 예매를 하지 않으면 상설전의 경우는 1만원, 똑또기 대여는 2천원을 줘야한다. 물론, 미술관 건물뿐 아니라 소장 작품, 똑또기 역시 세계일류급이지만, 관람료 역시 세계일류가 아닌가 싶다. 어쩐지, 유럽에서 10유로를 내고 미술관에 들어가는 기분이랄까. 큰 가방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고, 물품보관소에 맡기게 되어 있는 점도, 전시품 주변에 충격을 주면 경고음이 울리는 것도 유럽의 미술관을 떠올리게 한다. 확실히 일급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어쨌든, 이런 철저한 예약제 때문인지 이런 훌륭한 미술관에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오히려 한산하다고 하면 좋을 정도. 이래서야 미술의 대중화에 기여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하는 느낌.
아래는 고미술전시관의 원형계단. 마치 바티칸 미술관의 회전계단을 떠올리게 만드는 구조다.
고미술전시관의 전시품들은 국보, 보물들이 상당히 많았다. 소장품도 '세계일류'. 국립중앙박물관에 없고 리움이 가지고 있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도 있었다. 소장품은 크게 청자, 분청사기/백자, 고서화. 금세공품/불교미술 등으로 나뉘는데, 질적으로는 일급이었다. 양적으로도 사설 미술관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일급이 아닐까. 물론, 국립중앙박물관과 비교를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고미술전시 관람에 예상보다 꽤 많은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현대미술은 훑어보는 수준이었다. 현대미술은 한국현대미술 및 외국현대미술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미술만이 아니라 조각, 설치미술도 포함되어 있었다. 우리나라 작가로는 유명한 이중섭, 박수근 등을 비롯하여, 백남준과 이불의 설치미술 작품도 전시되어 있었다. 외국의 작가로는 특이하게 앤디 워홀의 팝아트 작품이 하나 포함되어 있었다.
7천원짜리 커피를 사먹으면서도 물을 마시기 위해서는 Perrier 생수를 구입해야 한다는 리움 카페는 들리지 않았지만, 어쩐지 먼 발치에서 봐도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어쨌든, 건축, 소장품, 서비스, 인테리어 등 모든 것이 훌륭해서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곳이었다. 미술품이 아니라 건물을 보러 와도 좋겠다 싶을 정도고. 다음에 마음에 드는 특별전이 열린다면, 한번쯤 다시 가봐도 좋겠다 싶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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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덕수궁 미술관에서 < 롭스 & 뭉크 : 남자 & 여자 >전을 하고 있다. 요새 순수미술 전시회가 의외로 별로 열리고 있지 않아서 고심 끝에 찾아낸 것. 특별전은 이제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고, 상설전시 정도를 봐야하는데. 이곳저곳 미술관을 돌아다니는 수밖엔 없다. 10월말쯤에 루브르 박물관 특별전인가 뭔가가 한불 수교 12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데, 그걸 기다리고 있다. 아, 정말, 루브르에서 엄청난 예술작품 수 때문에, 시간상 회화(painting)만 열심히 봤는데. 어쨌든 거기 걸려있던 작품이 전부도 아닐거고. 그런 화려한 컬렉션 중에서 상당수가 한국에 온다니 반가운 얘기다. 루브르는 정말, 한 일주일 잡고 봐야하는데. 언젠가 파리는 다시 한번 가주겠어.
어쨌든, 덕수궁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회에선 19세기와 20세기초를 살았던 롭스와 뭉크의 판화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롭스의 작품은 주로 여성을 팜므파탈적인 이미지로 그리고 있는데, 뭔가 여성은 악의 씨앗이랄까, 하는 느낌(악마가 '악의 씨앗 여성'을 뿌리고 있는 작품도 있었다;). 굉장히 좀, 이 아저씨의 정신상태도 그다지 정상은 아닐 듯한 느낌; 정신과 치료도 받았다던데. 뭐 정상이건 아니건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루오 아저씨에 이어 롭스 아저씨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느낌; 뭐 어쨌든 팬이 있고, 나름의 가치를 인정 받았겠지만 어쨌든 내 취향은 아니라는 거-. 복잡하게 생각해봤자 남는 게 없으니 그만두자.
 Scream, Edvard Munch (1893)
그에 반해서, 뭉크 아저씨는 꽤 마음에 들었다. 사실 그의 대표작 <절규(Scream)>를 보면 좀 염세적인 정신상태를 가지고 있을 것 같은데, 의외로 다른 작품들은 터치도 좋고, 느낌도 좋았다(뭐, <절규>도 터치와 색감은 훌륭하다). 다음 판화작품은 자화상의 일종인데, 선 및 구도 모두 훌륭했다. 자신을 표현한 부분도 좋고. 마음에 든다.
 Self-Portrait with Bottle of Wine (lithograph), Edvard Munch (1930)
이 밑에 작품은 마돈나라는 작품인데, 실제 모델이 있다는 설명. 꽤 미모의 모델이었을 듯한데, 작품을 자세히 보면 뭉크의 복잡한 심경을 느낄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녀에게 매력을 느끼는 한편 두려움을 느끼는, 그런 이중적인 감정상태다. 사랑에 빠질 것 같지만, 여성에 대한 어떤 두려움 때문에 섣불리 다가갈 수 없는, 조금은 혐오감이 들기도 하는 아이러닉한 정신상태. 작품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런 느낌이 전달되어 온다. 나는 그림을 볼 때 그렇게 전달되어 오는 작가의 감정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 작품에선 그런 점이 많이 느껴져서 좋았다.
 Madonna (lithograph), Edvard Munch (1895/1902)
참고로 작품 주변에 그려진 것들을 정충이고, 왼쪽 하단에 그려진 것은 태아. 이것들이 뭉크의 복잡한 감정을 배가시켜주고 있다.
뭉크는 비슷한 모티브를 사용하여 유화와 판화를 동시에 제작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위에 있는 Self-Portrait with Bottle of Wine과 Madonna 모두 유화 작품도 존재한다. 그의 유화 작품은 사진으로든 실물로든 별로 본 적이 없는데, 그의 판화가 마음에 들어서 유화도 좀더 보고 싶다는 기분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만족스러운 전시였다. 미술관 2층에서 상설전시작품들도 관람할 수 있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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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여권이 나왔다! 이번엔 무려 10년짜리 복수여권. 군대 갔다오기 전에는 1년 내에 한번만 출국할 수 있는 단수여권이 발급된다. 덕분에 한번 나갈 때마다 여권을 하나씩 만들어야 했다.
군미필일 때, 외국에 가려고 하면 국가의 권력을 확실히 체감할 수 있다. 지금은 없어진 것 같지만, 내가 입대 전에 여행 갈 때만 해도 각종 '귀국보증' 같은 것들이 필요했었고, 공항이나 항구에 파견 나가있는 국방부 사무소 비슷한 곳에 출입국 신고까지 해야 했었다. 마치 군대 가는 일이 한 국민의 정체성을 규정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어쨌든 그런 지난한 일들이 모두 지나가버리고, 이제 국가는 내가 외국을 가든 말든, 이민을 가든 말든 별로 상관하지 않는 것 같다. 나는 '군역'이라는 효용가치를 상실해버린 걸까? 조금 있으면 '납세의 의무' 따위로 괴롭힐 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개개인이 빅브라더에 의해 통제당하는 느낌이라 썩 좋지는 않다.
그러나. 일단, 이제 난 자유라는 거. 입대 전으로 다시 돌아가면 군대는 안 갈 거 같지만(..) 그래도 끝난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때 입대하기로 한 선택이 잘 한 것 같다. 확실히 해야 할 일은 일찌감치 끝내고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 자유가 있다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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