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도 아닌데 왜 시끄러운 음악이 땡기는 걸까. 귀청이 울리도록 볼륨을 최대로 놓고 노브레인 같이 시끄러운 펑크를 듣는다. 시끄러운 건 이제 나이가 들어서인지 못 듣겠다고 생각했는데, 어쩐지 옛날로 돌아간 상황에 내 기분도, 감정도 쉽게 그 시절 그 때로 돌아가 버린다. 사람은 정말 쉽게 변하는 건 아닌가보다. 억압적인 상황에서 내 선택이나 흥미 같은 건 빼앗기거나 박탈되어 버린 그 때, 그냥 음악을 들었던 것 같다. 음악을 귀에 걸어놓고 정처없이 거리를 걷거나, 버스를 타고 돌아다녔다. 혹은, 홍대 앞 라이브클럽에서 소다 같은 걸로 목을 축이며 밴드의 연주를 듣곤 했다. 나는 우울했고, 우울해야만 했고, 우울할 수밖에 없었다. 왜 그런 답답함이 내재되어야만 했나.
날 둘러싸고 있는 틀이 지겨웠고, 벗어나고 싶었고, 부숴버리고 싶었다. 떠나고 싶다. 그런 강렬한 욕망이 생긴 것도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자유롭게 살고 싶었고, 행복하고 싶었고, 유쾌하고 따뜻하고 싶었다.
왜 틀에 넣으려고만 할까? 억압하고 짓누르려고만 할까? 내 소망이나 선호, 생각 같은 건 중요하지 않은 걸까? 자유, 라고 외치며 죽을 때까지 싸우고 싶은 심정이다. 배낭 메고 떠나고 싶다. 떠난다고 해결되는 건 없다는 건 알지만. 하지만 때로는 해결되는 것이 없어도 떠나고만 싶을 때가 있다. 돌아올 걱정은 하지 않고, 몇 달이고 저렴한 현지 음식을 먹으며 세상을 걸어다니고 싶다.
어제 JK 김동욱의 조율을 반복해서 듣다가 저널 발표 준비를 했다. 그는 그 무대를 위해 2주간 꼬박 연습했을 것이고, 무대 위에서 주어진 겨우 몇 분 간의 시간 동안에 준비한 모든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그는 여러 사람 앞에서 그들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열심히 연습했고, 한정된 시간 안에 그것을 압축해서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저널 발표를 준비하면서도 이것이 결국 JK 김동욱의 작은 콘서트와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없이 저널을 읽어 상세히 이해하고, 이것을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가공하여 한정된 시간 안에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무대 위에서 감동을 주는 노래를 부르는 것과 무엇이 다른 것일까. 프리젠테이션도 그처럼 청중에게 어떤 임팩트를 주어야 하고, 가치를 전달해야 한다. 그런 마인드로 열심히 준비해서 나만의 작은 콘서트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보면 나는 어릴 적부터 뮤지션들에게 많은 영감을 얻곤 했다. 고교 시절에 열심히 놀다가도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는 건 홍대 앞에서 밴드들의 감동적인 공연을 볼 때였다. 그들이 열심히 연습에서 그런 뛰어난 연주를 할 수 있었듯이, 나도 내 일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곤 했다. 음악을 좋아했지만 음악에 재능이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음악을 업으로 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었다. 음악은 취미로 남겨두고, 그들이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할 때 나 역시 내 일에 힘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지금에 와서도 내 삶에 에너지를 부여하고,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건 뮤지션들이라니 놀랍다. 또 꽂히는 음악을 찾아야 할텐데... 새삼 공연을 보러 가고 싶어지는 날이다.
날짜를 보니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는 2011년 6월 12일. 한 TV 프로그램에서 어떤 가수가 부른 노래. 그 노래를 들었을 때 가슴이 울컥한 '느낌'이 왔고, 그 이후로 가끔씩 그 음악을 수없이 반복해서 듣고 있다. JK 김동욱이 부른 조율. 왜 그 노래를 들을 때 그런 뜨거운 느낌이 가슴에서 올라오는지는 모르겠다. 그런 식으로 가끔씩 처음에 들었을 때 꽂히는 노래가 있고, 수없이 반복해서 들어도 그런 느낌이 쉽게 사그러지지 않기도 한다.
오늘도 무심코 그가 부른 조율이 생각나서 몇 번인지도 모르게 반복해서 듣는다. 일상에서 쉽사리 재미가 찾아지지 않아서 무언가 신나고 재미있는 일을 찾고 싶다. 새로운 음악을 잔뜩 쌓아두고 들어도 마음에 드는 음악이 쉽게 골라지지 않는다. 수백 곡의 음악을 듣는 것보다 이렇게 꽂힌 음악을 수백 번 듣는 게 나을 수 있겠지. 수백 편의 소설을 읽기보단 꽂힌 소설을 수백 번 읽는 게 어쩌면 더 나을 수도 있겠지.
그러고 보면 어릴 적부터 무언가에 계속 꽂혀 있었던 것 같다. 음악이나 가수도 그랬고, 공부도 그랬고, 미술도 그랬고... 지금은 대체 뭐에 꽂혀 있는지조차 모르겠다. 무언가에 꽂혀서 누가 뭐라고 해도 내 생각대로 밀고 나갔는데, 지금은 그런 게 없으니 다른 사람의 기준에 따라 살게 되는 게 아닌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어떻게든 되게 만들려고 노력했는데, 지금은 하고 싶은 것도 많이 남지 않은데다, 그것마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이유로 인해 접는 경우가 늘어간다. 앞뒤 재지 않고 저지르고 봤던 때가 좋은 것인지, 아니면 좀 더 현실적 상황을 고려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가슴 속에 뜨거운 것을 잃어간다는 것이 슬픈 것이다. 그래서 잠시나마 그런 뜨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이 음악을 계속해서 듣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